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도 박신양, 전도연 주연의 으로 3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흥행사를 열었던 김유진 감독이 이후 5년만에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엔 강우석 감독과 손을 잡고 강우석 감독의 제작 하에 새로운 사극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이번 영화가 갖는 의미 중 하나는 과 의 작가를 맡았던 이만희 작가와 다시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충무로에서 젊은 감독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있어서 중견감독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노련한 연출과 녹슬지 않은 흥행감각이 어떠한 결과가 보여줄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유진 감독은 18일 열린 기자시사회에서 "이 영화는 심각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영화이며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라고 밝히며 흥행성을 노린 상업영화임을 내비췄다. 세계 최초로 발명된 다연발 로켓화포 신기전을 소재로 한 이 은 애국심을 자극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특별한 의도보다는 영화 속에 액션, 사랑, 웃음, 슬픔을 골고루 담고 싶었다"고 말한 김유진 감독의 설명처럼 '신기전'은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로 꽉 채워진 잘 만든 오락영화다.
이 영화가 관심이 가는건 유럽보다 300여년이나 먼저 발명된 로켓 화포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는 역사적 고증에 따라 재창조 된 이야기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1448년 세종 30년에 절대강국을 꿈꾼 세종이 완성한 세계 최초의 로켓화포지만 그 위대했던 업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고 560년 동안 열강에 의해 감춰질수 밖에 없었던 쾌거를 감독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 탄생되었다는 말이다. 사실과 허구가 만난 '팩션'의 장르로 이해를 하면 될것이다. 분명 영화를 본 관객사이에서 영화속 내용으로 논란의 여지는 있어 보이지만 단순한 영화적 소재와 오락영화의 재미로 느낀다면 논란의 여지는 크게 중요치 않아보인다.
사실 영화가 시작되기전 무대인사에서 주연배우인 정재영은 "중국의 이어도 막말로 인하여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런 여세를 몰아 우리 영화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으로 관객의 국수주의를 자극하기도 했다. 물론 심각한 분위기로 했던 말은 아니며 위트있고 재치있는 발언이였다. 영화 속 당시 대국이었던 명나라에게 자존심을 꺾어야 했던 소국 '조선'의 설움은 2008년도 현재에도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여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으로도 보인다.
이 영화의 내용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때는 세종 30년인 1448년. 보부상단의 우두머리인 설주(정재영)는 화약을 연구하던 아버지가 역모의 누명을 쓰고 목숨을 잃은 뒤 나랏일에는 관심을 끊은 채, 장사에 재미를 붙이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에 인연을 맺은 내금위장 창강(허준호)이 그를 찾아온다. 창강은 설주에게 별다른 이유는 알려주지 않은 채 묘령의 여인 홍리(한은정)를 맡아달라고 부탁한다. 설주는 홍리의 미모에 반해 그녀의 안위를 살피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행동거지에 의심을 품는다. 집에서 가져올 게 있다는 홍리를 따라나선 설주의 무리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검객들을 만나 설전을 벌이고, 그 일로 설주는 홍리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홍리는 세종의 명으로 신기전을 개발하던 도중 명나라 무사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도감 해산의 딸이었으며, 유일한 후계자 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신무기인 신기전을 개발중이었던 것이다. 한편, 조선을 찾은 중국의 사신은 신무기 개발을 그만두라며 조정을 압박하며 '발칙한 조선'이라는 굴욕적인 발언도 일삼는다.
조선의 왕이 중국의 사신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등, 치욕을 당한 세종은 비밀리에 진행중이던 신기전 제작을 재개하라고 지시한다. 어명을 받는 창강은 설주에게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랏일에 엮이고 싶지 않았던 설주는 홍리에 대한 관심으로 신기전 개발에 참여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개발은 실패로 돌아가고 홍리의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총통등록'이란 설계서는 명나라의 손에 들어간 상황이다. 결국 '총통등록'을 찾기위해 설주는 떠나게 된다. 하지만 명국의 억압에 결국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던 세종은 신기전 개발을 중지하라는 명을 내리게 된다. 이에 분오한 설주는 어명을 어긴채 신기전의 최종 완성을 위한 싸움을 준비하게 된다.
이 처럼 복잡하지 않은 구도로 흔히 예측할 수 있는 스토리로 구성되어있지만 이 영화는 분명 장점들이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애국심을 자극하는 역사적 사실, 명과 조선의 힘겨루기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 남녀 주인공의 티격태격 사랑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조합이다. 국가의 운명을 건 비밀스러운 신무기 개발 프로젝트와 조선과 명의 대결구도가 긴장감과 무게감을 주지만 국수주의나 민족주의를 따지기에는 너무 도식적이고 영화적이다. 심각한 주제 따위는 없는 오락영화란 의미다. 귀엽고 밝은 분위기의 주인공들의 전형적인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스토리를 이완시켜주는 역활을 하고 웃음도 던진다. 또한 근엄한 세종(안성기) 역시 명나라 외압에 육두문자를 내뱉는 장면은 참으로 그 발상 자체가 공감되고 속이 시원하다.
이 사극은 분명 기존 사극과는 많이 다른 요소들이 많다. 한국 영화의 사극 계보로 볼때 은 나 과도 엮이지 않고, 이나 와도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은 이병훈 PD와 최완규 작가 콤비의의 드라마 이나 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바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고 그걸 통하여 결론 부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하는 전형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웃음과 감동, 멜로가 한데 모여서 관객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이해가 되는 영화이다. 분명 강우석 감독의 와 비교하여 국수주의적 성향이 보이기는 하나 분명 그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치욕을 당한 조선이 어디한번 두고보자는 식의 새로운 신무기를 개발하여 명국을 제압한다는 판타지적 설정은 민족의 우수성과 자긍심을 고취하게끔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도 그 진정성도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놓고 국수주의적이라거나, 혹은 무기를 개발해 적국을 제압하는 설정에서 제국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등의 논란을 벌이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단순히 오락영화로서 이해를 하고 관객이 즐기길 바랄 뿐이다. 무거움과 진지함을 덜어낸 이 오락사극영화를 역사적 사실이니 아니니, 국수주의와 애국심 고취니 아니니 논하지 말고 그냥 즐기길 바랄뿐이다.
사실 그렇기에 이런 가벼움이 이 영화의 장점이 될수 있으나 무거움이 떨어져 관객의 감정폭이 가벼워지는 단점도 자아낸다. 또한 두 남녀 주인공의 서로의 애절한 마음을 다루는 대사들은 90년대 말에 자주 등장하던 직설화법으로 보여진다. 그렇기에 요즘 관객들이 보기에는 그 애절한 장면이 어쩌면 웃음이 터져나오는 장면으로 그려질까 우려도 된다. 두 남녀주인공의 애절함을 관객의 눈물로 흘러나오기는 절대로 기대말지어다. 그냥 오락 영화! 가볍게 즐기는 영화! 라고 단정지어 본다면 이 영화를 선택하는데 후회는 없으리라.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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