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개방경제 아래 생존전략은 경쟁력 제고밖에 없다.

유정현 |2008.08.20 12:18
조회 95 |추천 0

[경제칼럼] 청기와 장수와 FTA 


"개방경제 아래 생존전략은 경쟁력 제고밖에 없다."
 

 
속담은 길면 재미없다. 짧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생활의 중요한 일면을 콕 찌르는 맛이 있어야 한다. 우리 속담에는 그런 맛을 내는 것이 많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기와 장수’라고 생각한다. 청기와 장수는 그리 좋은 뜻은 아니다. 청기와 만드는 법을 자기 자식에게도 죽을 때야 가르쳐 줄 만큼 무엇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해석이 맞을까. 아니라고 본다. 이 짧은 속담에는 고도의 경제 원리와 지극한 자식사랑이 담겨 있다. 먹고살기 위해 사람은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상품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 청자는 고려시대에도 비싼 물건이었다.

 

청자 그릇이 그 정도였다면 청자 기와는 말할 수 없이 비싼 것이었다. 그러므로 고려 의종이 사치한 생활의 일부로 민가 50여채를 헐어 태평정을 지었으며 북쪽에 양의정을 신축하고 청기와를 이었다는 말이 실록에 나올 정도였다.

 

더욱이 청기와는 수명이 반영구적이므로 청기와 수요는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요가 극히 적은 상품(청기와)을 만들어 생존해야 하는 청기와 장수로서 그런 고급 기술을 남에게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어린 자식이 그 기술의 중요성을 모르고 남에게 가르쳐 준다면 그 자식은 미래에 굶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청기와 장수 방식이 현대에도 맞을까? 그 대답을 하기 전에 우루과이라운드(UR)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자. 우루과이라운드는 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관세 7%를 제외하고는 자유무역을 방해하는 모든 제약조건을, 예를 들어 수입금지 조치나 쿼터제도 같은 것을 없애자는 협정이다.

 

즉 관세 7%만 내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지 자유스럽게 사업할 수 있도록,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나만의 시장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내가 잘하면 전 세계 시장이 내 것이고, 내가 못하면 우리나라 시장에서조차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데 나 혼자 모든 것을 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그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창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즉 UR, FTA 개방경제 아래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정보를 나누지 않는다거나 환율의 인상 또는 정부의 보호를 통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의 제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과 현 정부는 아직도 과거의 정책을 선호하는 듯한 인상이 든다. 우선 환율의 변화를 보자. 지난해 말까지 920원대였던 환율이 올 5, 6월에는 1040원대로 급상승했다. 오비이락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 개발경제 시대 때 국내 기업의 낮은 경쟁력을 감추고, 수출을 증진시키기 위한 전략과 너무나 흡사하다. 과거처럼 국내 시장에서 우리 기업만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을 때 국내 시장은 우리가 독점하면서 다른 나라 시장을 침투하기 위한 환율 상승전략은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개방경제 아래서의 생존전략은 경쟁력의 제고밖에 없다.

 

인위적인 환율 인상은 분명히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우리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물가 인상과 이자율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의 장기적 부담을 증대시킬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계기업의 퇴출을 막음으로써 귀한 자금과 인력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게 할 뿐이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그 시장까지 차지해감으로써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커지는 것이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