일본드라마
각자의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이 함께 쉐어하우스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출연배우 : 나가사와 마사미, 우에노 주리, 에이타, 니시키도 료 등
드라마 타이틀이란, 예고편과 다르나 극의 흐름과 함께 호흡하며.. 그것이 편집이나, 구성, 내용물 그 어떠한 미장센이든간에 '감각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기준내에서는.
타이틀 영상은 매우 집약적이나, 그것은 말 그대로 모든 영상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늘 타이틀 영상을 좋아하고, 눈여겨보며.. 때로는 참고도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만 최근에는 별로 마음을 사로잡던 타이틀 영상이 없었다.
그러던 중.. 탄성을 지르며 몇번이나 돌려보게 만든것이 바로 이 영상이었다.
이 타이틀 영상은 특히 숨어있는 심오한 뜻을 찾아내는 이들의 글의 꽤나 많이 올라와 있는데, 보고 있으면 어떻게 스틸컷 한장이나 1분이 조금 넘는 영상의 흐름으로 그러한 것들을 느끼고 캐치하는지 참 신기하기도 하다. 한편으로 정말 저 영상을 만들어 낸 감독 역시 그렇게까지나 생각을 하며 만든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할 정도로.
타이틀 영상을 살펴보면
1. 흰 바탕에 붉은실이 지나가며 붉은 글씨로 가 뜨고 다섯명의 주인공의 얼굴이 한명씩 클로즈업된다.
2. 미치루를 뒤에서 감싸안는 루카, 그런 두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는 타케루
3. 깨지는 거울
4. 눈물을 흘리는 미치루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5. 루카의 손을 잡으려 손을 가까이 뻗지만 결국 완전히 닿지는 않는 타케루의 손
6. 루카의 소리지르는 듯한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7. 깨지는 컵
8. 타케루를 바라보는 미치루
9.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하는 타케루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10. 떠나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에리
11. 스스로 몸을 감싸며 괴로워하는 에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12.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소스케와 미치루의 모습에서 소스케의 손을 놓는 미치루
13. 흘러넘치는 커피
14. 소스케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15. 서로 한곳으로 모이지만 다시 엇갈리게 걸어가는 다섯명
16. 떨어지는 열쇠들
17. 붉은실을 따라 가는 다섯명
18. 붉은실에 함께 얽혀 누워있는 다섯명
중간에 드라마의 방향이 처음 의도와는 바뀌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드라마를 끝까지 다 본 사람들이라면 이 짧은 타이틀 영상이 얼마나 이 드라마의 모든것을 내포하고 있는지 쉽게 공감 할 수 있을 것이다.
짧게 하나씩 그 내용을 살펴보자면
#1. 흰 천을 거두며 운명의 붉은 실을 따라 등장하는 다섯명의 표정을 하나씩 보면
먼저 가장 망설이는 느낌으로 천을 거두며 나오며 걸어가는 미치루
어렸을때부터 부모에게 온전히 사랑받지 못했고, 스스로를 약한 사람이라 여기는 미치루.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폭력까지 당하게 되지만 그의 곁을 떠나지도, 계속 머무르지도 못하게 된다.
강한 모습으로 한 곳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가는 루카
성동일성장애를 갖고 있으며 미치루를 사랑하는 루카. 바이클을 하며 남자같은 모습을 하고 스스로 여자다운 것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열정이 있고 성공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상처를 주고싶지 않아한다.
가장 주위를 둘러보며 나오는 타케루
어렸을 때 누나로부터 상처를 입고 이성과 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된 타케루. 루카를 사랑하게 된다. 누구보다 주변 인물들을 진심으로 도우며 위로할 줄 아는 섬세한 인물.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나오는 에리
에리의 캐릭터는 처음, 왕따문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되어 있었지만 극 초반 한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왕따에 대한 문제를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없었다. 단, 오구링의 사랑받고 싶었지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해 상처받는 인물.
그리고 한 곳에 서서 앞만 지켜보는 소스케
겉으로는 매우 자상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릴적 어머니로부터의 상처로 인해 미치루에게 사랑을 넘어서 집착하며 결국 스스로와 미치루, 그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폭력을 쓰는 인물.
#2. 미치루를 사랑하지만 늘 좋은 친구의 모습으로 미치루의 곁을 지키는 루카와 루카의 사랑을 좋은 우정으로 받아들이며 소중히 여기는 미치루. 그리고 미치루를 사랑하는 루카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러한 루카와 루카의 사랑을 지키려는 타케루
#3. 온전한 사실을 비추는 거울, 그 거울이 깨짐은 자신이 온전히 신뢰했던 것에 대한 것의 파괴를 이야기하며.. 소스케에 대한 사랑이 폭력으로 깨어지게 됨을 의미
#4.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었던.. 그 사랑이 모든것인 미치루. 그러나 그 사랑에 상처받게 된다.
#5. 항상 루카의 곁에서 루카를 지키려는 타케루. 그러나 타케루를 받아들일 수 없는 루카.
#6.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없어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그리고 사랑을 밝힐 수 없었어 괴로워하는 루카의 해방에 대한 갈망
#7. 컵은 극의 주요한 요소로 인물들간의 관계에 소중한 의미를 나타내며 그 관계가 깨어짐을 의미
#8. 소스케의 곁을 떠나왔을 때 자신을 도와주던 타케루를 좋아하게 되었던 미치루와 루카를 마음에 두며 미치루를 바라보지 않는 타케루.
#9.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가족에게 받은 어릴적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타케루
#10, #11.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해 그 갈망으로 외로워 하는 에리. 유부남 오구링을 사랑하게 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자신과 부인 사이를 오가는 모습에 늘 상처받지만.. 붙잡지도, 버리지도 못한다
#12. 행복하게 사랑했던 미치루와 소스케. 소스케의 집착과 폭력으로 미치루는 소스케의 곁을 떠나게 된다
#13. 사랑이라 믿었지만 이미 그 한계를 넘어 상처만 남게된다
#14. 미치루에게 누구보다 다정했지만, 누구보다 두려웠던 존재인 소스케
#15. 한곳으로 모이지만 닷 엇갈려 걸어가는 다섯명의 인물. 서로 가까이 있지만 어느 하나 온전히 이어지게 되는 관계는 결국 없게 된다. 특히, 루카와 소스케는 서로 마주보며 지나치게 되는데 대립되는 관계를 이야기 한다고 볼 수 있다
#16. 떨어지는 열쇠'들'. 쉐어하우스, 혹은 그 이외에도 미치루의 집이나 소스케의 집, 그리고 루카의 집을 오가며 집과 가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며.. 서로 각자의 마음속에 쥐고 있던 열쇠들을 결국을 열지 못한채 떨어뜨리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수도 있다
#17. 운명의 붉은실을 따라 이끌리듯 따라가는 모습
#18. 운명에 함께 얽혀 이어져 있는 인물들. 특히 마지막에 누워있는 장면은..
미치루와 소스케는 이어져 있지만 둘은 등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소스케는 나머지 넷과도 혼자 동떨어진듯한 느낌이다. 이것은 사랑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결국 미치루와도 헤어지게 되며 다른 모든이들에게도 용서받지 못하는 인물임을 암시
미치루와 루카는 연결되어 마주보고 있다. 한쪽은 사랑이고 한쪽은 우정이지만 서로 끝까지 바라보게 됨을 암시
미치루와 타케루는 연결되어 있다. 단 서로 얼굴을 마주치고 있음은 아니다. 루카로 인해 긴밀한 관계가 되며 미치루가 타케루를 좋아하게 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사랑은 아님을 암시
루카와 타케루는 연결되어 있다. 루카를 미치루만을 바라보고 있고, 타케루는 미치루와 루카쪽은 바라고 있있는 모습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 인물임을 암시
에리는 나머지 넷과 주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조금은 떨어져 다른곳으로 실이 연결되어 있다
흑백과 붉은색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영상이구나.. 라는 느낌을 넘어서... 이 짧은 영상 하나로 인물들간의 관계를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그리고 그 분위기마저 모두 짐작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이가..
물론, 그렇다고해서 모든 타이틀 영상들이 이렇듯 모든것을 이야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따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표현방식은 얼마든지 많이 있으니까..
하지만.. 요즘 정말 대강 가지고 있는 소스들을 활용해 만든듯한 느낌의 타이틀 영상들이 가끔씩 보일때면.. 참 성의없게 느껴질때가 많다.
타이틀 영상이란..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물론이겠지만..
영상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교과서적인 것으로 사용될 때가 많다. 영상편집의 흐름을 보면.. 그 유행은 하나의 CF나 뮤직비디오, 드라마나 영화 타이틀로 오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이런 질문은 많이 한다. '동막골과 드라마 황진이에 사용되었던 잉크가 번지는 듯한 효과는 어떻게 내는 건가요?'와 같은. 나 역시 그러한 효과들을 하나씩 신기하게 바라보며 배워가고 있고 말이다. 그렇기에.. 조금 더 사람들의 얼굴에 이름만 나열하지 말고, 멋지게.. 그리고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말 타이틀로서.... 보는 사람들과 함께 교감할 수 있도록. 이렇듯, 하나씩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도록. 몇번이고 돌려보고 싶도록. 작품다운 작품이 타이틀이 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