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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사랑을 말하다 -

김종수 |2008.07.23 15:43
조회 294 |추천 11


'나는 문자를 못받았네' '나는 분명히 보냈네'

'보냈는데 왜 나는 못받았냐' '난 분명히 보냈는데 그럼 어쩌냐'

그런 걸로 다투기 시작한 두 사람.

하지만 어쩌다보니 말싸움은 감정싸움으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넌 매번 그런 식이야' '뭐가 매번이야'

'저번에도 그랬고 또 저번에도 그랬고'

'너야말로 어떻게 매번 지나간 이야기를 해'

 

여자는 심술이 잔뜩 난 표정.

남자는 '또 시작한다. 시작해' 하는 짜증 난 표정.

하지만 사실 이쯤되면 마음속에서 서로 그런 생각이 들긴 하죠.

 

에잇, '그냥 내 전화기가 이상했나봐' 그러고 말걸...

그냥 '그러고보니 보내려나 말았던 것 같기도 해' 그러고 말걸...

그렇다 해도 지금 이렇게 팽팽해진 분위기에

누가 먼저 말을 거두기도 못한 상황.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어디론가 빨리빨리 걸어갑니다.

 

- 야, 말하다 말고 어디 가?

 

황당한 얼굴로 따라가는 남자.

싸우다 말고 여자가 갑자기 들어간 곳은 커피전문점.

어이없어 하는 남자.

하지만 여자는 눈도 깜짝 안하고 말하죠.

 

- 나 목마르단 말야. 일단 이거 마시고 처음부터 다시 얘기해.

 

그러더니 여자는 가방을 뒤져 지갑을 꺼내고

지갑을 꺼내 다시 뭔가를 막 뒤집니다.

그러더니 쿠폰을 두장 찾아들고

 

- 뭐 마실거야?

 

남자는 대충 대답하죠.

 

- 아무거나. 에이, 그냥 아이스커피.

 

그 말에 갑자기 여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 허리에 손을 딱 얹더니

 

- 지금 장난해? 나 도장 20개 다 모았단말야.

아무거나 마실 수 있는데 제일 비싼 거 시켜야지.

겨우 아이스커피 먹으면 어떻게 해?

 

그리곤 카운터로 총총 걸어가더니

직원에게 꼼꼼하게도 물어보고 있는 그녀.

 

- 이거 4월 30일까지라고 되어있는데 진짜 오늘까지 써야되나요?

제일 비싼 게 프라프치노 맞죠? 제일 큰사이즈가 뭐예요?

생크림 가득 올려주세요.

 

싸우다 말고 참 알뜰하게 주문하는 그녀.

뒤에 서있던 남자는 그냥 웃을 수밖에 없죠.

한참만에야 주문을 끝내고 꽤 만족스러운 얼굴로 뒤돌아서는 그녀.

웃고 있는 남자를 발견하자 수상쩍다는 얼굴로 그럽니다.

 

- 왜 웃어? 우리 아직 덜 싸웠거든?

 

- 아우, 이 생활력. 내 여자친구 짱.

 

오랜만에 우리 처음 그 날을 생각합니다.

막 제대해서 핸드폰이 없었던 나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주겠다며

내 손바닥에 싸인펜으로 번호를 적어주던 그대.

그리곤 번지면 안된다며 호호 손바닥에 바람까지 불어주던 그대.

정말 그대가 나를 하나도 봐주지 않을 때

그래서 가끔 피곤하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오려 할 때

나는 그때를 기억합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뻤는지..

대충대충인 나에게 그대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 짝인지..

 

내 여자 강하다.

그대가 최고다.

 

 

(사랑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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