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체온을 아직 기억한다.
그리고 너의 머리 냄새도 냄새라고 표현해서 좀 그렇지만
샴푸나 비누향 말고 너의 머리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런 게 있다.
내가 느끼는 것.
달달하고 은은한데 인간적인 것.
키스할 때도 그렇지.
사탕같은 걸 깨물어먹고 난 뒤에도 레몬맛이나 딸기맛이 날 수가 있겠지만
그거 말고 네 입술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 그런 게 있다.
입에 쓴 맛이 남아있다며 숨을 내뿜지 않을 때 그럴 때도
내게 전해져오는 달달하고 은은한데 인간적인 것.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구름같아서 여기저기 흘러 떠다니고 만질 수가 없지만
사람의 몸은 실재하니까, 곁에 둘 수 있으니까, 볼 수 있으니까,
더 생생하고 그래서 추억은 더 강렬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곁에 둘 수 있는 너라는 사람만을 원하기도 한다.
마음 따위야, 인간의 나약한 정신 따위야, 누가 가져가 버렸든 상관 안할테니까.
어디선가는 이런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신랑과 신부가 아무말도 없이 한시간동안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보는 결혼식.
물론 상상해보면 그것도 참 고되겠지만,
그래도 약간 그럴싸하던 느낌도 들고 왠지 의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린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일분도 못가서 서로 쿡쿡 웃어버렸을 거다.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건 서로 못 참아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는 건 그 때 더 많이 봐둘 걸.
더 많이 눈에 넣어둘 걸.. 볼 수 있었을 때 실컷..
그리고 주머니의 손 넣고 있을 시간에 더 많이 네 손을 잡고 있을 걸..
사람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이 피부라고 들었다.
피부는 우리가 모르게 끊임없이 벗겨지고
4주마다 한번씩 완전히 새로운 피부로 바뀌는 거라고.
그렇구나.
내 손에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네 피부의 체온과 흔적 같은 것들..
너도 나도 사실은 다 버린거로구나..
우린 다시 새로운 피부로 살아가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