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리얼 수퍼히어로 배트맨①- History of THE BATMAN

이강율 |2008.08.09 15:56
조회 109 |추천 1

● 배트맨이 완성한 수퍼히어로의 세계

배트맨이 세상에 나온 지 70년이 됐다. 시대가 계속 변하면서 배트맨 캐릭터의 의미도 계속 변해왔다. 이런 캐릭터의 유연함이 장수의 비결이 됐다. 배트맨은 그동안 어떻게 주목받아 왔을까?

1. 만화 배트맨의 간단한 역사

 

 

선배는 수퍼맨이다. 빨갛고 파란 쫄쫄이 의상을 입은 크립톤 행성 외계인이 DC 코믹스(당시 내추럴 퍼블리케이션)의 첫 번째 수퍼히어로다. 지구에선 ‘클라크 켄트’라는 어리바리한 기자로 살아가지만, 변신만 하면 절대적인 초능력을 발휘했다. 수퍼맨이 급부상하자 출판사는 에디터들에게 또 다른 수퍼히어로 캐릭터 아이디어를 요구했다.

소속 아티스트였던 밥 케인은 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행 모형을 짬뽕해 ‘배트맨’이란 캐릭터를 스케치했다. 단순한 가면을 쓰고 엉성한 날개를 등에 단 남자가 초기 모델이었다. 의상은 수퍼맨과 동일한 쫄쫄이. 부츠를 신었지만 장갑은 끼지 않았다. 스토리 작가였던 빌 핑거가 가면을 박쥐형 모자로, 날개를 망토로 대체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의 말에 따라 의상 컬러가 회색과 검은색으로 결정됐고 장갑도 생겼다.

가면 속에 숨은 남자의 이름은 브루스 웨인. 억만장자 사업가로 자선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바람둥이라는 설정이 더해졌다. 완성된 캐릭터는 1938년 5월 27호에 첫선을 보였다. 1940년부터 배트맨 단독 주인공 만화가 시작됐다. 사람을 죽이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이 인간적인 수퍼히어로는 곧 만화계 수퍼스타가 됐다.

수퍼맨과 배트맨은 영웅의 세계를 개척하며 ‘만화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을 둘러싼 각종 캐릭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조커, 캣우먼, 리들러 등이 고담시를 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어두운 분위기를 피하자’는 쪽으로 흘러갔고, 배트맨의 색채는 보다 밝아졌다.

1960년대는 배트맨이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 시리즈로 진출하면서 최고의 인기를 확인했던 시절이다. 동시에 원초적인 어두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유치한 인공미가 부각되는 바람에 배트맨의 본질에 대한 왜곡이 심했던 때이기도 하다. 한없이 가벼워지는 배트맨을 극적으로 구출한 사람은 의 아버지, 프랭크 밀러였다. 1986년 발매된 그의 는 쉰 살이 된 배트맨의 이야기다.

이듬해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이 발매됐다. 배트맨의 기원을 다시 탐구하는 이야기는 한층 심오한 드라마로 진화했다. 이후 실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배트맨의 세계를 확장시켰다. 브라이언 볼랜드와 앨런 무어의 (1988), 짐 리와 제프 롭의 (2003) 등이 그 작품들이다. 배트맨의 세계는 지금도 계속 그려지고 있다.

2. 배트맨의 매력: 부서지기 쉬운 이중성

 

으로 처음 메이저 스튜디오와 영화 작업을 했던 팀 버튼 감독은 “은 고독에 관한 이야기다. 일관되지 못한 자아에 관한 것이다. 도시를 구하는 영웅에 대한 것이 아니다. 양면성에 가깝다. 바람직한 충동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로 통합되진 못한다. 그래서 우울하다. 반면 조커는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대표한다”고 믿었다.

팀 버튼 감독을 거치면서 배트맨은 철학적인 가치를 얻었다.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체를 가려야만 하는 배트맨은 인간의 이중성을 반영한 캐릭터였다. 과 에서 팀 버튼 감독은 배트맨의 적들을 주인공만큼 부각시키며 배트맨의 처지를 대비시켰다. 거침없이 사람을 해치고 다니는 조커나 캣우먼, 펭귄맨은 배트맨보다 자유로워 보였다. 오히려 배트맨이 갑옷 같은 수트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다.

팀 버튼 감독이 떠나면서 영화 시리즈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발 킬머, 조지 클루니가 새로운 배트맨이 되고 캐릭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코스프레 쇼’ 이상의 감흥을 전달하지 못했다. 퇴락하고 있던 배트맨 캐릭터에게 새로운 생명을 준 이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었다. 그는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독한’ 배트맨 연대기를 만들어냈다.

사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추며 배트맨 이야기를 ‘레전드’급으로 승화시키길 원한 감독은 배트맨의 탄생 이야기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브루스 웨인이라는 캐릭터가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시리즈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배트맨 존재에 대한 철학적 근거에 좀 더 확실한 주석을 달아준 셈이다. 가 개인적 트라우마가 사회적으로 외파되는 과정을 다뤘다면, 는 분열된 두 자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처절한 투쟁을 그린다.

배트맨은 어떤 수퍼히어로보다도 금욕적인 캐릭터다. ‘엑스맨’들은 각자의 개성을 숨기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은 비교적 가벼운 의무감으로 도시를 날아다닌다. ‘수퍼맨’은 근육을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마초적 기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나이트’(Knight)라는 별명까지 붙은 배트맨은 법과 정의 안에서 자신의 자유의지를 절제해야만 한다. 배트맨은 90년대형 안티히어로에서, 정의를 위해 개인을 버리는 숭고한 구원자가 됐다.

3. 인간적인 배트맨의 시대

 

무거운 배트맨이 완성되기까지는 프랭크 밀러의 역할이 컸다. 수퍼히어로 만화에 누아르의 정서를 가미한
은 와 의 주된 분위기를 배양했다. 영화 속에서 배트맨은 1930~40년대 필름 누아르 영화의 형사를 닮았다.

는 ‘선’을 지향했으나, 결과적으로 선에서 벗어나버린 수퍼히어로의 고뇌도 함께 담고 있다. 고담시는 점점 선과 악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그 안에서 뛰어다니는 영웅들도 쉽게 흔들린다. 절대선의 기준이 분명한 수퍼맨이었다면 이런 걱정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배트맨은 훨씬 인간적이다. 인간의 좋은 의지가 나쁜 결과를 낳는 건 비일비재하다. 배트맨은 평범한 사람의 시행착오와 함께한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배트맨의 위치가 달라진 점도 있다. 의 주된 공포 요소는 대중적인 테러로 가득 찬 도시의 풍경이다. 고담시는 팀 버튼 감독 시대보다 더 심하게 망가졌다. 배트맨이 혼자서 대항하기엔 힘이 벅찬 순간이 많다. 그래서 수퍼히어로의 무력감까지 더해진다.

와 는 배트맨을 ‘인간’으로 바라본다. 초능력을 타고 나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수퍼히어로가 될 것인가. 결론은 신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배트맨은 혼란한 시대를 이겨내는 자세를 전수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추천수1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