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여자는 헤어짐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 그럼 내일 보자.
말을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 남자.
여자는 다급히 잡아봅니다.
- 저기..
다행히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고
남자의 숨소리를 확인한 여자는 말을 합니다.
- 저기.. 우리 내일.. 인사동에서 만나면 안될까?
멀어서 싫어하는 건 아는데..
그런데 여자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남자가 선뜻 그럽니다.
- 그래, 그럼 거기서 보자.
그리고는 또 다시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는 남자.
여자는 한번만 더 잡아봅니다.
- 그리고 있잖아..
그리곤 다시 숨을 죽여 남자가 아직 전화기를 들고 있음을 확인하고는,
- 그리고 그거.. 그때 내가 니 차에 놓고 내렸던 CD들 내일 갖다줄래?
내일 안받으면 영영 못 받잖아. 다시 그것 때문에 전화할 수도 없구..
남자는 이번에도 선뜻 그러겠다고 합니다.
- 니 물건들 다 챙겨갈게.. 걱정마.
여자는 입술을 꼭 깨물고, 남자의 지독하게 담담한 목소리를 듣습니다.
참 지독하다. 정떨어질 만큼,
담담하다. 그래도 정이 안떨어지니..
내 마음이 더 독하다.
'다시 붙잡으면 화내겠지?'
여자는 이제 정말 전화를 끊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남자가 주춤대며 말합니다.
- 내일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여자는 잠시 대답을 못합니다.
전화를 끊을 줄 알고 방심한 탓에 이미 눈물은 막 나고 있어서
간신히 숨을 고르고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목을 고르고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얼굴을 억지로 웃어 보이며 그럽니다.
- 버리기 전날 맛있는 거 사주는거야?
꼭 헨젤과 그레텔같다. 해달라는 것도 다해주고..
몇 초간 아무 소리도 없는 전화기 저쪽.
한참만에 남자는 웃지도 않고 말합니다.
- 잘 자라, 내일 보자.
전화는 끊어지고 여자는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제야 반항합니다.
- 싫어. 안잘꺼야. 지금 자면 슬픈 꿈이나 꿀텐데 뭐..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했는데..
헤어질 땐 한 사람만 아플 수도 있을지..
그럴 순 없을 거라고,
그대도 조금은 마음이 아프긴 할거라고,
헤어지기 전날 밤.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