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패스트 푸드 네이션

이영주 |2008.07.14 00:55
조회 816 |추천 0

 

 

패스트 푸드 네이션 (Fast Food Nation, 2006)

감독 : 리차드 링클레이터

 

 

 

 

 

손바닥만한 고깃조각 하나에 담긴 끔찍한 진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제 하느라 영화정보에 담을 쌓고 몇달을 지냈더니 요즘 무슨 영화가 개봉했는지도 몰랐다. 지난 주 영화제의 여독을 풀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휘 둘러보니 여전히 극장가는 썰렁하다. 그나마 기대를 조금은 품게 하는 이나 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에잇, 하고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 눈에 띈 영화 한편. 이다.

포스터를 보아하니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쇠고기 이야기다. 미국의 패스트푸드산업에 진실이라는 칼날을 들이댄 영화란다. 그럼 당연히 다큐멘터리겠네, 하고 생각했다. 마이클 무어를 우선 떠올렸다. 그리고 몇 년 전 감독 스스로 패스트푸드로 생체실험을 감행했던 라는 다큐멘터리도 떠올랐다.

그러나 의외로 드라마다. 더구나 출연진이 장난 아니다. 에단 호크(꺄~~), 페트리샤 아퀘트, 폴 다노(바로 며칠 전 본 에서도 나오더니만 반갑다, 친구야!), 거기다 브루스 윌리스까지… 이건 뭐냐? 다큐멘터리라면 마이클 무어같은 또라이 감독이 또 하나 있었나 보다, 했을 게다. 미국의 자본(패스트푸드업, 육가공업, 축산업)에 매스를 들이댄 영화에 쟁쟁한 헐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는 드라마영화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감독 이름이 낯익다. 에단 호크와 나란히 있는 것이 별로 낯설지 않다. 아, 맞다! 나의 청춘과 함께 나이든 셀린느와 제시의 , 의 바로 그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다. 청춘로맨스영화의 대표적 감독이 이렇게 사회비판적인 영화를??? 흥미진진할 따름이었다.

더욱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영화가 인천에서 상영한다는 거였다. 인디영화관이 한 관 있긴 하지만 어지간히 대중성 있는 영화 아니면 상영할 생각을 않면 인천CGV가 웬일이지? 촛불정국에 뻑이 간 건가?

아무튼, 기회였다. 기회라면 빨리 잡아채는 게 상책이다.

이런, 젠장! CGV답지 않게 어쩐지 착한 짓 한다 그랬다. 역시나 CGV였던 거지. 상영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저녁 6시 10분과 새벽 1시 10분, 하루에 딱 두번 상영이다. 보통 직장 퇴근시간과 새벽 시간이라니, 도대체 이 영화를 보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ㅡㅡ;; (관객의 볼 권리 가로막는 교차상영 하지 마란 말야!!)

결국 나의 선택은 심야일 수밖에 없었다. 혼자 가려니 아쉬워서 몇몇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한놈도 답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나이에 갑자기 심야영화 보러가자고 해서 기꺼이 나올 수 있는 형편에 있는 사람이 몇 되지 않는다. 나같은 인간이나 가능한 거다. 혼자 영화보는 걸 기꺼이 즐기는 고로 이번 영화는 혼자 봐야겠다 생각하고 극장으로 향할 무렵, 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으하하… 아직 죽지 않았구나, 친구야! 영화를 보기 전 짬시간 동안 맥주잔을 기울이며 이야길 나누다 보니, 이 친구는 모처럼 가족들과 휴일나들이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아침부터 딸내미 돌사진을 찍으러 나가야 하는 열악한 조건에서 달려왔다. 에고, 미안해라. 친구에게도, 역시 친구인 그 친구의 아내에게도 미안했지만, 인생 뭐 있나? 그냥 가는 거지, 고고씽~!!

 

서설이 너무 길었다. 쩝. ㅡㅡ;; 오랜만에 리뷰를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서 그런다. 이제부터 진짜 영화 얘기 시~작!! 스포일러 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다큐멘터리보다 관객을 괴롭게 만드는 영화다. 시종일관 두려움과 놀라움과 참담함에 가슴을 졸이며 영화를 보아야 한다. 무심코 베어무는 햄버거 고깃조각 하나에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니, 가슴을 치면서.

 

영화는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빅 원'이라는 상품으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패스트푸드사 '미키버거'의 마케팅팀장 '돈'(그렉 키니어)이 미키버거의 패티(빵 사이에 들어가는 고깃조각)에 문제가 있다(한 마디로 '쇠똥'이 들어가 있다)는 설에 대해 진상조사를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

두번째 이야기는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온 멕시칸 이주노동자들 이야기. 그들은 불안정한 신분을 이용해 엄청난 노동착취와 비인간적인 대접을 일삼는 고용주에게 찍 소리도 내지 못한 채 팔 다리가 잘리고 백인을 등에 업은 중간관리에게 성상납을 강요당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미국 고등학생 앰버(애슐리 존슨)의 이야기. 시급이 적다며 투덜거리는 친구(폴 다노)와 달리 별 다른 문제의식 없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성실히 일하던 앰버는 아나키스트 기운이 물씬 풍기는 외삼촌 피트(에단 호크)의 영향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환경운동 동아리 친구들과 공장형 목장에 갇혀 있는 소를 풀어주는 다소 황당한 투쟁을 벌인다.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는 동안 수도 없이 나오는 고깃덩어리와 햄버거를 보며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손바닥만한 고깃조각 하나에 자본주의 시스템의 비인간, 비생명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쇠똥따위는 비교할 수 없는, 역겹고 끔찍한 오물이자 세균덩어리인 자본의 본성이다.

육가공업체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컨테이너를 통과하는 고깃조각에 쇠똥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어디 쇠똥뿐이겠는가. 마치 의 찰리 채플린처럼 기계의 일부가 되어 고깃덩어리를 자르고 분류하고 오물을 닦아내던 멕시칸 이주노동자들에게 기계에 딸려 들어가 손발이 잘리는 산재는 일상이니, 쇠똥이 아니라 인육과 인간의 피도 섞였을 것이다. 그뿐인가,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악용해 성 상납과 마약을 요구하는 시스템 아래서 상처 입고 병든 이주노동자들의 영혼까지 담겨 있는 것이 바로 그 고깃조각이다.

영화의 마지막, 남편이 산재로 쓰러진 뒤 작업반장에게 성 상납을 하고 겨우 얻은 일자리인 도살장에 도착한 멕시칸 이주노동자 실비아의 눈에 비친(관객에게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진) 소의 도축 장면은 과연 인간이라는 이유로 동물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도살하고 식육할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고통스럽게 질문하게 만든다. (이 장면을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했다. 그리고 에서 엠마가 돼지를 도살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래, 아무리 동물이라도 아무리 육식을 한다 해도 최소한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거다.)

이 영화는 로맨스영화로 이름을 날린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서툰 희망따위도 던져주지 않는다. 육가공공장을 시찰하고 소를 납품했던 전 농장주를 찾아가고 중간상인을 만나면서 '빅 원'의 성공 뒤에 감춰진 쇠똥보다 더러운 진실을 접한 돈은 진실을 회사에 보고할 것인가를 두고 잠시 갈등은 하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공범자의 길을 택한다. 멕시칸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팔다리가 잘리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아야 하는 아메리카의 노동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건넌다. 자본주의의 불의에 맞서 항거하겠다던 앰버를 비롯한 젊은이들의 열띤 바람은 우리를 부수고 풀어주었는데도 꼼짝않는, (스스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벗어날 능력을 잃은 기업의 생리처럼) 이미 갇혀지내는 게 익숙해져버린 소떼들 앞에서 허무한 해프닝으로 끝나 버린다. 잔인하기 짝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해진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다. 광우병에 대해 확률을 짚어가며 위험성도 거의 없는데 왜 그리 유난을 떠냐는 이들의 논리는 이 영화 속 미키버거와 그 육가공업체의 논리와 닮은꼴이다. 그들의 논리 속에는 인간과 생명이 들어있지 않다. 단지 효율과 이윤창출의 계산법만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왜 소에게 광우병이란 질병이 생겼으며 그것이 인간광우병으로까지 번지게 되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과 생명을 짓밟은 비정한 시스템 위에서 만들어진 상품은, 그것이 아무리 뻔지르르한 브랜드와 포장으로 겉모습을 달리한다 하더라도 쇠똥만도 못한, 심지어 광우병이라는 희대의 불치병을 유발할 수 있는 비극으로 돌아온다는 것부터 각인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