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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신군환 |2008.07.26 12:57
조회 464 |추천 0

 

 

TV와 비디오가 극장으로 가던

사람들을 안방에 눌러앉게 만들었다면

라디오 역시 영상 매체에 청취자를 많이 빼앗긴 피해자다.

 라디오의 매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TV는 그 큰 덩치가 있어야 하지만

최근 등장한 DMB 제외 라디오는 꽤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렇게 쉽게 다가가

전국의 불특정 다수가 보내는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참 여러가지의 모습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TV가 대부분 각본대로 연출하고

어떻게 보면 'show'의 개념인데 비해 라디오는 진솔하다.

사연을 보낸이의 고민을

TV처럼 전문가가 나와 설명해 주지는 않지만

라디오는 마치 자신의 일인양,

해결은 못해주더라도 넉넉히 안아준다.

TV가 이성적이라면 라디오는 감성적이다.

그러나 라디오는 좀 낡은 것처럼 느껴진다.

라디오라는 어감도 그렇지만

난 왠지 라디오하면 조그만 카세트에

그 덩치와 비슷한 크기의 건전지를 테이프로

칭칭 감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유는... 모르겠다...

 

 

는 낡은 영화다.

영월이라는 고장도 옛스러운 곳이고

MBS 영월 지국의 12년여 정도 푹 쉰 기계도 낡았다.

그리고 주인공 "최곤 (박중훈)"과 "박민수 (안성기)"도

낡았다. 88년 가수왕 "최곤"은 아직도 지가 가수왕인 줄 안다.

"신승훈"과 "김건모"에게

전화를 걸어도 무시당하고

"김장훈"은 방송 중에 전화를 걸어 돈 갚으라고 할 정도로

"최곤"은 떨어질대로 떨어진 가수다.

88년 MBS 가요제전 대상 발표 후 대기실에서 나와

무대 문을 힘차게 열어 세상의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바로 이어지는 다음 장면에서)

호화스런 무대가 아닌 손님도

몇 안되는 커피숍 좁은 무대에서 흘러간 자신의 히트곡을

술 마시고 부르는 그런 한심한 아저씨다.

매니저 "민수" 역시 "최곤"만 챙기고

자신의 가족은 가게를 세놓아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한심한 아저씨다.

이 두 한심하고 낡은 아저씨가

낡은 고장 영월로 들어가 낡은 기계로 라디오를 진행한다.

당연히 영화도 낡게 느껴진다.

낡았다의 의미는 [오래되어 삭다] 내지는 [오래되어 헤지다]이다.

그러나 는 [삭다], [헤지다]에서 오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오래되어]에서 오는 정겹고 따스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는 훈훈하고 감동적이다.

그 감동은 진실성에서 온다.

앞서 얘기했듯이 라디오는 진솔하다.

사연 하나나 허투로 읽는 법이 없다.

TV가 약간 형식적으로 보인다면 라디오는 진심으로 다가온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곤"과 "강석영 PD (최정윤)"이 형식적으로 만나 성의없게 방송할 때,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선곡했을 때 -

이 얼마나 상투적인 선곡인가-

영월 주민들은 노래 제목과 상반되게 라디오를 꺼버린다.

그러나 다방 "김양 (한여운)"이

울면서 방송을 듣지 않고 있을

엄마에게 보고싶다는 진솔한 고백을 할 때 부터

"최곤"과 "강 PD"는 진심으로 방송을 한다.

그들은 성의껏 방송을 하지는 않지만

진심을 다해 방송함으로서 라디오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공개 방송까지 한 후

전국 방송이 된다. 얼마 진실된지 전화 연결한 청취자가 팬이라서 매일 듣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이 없다보니 매일 듣는다고 말 할 정도의 방송이다.

이렇게 "최곤"은 자기하고 싶은말

다하면서 솔직 담백한 방송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곤"과 "민수"는 이해 관계로 맺어진 사이가 아니다.

물론 "민수"가 크게 큰 매니저가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둘은 그냥 나이차 좀 나는,

형 동생하는 친구다.

무슨 말을 해도 이해가 되고 서로를 욕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헤아리는

그런 친구다. "최곤"은 "민수"가

없으면 할 줄 아는 것이 없을 정도로 "민수"에게

의지하면서도 미안해 하지않고

"민수"는 그런 "최곤"을 군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둘이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계산적으로 다가선 '스타 팩토리'의 "최 사장"은

"최곤"과 계약하지 못한다.

인간 "최곤"을 본 것이 아니라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쌍팔년 가수왕 "최곤"의 시장 가치만을 본 까닭이다.

그리고 "최곤"은 자신을 떠난 "민수"를 진심으로,

정말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돌아오라고 호소한다.

진실성이란 어떤 사람을 막론하고,

말하지 않아도 모두를 관통하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장소적 역할도 그렇다.

영화에 나오는 영월의 모습은 쉽게 말해 촌이다. "민수"가

아파트 들어섰다고 촌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모습은 여지없이 촌이다.

여기에는 디지털이 없다.

약간 기계화된 맷돌이 있을 뿐, 자판기 커피도 없다.

-사람들은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 마시고

방송사에서도 커피를 타 마신다. "강 PD",

"제가 타 드릴께요"- 모든 것이 수동이고 옛 방식이다.

이것이 정겹다. 영화에서

라디오 음악이 방송되면 영월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는데

이건 러닝 타임을 날로 먹으려는 것도 아니고

보여줄 장면이 없어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들을 보여줘 정겨움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것이다.

E-Mail보다 손으로 쓴 편지가 더 좋은 이유는

편지에 더 정성이 담겨 있고 정겨우며 진솔하기 때문이다.

정겨움과 진솔함.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 약점이자

가장 훈훈한 감정을 는 건드린다.

 

 

물론 유치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다.

"최곤"의 윽박으로 집 나간 아버지가 다음 날 들어간다던지,

잠을 자는 줄 알았던 "민수"의 부인 "순영"이 돌아오라는

"최곤"의 방송에 "가라, 나 "최곤"팬클럽 회장이다.

안 가면 애들 푼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감동을 주기 위한

억지로 보이기도 한다.

꽃집 총각과 농협 처녀가 맺어지는 것도,

할 일 없다던 백수가 "최곤"의 말대로 태권도 학원

기사가 된 것도 상투적이다.

그러나 는 헤헤거리며 그냥 넘어간다.

또 그걸 보는 우리도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다.

감동에는 약간의 유치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숨김'을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는 가슴을 열어젖히는 영화이다.

에는 '진심'이 있다.

내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가슴 따뜻하게 하는,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오게 하는 그런 영화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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