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기사는 과연 필요한 걸까?
배트맨 비긴스에서는 배트맨의 존재를 두각 시키기 위한 어둠(Dark)였다. 수많은 박쥐때를 빌어 배트맨 비긴스에서 한 영웅의 존재를 그야말로 스펙터클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영화에서 놀란 감독은 어둠 속의 그 존재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한 영화 평론가가 그 존재의 의미를 현실에 빌어 ‘배트맨=부시대통령’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사실 미국의 막대한 권력과 자본력은 세계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사실이다. 냉전 시대의 미국의 표상이 안경하나로 좌중들을 눈가림하려했던 ‘슈퍼맨’었다면, 뚜렸한 적이 없는 지금의 정세 흐름 속 미국의 모습은 자연스레 어둠의 기사 ‘배트맨’과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단순한 비교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영화에는 절대 반감을 갖지 말자. ‘조커 카드에 대한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으니까 말이다.
영화는 아이맥스 카메라까지 동원해가면서 시각적 쾌락에 충실하고 있다. 편집과 음향의 조화는 공간감을 배가 시켜 주며 ‘배트맨’ 이미지의 스펙터클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진일보한 블록버스터로 인정받게한 탄탄한 시나리오에 힘입어 영웅시리즈에 목말라한 관중에게 지금까지 겪지 못한 쾌감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려온 ‘조커’의 웃음소리. 아무나 내기 힘든 웃음소리를 히스 레져는 사래 걸릴 틈 없이 웃어 재낀다. 입맛 다시면서 이야기하는 그의 연기 속에 조커의 광기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뛰어 넘는다. ‘혼돈’의 상징이자 '자유'의 상징 조커.
사실 ‘배트맨’이 갖고 있는 자유는 위법뿐이다. 그의 가슴속 박혀 있는 윤리적 책임감은 영웅의 당위성을 부여하며 선한 자유인으로 대변된다. 스스로 악인으로 치부되어 쫓길 망정 자신이 애정을 갖고 자신이 깨끗하게 하려는 고담시 시민들에게는 순수한 영웅 이야기를 그리며 희망을 부여한다. 생각해 보면 대단한 애착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 정도의 애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결국 ‘고담시’가 결국 ‘배트맨’의 것이라는 말이다. (자기가 뭔데) 이러한 애착이 결국 광기의 조커를 낫게 했는데도 말이다.
조커는 사람의 이중성을 건드린다. 생각해보면 배트맨과 조커는 그야말로 숙적이 아닐 수 없다. 조커가 극중 건드리는 ‘이중성’은 배트맨의 표면적 모습이다. 단지 어디에 더 의미를 두고 살아가느냐는 결국 인간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윤리적 잣대 아래 보면 배트맨은 영웅으로 치부받을 만큼의 픽션적 윤리성으로 무장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조커의 경우, 그의 이중성은 지극히 계산적인 카오스에 있다. 그가 내세우는 카오스는 사회 심리학적으로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지는 프랙탈적 광기에 가깝다. 이렇게 보면 조커는 정신병자가 아닌 범죄자게 가깝다. 광대 마스크를 쓰고 카오스를 전면에 내세운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범죄자. 조커는 단순히 범죄자가 직업이었을 뿐이다. 정말 돈에는 관심 없는...
이런 조커의 등장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배트맨의 존재에 있다. 그의 강력한 존재감이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조커 까지 등장하게 됐다. 증강에 이은 또 다른 증강. 참 재밌는 건 이런 사실이 인류 역사적으로도 꾸준히 이루어졌던 행위였다. 당연히 생각나는 것이 ‘전쟁’에 얽힌 인류 발전사지만 너무 언급하지 않기로 하겠다.
아무튼 이러한 악당에 의해 양지의 영웅으로 치부받던 하비덴트는 조커에 의해 여지없이 흔들린다. 배트맨처럼 냉혈한은 아닌지라 사랑스런 연인의 희생에 하비덴트는 그의 광기를 세상에 드러내버리고 만다. 이러한 점에서는 분명 조커의 승리. 그의 광기를 전염시키기에 하비덴트와 배트맨이라는 두 영웅은 분명 커다란 촉매제였으며 조커의 범죄는 이런 가능성을 등에 없고 더 대담해진다. 하지만 픽션이 제약한 배트맨은 인간이길 떠나 신화적 영웅으로 조커의 무패행진을 저지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시나리오의 논리성은 강력한 기사 위에 강력한 악당이라는 순환적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어둠의 기사가 필요해? 없으면 이러한 해프닝도 없지 않을까? 미국이 필요해? 없으면 게릴라도 없고 세상 조용하지 않을까?
현실적으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없는 문제지만 이렇게 까지 생각하게 한 블록버스터가 그동안 얼마나 있었던가? 탄탄한 시나리오가 던지는 세계적인 스펙터클에 모두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