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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7월의 어느 주말 밤 이야기...

정현석 |2008.08.11 02:27
조회 71 |추천 0
한동안 대구를 멀리 떠나 있었던지라...3년만에 가진 대학 동창들과의 모임.....
 
그나마 1년에 한번 갖는 모임인데, 서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임날짜를 알리는 동창들의 공지 문자에도 미안하다는 답장만 세번째 보낸 죄역(?)이 있던 나로선 그동안의 밑보임을 만회하려  가장 먼저 약속장소에 도착하고...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윽고 하나둘씩 약속장소에 나타나는 동기놈들...
 
다들 서로의 인생사에 대해 뭐가 그리도 궁금한지...조잘조잘대는 지지배들...
 
(강의 시간에 절케 열정적이었음 시집이나 잘갔지...ㅉㅉ..)
 
한쪽에선 자기 잘난맛에 자랑만 늘어놓고 있는 사내녀석들...
 
개중엔 대학시절 내레포트를 대신 작성해주던 전과(?)가 있는 넘이 대부분이었단 생각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고...
 
사실 대학시절 야간알바를 하던 나로서는 다른 동기놈들 보단 조금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편 이었다...
 
학교 마치고 알바를 하고 있노라면 동기들은 내학번을 물어보기 위해 서로 경쟁하듯 나에게 문 자를 해댄다...
 
나로선 레포트로 인한 시간절약도 할수있고 내학번을 알아낸 행운(?)을 거머쥔 그넘은 담날 공 짜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으니...일석이조,누이좋고 매부좋고,또랑치고 가재잡고..^ ^;
 
나중엔 지학번은 몰라도 내학번은 기억하는 놈까지 있었으니...머...할말없다....
 
슬슬 어느정도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취하는 넘까지 생겨나고...
 
그와중에 인생사에 지친다며 술기운을 빌어 눈시울까지 붉히는 동기놈에...
 
보릿작같은 옛학창시절...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까지 토로하는 놈들이 있질않나... 그렇게 3년만에 참석한 대학동창회는 나의 예상대로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애초에 큰기대를 하고 온것도 아니었지만...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어차피 술도 좋아 하는 체 질이 아니라 더이상 거기 있을 필요가 없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난...옆자리 녀석에게만 살짝  귀띔해주고 자리를 일어선다...
 
그렇게 답답하기만 했던 술집을 나서선...주말인지라 조심하잔 생각에 대리를 부르게 되고...
 
앞서 말했지만 소주 반병이 취사량인 나로서는 대리운전을 부르는 일이 연례행사일 정도로 거 의 없다...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 한번씩 부를때면 대리 사무실에 잊지않고 꼭 부탁하는게 하나 있다...
 
"대명동 계대 정문앞인데요..젊은 기사분이나 여성 기사분으로 보내주세요..."
 
오해는 말았음 한다...한번씩 부르면 간혹 아버지뻘 되는 분이 기사로 올때가 있는데...그럴때면  어찌나 불편한지 모른다...아마 나 말고도 우리나라 대다수의 젊은 오너 드라이버들은 대부분 공 감하는 부분일 거다....
 
각설하고...그렇게 자조섞인 푸념을 늘어놓으며 갓길에 앉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기사를 원망 하는 나... 그렇게 하염없이 대리 기사를 기다리는데...20분이나 지났을까??
 
근처에 도착했다는 기사의 전화가 오고...이윽고 내앞으로 손을 흔들며 뛰어오는 기사...
 
그밤중에 봐도 젊은 사람의 뜀박질 자세는 아닌것 같고..얼핏봐도 머리가 희끗희끗...^ ^;
 
"이것들은 사람말을 X으로 아나?? 아주 그냥 이것들이.."
 
하루종일 풀리는 일도 없었던지라 나도 모르게 짜증섞인 표정으로 기사를 맞게 되고...
 
"주말이라 마땅한 기사가 없어서 그나마 젤근처에 있던 제가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하며 차키를 받아들고 내차로 뛰어가는 그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난 그다음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순간 굳어버리고 만다...
 
모임장소에서 집까지 거리는 30분거리... 그 30분동안 보조석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나...
 
차라리 술이라도 왕창 마셔서 인사불성이라도 될걸...아니 그많은 대리회사중에 하필 여기로 전 화 했을까..하는 별 갖은 잡생각이 머리를 휘어감는다...
 
       7년 전이었나..?? 
 
아부지랑 동업을 하시던 친구분이 한 분 계셨다...초.중,고교까지 아부지랑 동 창이셨던 분인데다 
 
형제가 없으신 아부지를 모신 나로선  유일한 삼촌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셨 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부지 일을 도왔 던 나에겐 엄연히  부장님이셨지만...일로 인해 아부지랑  불편해져 풀이라도 죽어 있을라치면 늘  퇴근시간에 먼저 다가오셔서...
 
"끝나고 삼촌이랑 술이나 한잔 하러 갈까??"
 
그랬던 분이셨고 퇴근 후만큼은 정말이지 적어도  "석아~", "삼춘~" 이라는 호칭이 더 편했었다...
 
그당시 삼촌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수입차를 몰고 다니셨는데 그런 명분(?)으로 아부지보다  삼촌이 괜히 더 존경스러워 보일정도로 나역시 철없던 시기였던 것  같다...^ ^;
 
그러던 분이 어느날 갑작스레 아부지와의 동업관계를 청산하셨고...아부지 역시 삼촌이랑 관련 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시는 눈치였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어서였을까...결국 얼마 가지않아 나역시 적성문제로 아부지에게서 독립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세월에 맞물려 자연스레 삼촌이랑은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몆년이 지난 지금 이순간... 20분째 보조석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내옆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앉아 계신다...
 
직장동료도 아닌 그렇다고 삼촌,조카사이도 아닌... 잔인할정도로 철저하게 대리기사와 취객(?)  입장으로 앉아있길 20분...20분이 이렇게 길었나??  너무나 긴 정적에 슬슬 불안해진다... "혹시 나를 알아보신건 아닐까??"
 
이따금씩 넣는 깜빡이 소리만이 조용한 정적을 깰뿐...삼촌 역시 아무말도 없으시다... 삼촌 차를 얻어탈때면 항상 느끼는 거였지만 삼촌은 주변에 차가 없는 경우에도 깜빡이를 넣는  습관이 계셨다..
 
그와중에 운전습관은 아직 여전하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니 나도 순간 정신줄을 놓은듯 했다.
 
간혹 기사들 중에 말이 많은 스타일도 있지만 조용히 운전만 하는 성향의 기사들도 있다는 걸  경험해왔던 나...
 
그동안 내가 봐왔던 삼촌역시 사실 과묵한 남자쪽에 가까웠다...그렇게 스스로 엄습해오는 불안 감을 떨쳐버린다...
 
집까지 남은 거리는 10분정도...불행중 다행히도 밤중인데다 차안 역시 어둠이 깔려 있어 아직  나의 신분에 대해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아 보이신다...그냥 7월의 한 주말 저녁...거나하게 취한  젊은놈 정도로 보고 있으신듯 하다..사실 나역시 그렇게 보이려 엄청 애쓰고 있었지만...
 
최대한 어두운 곳으로 유인해서 차를 인수 받은뒤 대리비 지불하고 들어오면 될듯 싶기도 했 다...정말 경우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 이순간 조수석에 술에 취해 앉아 있는게 나 라는 걸 삼촌이 알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평소 표정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당황하시는걸 여러차례 본일이 있기에... 그런 서로 민망한 상황만은 일단 피하자는 생각에까지 다다르자..이게 다 삼촌을 위한 길이라 생 각됐다...이런 상황에서조차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는 나의 융통성(?)과 정당방위성 임기웅변에  감탄하며... 난 오히려 경우에 밝은 넘이라는 자기최면을 걸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자위성 자기최면은 채 1분도 가지 않고...
 
분명 차를 탈때 우리집 주소를 말하지 않았던 기억이 불현듯 스친다... 의례적으로 기사는 손님 이 가려는 방향을 물어보게 되고, 손님은 집주소를 말해주는...간단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당연한  절차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로 약속이나 한듯 지금 내옆에서 정면만 응시하고 있는 50대 중년의 대리기사와 나는  그 간단한 절차를 생략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본능적으로 창밖을 쳐다보는 나...
 
아니길 바랬지만 눈치 없는 이넘의 차는 무엇에 홀린듯 우리 아파트 단지 입구를 유유히 통과하 고 있다...
 
그동안 대리를 이용할때마다 단지앞에서 항상 차를 세우곤 했는데...지금 내차는 내손으로 운전 하는 듯...우리 집 앞까지 가고 있는듯 했다...
 
그렇다 상황종료다...
 
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아닐거라 여기며 스스로를 위안 삼았던 불안한 현실이 눈앞에 나 타난 것이다...
 
차는 곧 집앞에 다다르고...또다시 몆초간의 정적이...
 
"어머니한테 안부나 전해드려라.."
 
한마디만 남기시고 내리시는 기사분..아니..삼촌...
 
곧 이어 아무말 없이 나도 따라 내리고...자정을 막 넘기는 시간...어두컴컴한 집앞...
 
"부장님!! 차비라도 하세요..!!"
 
지갑을 열지만 순간...실수란걸 깨닫는다...
 
이상황서 지금 내가 뱉은 멘트보다 삼촌을 더 비참하게 만들만한 멘트가 있을까??
 
삼촌은 또다른 콜이 왔는지 연신 만지작 거리던 PDA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신다...
 
"오늘 주말이라서 좀 바뻐..조만간에 한번 연락하마..."
 
그리곤 다시 돌아서시고...
 
"삼촌한테 부장이 뭐냐 이쟈식아~~"
 
오히려 민망함 섞인 죄송스러움에 들어가지 않고 서있던 내가 걱정 되셨는지...
 
가볍게 농담 한마디를 어깨너머로 던지시는 삼촌... 뒷모습이지만...그와중에도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대리운전 기사의 실루엣은 내가 걱정돼 보였나 보다... 깜깜한 집앞 주차장...돌덩이처럼 굳어버린 채 목에서만 맴도는 말을 되새기는 또다른  그림자.....  아무도 들리지 않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소심한 날 발견하게 되고... "조카한테 사장님이 뭐에여 삼촌!!"
 
  그닥 마시지도 않은 술인데도 불구하고 왜이렇게 취기가 오르는지....  갑자기 밀려오는 술기운에 잠을 청해보려 억지로 눈을 감아보지만....  오늘밤 따라 이노래가 귓가에서 맴돌며 떠날 생각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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