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8월 14일, 중국이 24년간 여자 양궁의 정상을 지켜온 한국을 개인전에서나마 110:109로 격파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중국으로서는 여자 양궁 개인전 이래 한국 이외의 최초 금메달 취득 국가가 되었고 장 쥐안쥐안 선수는 4년간의 오랜 노력의 보람을 쟁취했습니다. 이 올림픽 경기장에서 4년 동안 장 선수의 피나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한국으로서는 안타까우나 중국으로서는 개가를 올린 순간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번 북경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공을 들였고, 중국 국가의 위신과 선수들의 안전, 이것들을 포함한 성공적인 올림픽을 위해 박차를 가했습니다. 현재 중국은 중국 선수들의 분발 덕분에 미국 및 여러 호적수들을 굉장한 수의 메달 수 차이로 제치고 부동의 1위에 군림해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올림픽 이전 사람들이 그토록 염려한 테러 사건도 북경 안에서나마 다행히 없었습니다.
중국은 일단은 성공적인 올림픽을 진행하는 와중에 우수한 성적을 보이며 세계 무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르고 있습니다. 중국 선수들은 역도에서의 선전과 싱크로 다이빙 석권, 그리고 한국의 독무대인 여자 양궁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개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영광된 전승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허나 이번 올림픽으로 인해 발산된 중국의 영광과 위신에 암영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올림픽 성공보다 더욱 중요할지도 모르는 문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는 걸 중국인들과 상당수의 외국인들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양궁에서 금메달을 얻고 다른 종목에서도 중국의 위력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허나 시합을 지켜본 외국 관중 일부의 표정은 언제나 어둡고 찌푸려져 있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제대로 된 올림픽 시합을 본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북경 올림픽은 세계인이 즐기는 평화의 축제가 아니라 중국인들만 즐기는 광란의 축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대결 중 중국 관중들은 일본 선수들에게 중국어로 욕설을 퍼붓고, 한국과의 양궁 시합 도중에 호루라기를 불고 야유를 터뜨리고, 경기 도중 조용히 할 줄 모릅니다. 중국 관중은 자신들의 역할을 자국 선수 이상으로 치켜올려 경기를 지켜보고 선수를 격려하는 게 아니라 자국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타국 선수를 방해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축제에서 금쪼가리 몇 개를 얻기 위해 타국 사람들과 언쟁을 하는 건지 아니면 응원을 하는 건지 분간하기도 힘듭니다.
한국-일본 월드컵이나 예전 대부분의 월드컵에서 늘 매스컴에 등장하며 외국 언론의 조명이 비춰진 건 선수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든 꼭 개최국의 관중 문화와 매너는 언제나 신문과 뉴스의 한 구석을 차지했습니다. 2002 한국-일본 월드컵에 있어서 열광적인 한국 응원 문화는 세계의 정평을 받았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경기하지 않는 시간대에 독일인들의 생활과 문물, 월드컵에 대한 인식과 외국인을 대하는 모습이 아주 상세하게 소개되었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방송에 있어 호주의 문물과 호주인들에게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런데 북경 올림픽에서는 북경의 야경과 테러에 대한 방비, 그리고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 관공서의 방침은 자주 언급하고 간혹 중국인들의 생활도 언급하지만 중국의 응원 문화와 외국인들을 대하는 중국인의 태도, 경기장에서의 중국인에 대해서는 하등의 언급이 없거나 아예 빈축을 사고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 뉴스 기자들이 대서특필하고 한국인들이 강한 인상을 받는 중국인의 모습은 예의바르고 개최국다운 매너를 내세우는 중국인이 아니라 타국 선수와 관중은 안중에도 없는 것마냥 날뛰는 중국 관중이었습니다.
외국 선수들도 중국인들이 어떻다느니 하는 언급은 전혀 없습니다. 한일 월드컵이나 다른 국제 규모의 큰 경기에 있어 선수들이나 스태프들이 몇 번씩은 꼭 언급하곤 했던 것들이 중국 올림픽에는 전혀 없습니다. 외국 선수나 기자들이 그나마 중국 올림픽에 대해 입을 열면 도핑 체제가 너무 불편하다느니 중국 기자들이 참으로 실망스러운 텃새를 부린다느니 하는 게 전부입니다.
중국이 올림픽을 치르며 많은 메달을 취득하고 수많은 경기와 시합에서 승리하여 국위를 선양하며 안전한 올림픽을 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이 생각지도 못한 손실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과연 올림픽이 끝나고 훗날 사람들이 북경 올림픽을 회상할 때 어떤 추억을 가지게 될까요? 중국 관중들의 매너에 실망했다느니 중국 기자들은 취재를 하는 건지 텃새를 부리는 건지 모르겠다느니 북경 올림픽에 관중으로 가서 중국 국내 대회를 취재하고 온 느낌을 받았다는 식으로 기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상당수의 사람들이 현재 북경 올림픽에 가지고 있는 기억은 부정적인 것임에 분명합니다.
장 선수, 오늘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쟁취했습니다. 장 선수가 지난 4년간 피나는 연습해서 여자 양궁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건 한국인으로서 아쉽지만 올림픽 정신으로 말하자면 축하해주고픈 일입니다. 박 선수도 아마도 이와 비슷한 생각으로 장 선수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운 경기를 마쳤을 겁니다. 허나 장 선수를 비롯한 중국 선수들이 얻은, 절대 녹스는 일 없다는 금으로 만들어진 메달이 비상식적이고 예절을 차를 줄 모르는 중국인이라는 습기에 녹슬어가고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중국 선수들이 목에 건 금메달이 중국 선수들의 얼굴과 상반되는 암영을 지닌 건 그 때문이 아닐까요? 상당수의 사람들은 중국 선수들의 업적과 이들의 성과를 생각해내며 세계에 내놓아진 중국인들의 정신 또한 생각해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암영이 드리우는 금메달이 빛을 조금이라도 낼 리가 없습니다. 중국인들은 시합과 호승심에 도취되어 열광한 나머지 스스로 북경 올림픽이 올림픽인 이유를 자신들의 손으로 어그러뜨리고 있습니다.
로스트 인 베이징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금 중국이 겪고 있는 또 다른 로스트 인 베이징, 중국은 북경 올림픽을 치르며 무엇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요? 혹시 자신들이 쟁취한 성과에 심취한 나머지 더욱 중요한 걸 완전히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중국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며 경쟁심과 호승심에 눈이 멀어 올림픽을 단순한 육체적 장기 겨룸 정도로 만들어놓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기원전 8세기부터 시작된 올림픽은 그리스에 자리잡은 폴리스 국가들의 잔치였습니다. 많을 때는 수백 개였다는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노상 전쟁을 하거나 분쟁을 하다가도 올림푸스 산기슭에 모여 신들에게 자신들의 경기 대회를 바치곤 했습니다. 올림픽 도중에 그리스인들은 결코 서로 싸우지 않았습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나고 아테네가 참패한 이후에도 아테네는 언제나 그랬듯이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이렇듯이 고대 올림픽에서부터 전해진 올림픽 정신이라는 건 승패와 우열에 연연하지 않는 평화의 축제를 즐기는 정신이었습니다. 다른 문명권이라 중국인들은 이 정신을 납득하지 못한 걸까요? 중국 관중들이 올림픽 대회 관중석에서 보인 태도는 올림픽 개최국 관중들의 응원이라기보다는 투견이나 검투사 경기를 지켜보는 투기꾼들에 가까웠습니다.
재삼 말하지만, 개최국의 시민들인 중국인들이 보여준 비매너적이고 배타적이며 편파적인 응원 문화는 역대 올림픽 도시가 선수로 참가한 올림픽에서 북경 선수의 실격을 유발했을 뿐입니다. 메달 수와 순위 수를 떠나 북경 올림픽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예절이 결여된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는 중국 응원 문화가 2008년 로스트 인 베이징입니다. 중국 관중들이 금메달 손에 쥐고 기뻐하는 순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은 북경에서부터 멀어지고 있을 겁니다.
출처 네이버2008베이징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