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ㆍ스타 의존엔 한계
문화콘텐츠 전략 전환
정부-지자체-문화단체 연계
방송영상ㆍ관광 인프라 절실
한류스타 안재욱이 지난달 25일부터 2박3일 동안 강원도 인제군 미리내캠프에서 국내외 팬들과 함께하는 여름캠프를 진행했다.
‘포에버 서머캠프’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수만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는 아니었지만 국내팬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멕시코 등에서 모인 한류팬 4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장기자랑과 명랑운동회, 미니콘서트, 캠프파이어 등 알찬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이번 행사는 강원도와 인제군이 지원한 행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는 캠프를 찾은 한류 팬들에게 찰옥수수와 찐빵 등 특산품 등을 나눠주고 도내 관광자원을 소개하는 등 팬들이 강원도를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안재욱의 여름캠프는 앞으로 한류와 관광 유치를 위한 지자체의 관광정책이 어떤 식으로 발전돼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한류는 더 이상 거친 물살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중국 등을 시작으로 불어닥친 한류열풍은 지금까지 일본 동남아 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화 수출은 줄어들고 드라마 인기 역시 시들해졌다. ‘겨울연가’로 시작해 ‘대장금’으로 꽃을 피운 한류 드라마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영화들과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고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던 영화들은 요즘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이 최근 공개한 2008년도 상반기 방송 프로그램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장르별로는 드라마 수출이 여전히 지배적으로 전체 수출액의 86.6%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년에 비해 감소한 추이를 보였다. 올 상반기 지상파 드라마 편당 수출가격은 전년 4000달러대에서 300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드라마 수출의 감소는 중화권 수요 감소와 이에 따른 수출 가격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드라마 수출 감소분만큼 비드라마 부문인 오락(9.6%) 및 다큐(1.4%)의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점이다.
2007년부터 뚜렷한 하락세를 보여오던 드라마 수출이 올 상반기에도 지속된다는 점은 심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른 드라마 촬영지 방문 관광객도 점차 감소 추세를 보였다.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이 소재한 강원도 춘천시를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도에 비해 23%가 줄어들었고, ‘대장금 테마파크’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화 수출 감소와 흥행작 부재에 따른 영화 로케이션 투어 상품도 거의 없는 상태. 배용준이 나온 ‘외출’ 등의 촬영지 투어가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 부족 등으로 지금은 관광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류 가수들의 인기는 지속돼 콘서트 및 팬미팅이 그나마 한류를 지속시켜 주고 있는 양상이다.
일본의 경우 음반시장에서 보아의 인기가 여전하고 일본으로 진출한 남성그룹 동방신기는 일본 내 전국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중국 내에서의 한류 가수 인기도 좀처럼 식지 않는 분위기. 장나라 채연 등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많은 신세대 가수들이 중국 홍콩 등 중화권으로 진출해 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동남아 문화의 중심지 태국의 한류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궁’ ‘마이걸’ 등의 한국 드라마 열기가 높고, ‘미녀는 괴로워’ 등 한국영화에 대한 인기도 좋은 편이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가수는 거의 실시간으로 태국에서도 인기가 높을 정도로 태국에서의 국내 가수들의 인기는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높은 편이다. 최근 이런 한류 열기를 실감하듯 국내 여러 가수들도 프로모션 콘서트 등의 이유로 태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07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아시아권 방한순위 4위에 머물렀지만 그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전략으로 한류 열기 되살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들해지고 있는 한류 열기가 오히려 앞으로 우리의 한류정책 수립과 대응을 위해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
한류는 한 편의 드라마, 한 명의 인기 한류 스타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내의 관광문화상품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한류가 지속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와 문화 단체들이 나섰다.
정부는 방송영상 콘텐츠 6대 강국 진입을 위해 향후 5년간 6546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문화관광체육부가 발표한 제3차 방송영상산업진흥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방송영상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 2012년까지 디지털 방송영상 6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2012년까지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시장 규모를 200억달러, 해외 수출은 4억9000만달러로 늘리기 위한 방안을 5개년 계획에 담았다.
경기도가 고양시 대화동 일대에 건설 중인 ‘한류우드’는 드라마, 영화, 음악, 만화, 게임 등 한류 콘텐츠와 관광산업의 중심 허브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대장금 테마파크, 광명 음악밸리 등을 연계해 거대한 관광벨트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앞선 안재욱 사례처럼 다른 지자체들도 한류와 관광을 연계한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한다.
강원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사업에 중점을 두고 한류 재점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일본 한류 전문 언론매체 11개사를 초청,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인 정선 하이원리조트와 평창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 등 촬영지를 중심으로 자세하게 홍보했다. 드라마 ‘황진이’와 ‘식객’의 일본 한류 드라마팬들의 관광객 수요로 직결될 수 있도록 일본 현지 유력 여행사와 발빠르게 관광상품 개발을 추진했다.
‘태왕사신기’ 세트로 한류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제주는 서귀포시를 중심 소재로 하는 특집 드라마를 SBS 등과 추진한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이제 한류는 몇몇 스타만으로 지속될 수 없다”며 “드라마 소재나 촬영지 등을 연계한 문화상품 개발 및 관광사업과의 연계가 지속돼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없다면 한류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지역별로 맞춤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한류+관광, 제2의 도약을 위한 필수조건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6월 홍콩인 16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홍콩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은 이영애로 나타났다. 여전히 ‘대장금’(26.7%)과 ‘엽기적인 그녀’(18.5%)가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한류에 대해서도 응답자 90.9%가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류가 한국 관광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87.7%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류는 외국인 특히 아시아인들의 한국 방문에 아직도 큰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한류 영향으로 한국을 방문한 수많은 외국인이 허접한 관광지 시설과 시스템에 실망하고 돌아갔다. “볼 게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제 한류의 열기는 드라마 한 편, 배우.가수 한 명으로 끝나선 안 된다. 드라마 한 편, 가수와 배우 한 명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일은 생각만큼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좋은 작품도 고려해야 되겠지만 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방송 엔터테인먼트 기업 시민이 모두 나서야 할 때다. 한류 제2의 전성기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