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국화 기자]올해로 4회째를 맞는 'ETP FESTIVAl 2008'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14~15일 양일간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국내외 록 뮤지션 22개 팀이 참여했고 약 3만 5천여 명의 팬들이 공연을 관람했다. 매회 규모가 커지고 라인업도 탄탄해지며 인지도도 높아지는 만큼 다양한 사건사고로 잊지 못할 추억 거리를 남겼다.
사상 최대 물량과 스태프 동원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뮤지션 마릴린 맨슨, 더 유즈드, 데스 캡 포 큐티, 드래곤 애쉬 등이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록페스티벌 사상 최대의 물량 공세를 쏟아 부었다.
무대를 위해 지난 7일부터 3000여 명의 스태프들이 동원 됐으며 투입된 장비만 8톤 트럭으로 150대에 이른다. 장비의 무게만 총 1200톤에 달하는데 이는 마이클 잭슨의 국내 공연 1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력 또한 어마어마해 300KW 발전차가 20대 가량 들어와 총 6000KW의 전력이 소비됐다. 무빙 라이트도 200대 이상 투입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4일 공연자들은 이 화려한 무대에 설 수 없었다. 15일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축입이 철저히 통제댔다. 이날은 잠실야구장 야외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공연했으며 일부 가수들은 공연이 끝난 뒤 “우리도 멋진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폭우로 예상치 못한 안전 사고14일 공연이 폭염으로 고생스러웠다면 15일 공연에서는 갑작스런 소나기로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우천시를 대비했지만 짧은 시간, 예상보다 많이 내린 비 때문에 합선돼 폭죽 사고가 발생했다. 특수효과를 담당하고 있는 한 스태프가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를 받았다. 한편 제작진은 사고 후 “공연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위해 폭죽 사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해외 뮤지션들, 한국어 한마디쯤은 기본이날 참여한 대부분의 해외 무지션들이 한국어를 못하지만 간단한 인사말을 준비했다.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라는 기본적인 인사말은 제법 정확한 발음으로 구사했다. 몽키 매직은 “이 기타 한국 거다. 서태지씨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또 올게요”라며 즉석에서 팬에게 기타를 선물하기도 했다. 맥시멈 더 호르몬은 종이에 적은 걸 보면서 “한국 말은 모르지만 음악으로 통할 수 있어요”라고 어색한 발음으로 마음을 전했다.
광복절에 ‘아리가또’ 외친 짓궂은 더유즈드록 뮤지션들의 짓궂은 장난은 어쩔 수 없었다. 15일은 일본에서 해방된 광복절이고 최근 독도 문제 등을 일본과 껄끄러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더유즈드가 공연 후 ‘아리가또’(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에 관객들은 야유를 퍼부었고 더유즈드는 웃으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서태지 공연에 빠질 수 없다! 양현석, 김종서, 넬 등 참석이날 음악 팬들 뿐만 아니라 많은 연예인 역시 큰 기대를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서태지의 음악적 동지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종서는 일찌감치 공연장을 찾아 “끝날 때까지 공연을 관람하겠다”고 전했다. 김종서와 함께 ‘행복합니다’에 출연하고 있는 이훈도 뒤늦게 합류해 두 사람은 나란히 공연을 관람했다. 넬 역시 공연장을 찾았으며 양현석 역시 편안한 차림으로 공연을 즐겼다. 이 밖에도 한지혜, 이하나, 아역배우 심은경 등 많은 연예인이 공연장을 찾았다. 재미있는 것은 심은경양에게 “친구들은 모두 SM 공연에 갔을 텐데 왜 가지 않았냐”라고 묻자 “내 취향이 아니다”고 답한 것이다.
하드할수록 더욱 열광하는 팬들팬들은 무더위와 상관없이 하드한 그룹이 나올수록 더욱 열광적으로 무대를 즐겼다. 몽키 매직의 ‘Fly' '소라와마루데’등 말랑말랑한 노래가 나오면 멜로디를 음미했으며 맥시멈 더 호르몬, 더유즈드 등이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지치는 줄 모르고 뛰었다.
서태지가 부른 ‘이제는’에 눈물 흘리는 팬들페스티벌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서태지는 1992년 발표한 1집 수록곡 ‘이제는’을 정말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선보였다. “이제는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그는 변하지 않는 미성을 마음껏 발휘했으며 팬들은 옛 생각에 잠기며 추억을 공유했다. 많은 팬들이 자신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역시 마릴린 맨슨, 바지 벗고... 파격 무대이날 공연의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마릴린 맨슨의 무대였다. 기행에 가까운 퍼포먼스, 파괴력 넘치는 사운드로 팬들을 매료시킨 마릴린 맨슨의 무대는 명성 그대로였다. 짙은 분장과 검은색으로 의상을 통일한 그는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절규하듯 노래한 그는 도중 모든 라이트를 끄고 레이저 빔을 쏘는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가 하면, 윗옷을 벗거나 바지를 벗기도 했다. ETP FEST의 엔딩을 수 놓은 만큼 앵콜곡까지 이어진 그의 무대는 약 1시간 40분 가량 이어졌다.
잠실벌 찾은 8만 음악팬, 노점상도 싱글 벙글15일 잠실에서는 두 개의 거대 콘서트가 열렸다. 약 3만 5천명(추정)이 참석한 ‘ETP FESTIVAL 2008'과 4만 4천명(SM 집계)의 팬들이 찾은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모두 출연한 ‘SMTOWN LIVE’다. 두 공연 모두 야외에서 진행됐고 갑작스런 소나기가 내렸기 때문에 야광봉, 김밥, 물, 우비, 명찰, 손수건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즐비했다.
새벽 2시, 잠실 벌의 귀가 전쟁ETPFEST는 1박 2일로 진행됐지만 사실상 2박 3일 일정이었다. 14일 공연에 이은 15일 공연은 오후 11시 전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는 16일 새벽 1시가 넘어져 끝났다. 15일 공연에서 작은 폭발 사고로 스태프가 다쳐 한시간 정도 공연이 지연됐다. 게다가 마릴린 맨슨의 열정적인 앵콜 무대가 이어져 마릴린 맨슨 혼자 1시간 40여분 공연을 한 것이다. 중간에 귀가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킨 팬들은 대중교통이 끊겨 택시를 타야 했다. 잠살 종합경기장 앞은 택시를 잡으려는 수백명의 사람들과 택시, 불법 운행을 단속하는 경찰들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