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8.08 23:20
독립 의지 포기하지 않는 한 마찰 계속될 듯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8일 그루지야 자치 영토인 남오세티아 공화국의 독립 문제가 결국 영토 통합을 바라는 그루지야와 남오세티아를 측면 지원해 온 러시아 간 전쟁으로 번지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그루지야 군은 남오세티아와 휴전에 합의한 지 수 시간만인 8일 새벽(현지시간) 남오세티아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고 이 공격으로 주민과 러시아 평화유지군 등 수십여 명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이날 오후 러시아 전투기들이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에서 25km 떨어진 바지아니 공군 기지를 공격한 데 이어 일단의 러시아 군 병력과 탱크 등 군 장비가 남오세티아 수도 츠힌발리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전쟁이 시작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사실상 전쟁 상황을 시인한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남오세티아 내 러시아 국민의 생명이 위태롭게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간 대규모 무력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루지야 내 자치공화국 문제가 옛 소련에서 떨어져 나온 러시아와 그루지야 간 전쟁으로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개입된 이번 사태가 1991년 그루지야 정부군과 남오세티아 반군 간의 전쟁 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인구 7만명에 룩셈부르크보다 조금 큰 면적의 남오세티아는 1991년 러시아에 속한 북오세티아 공화국과 통합하기 위해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 18개월 간 정부군과 내전에 들어갔고 1994년 러시아 평화유지군 주둔을 조건으로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 못한 남오세티아는 친미 성향의 미하일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취임 직후 영토 통합을 추진하면서 그루지야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고 지난 2월 코소보 독립에 자극받아 본격적으로 독립을 시도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어떻게 든지 벗어나려는 그루지야로서는 남오세티아와 또 다른 자치 영토인 압하지야의 독립 움직임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일 압하지야가 완전 독립하거나 남오세티아가 러시아의 북오세티아와 합병할 경우 영토적 손실로 인한 국력 쇠퇴는 물론 흑해와 카스피해의 풍부한 자원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바쿠(아제르바이잔)-티빌리스(그루지야)-세이한(터키) 송유관 중 약 100km가 남오세티아를 지나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2003년 장미혁명을 통해 대통령에 오른 사카쉬빌리도 올 초 대선에서 간신히 연임에 성공하긴 했지만 국민들의 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영토 회복에 나서고 있다.
반면 주민 80% 이상이 러시아 시민권자로 러시아 여권과 화폐(루블)를 사용하고 있고 투표권도 행사하고 있는 두 자치공화국은 더 이상 그루지야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완전한 독립 내지는 자신들을 줄곧 지원해 주고 있는 러시아에 편입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루지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도 이들 자치 공화국의 합병이 결코 싫지는 않다.
물론 이 경우 정전협정 체결 후 두 지역에 주둔 중인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이들의 분리.독립을 부추기는데 이용됐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결국 두 자치공화국이 독립 의지를 쉽게 꺾지 않는 이상 국제사회가 발벗고 나선다 할 지라도 이번 사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친미 정권이 들어선 데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하던 러시아는 지난 2006년 그루지야가 러시아 정보장교 4명을 체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양국을 왕래하는 항공, 선박, 육상교통, 우편 업무를 중단시켰다가 올해 초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자 이를 해제했다.
하지만 그루지야의 최대 수출품인 포도주 수입은 여전히 금지시키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군사 전문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서로의 희생을 최소화는 방안을 모색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날 남오세티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며 나토와 유럽연합(EU)도 무력 충돌 중단과 즉각적인 협상을 양측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