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무섭토록 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변하지 않는 게 딱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나의 입맛이다!
다른 말로는 어머니의 손맛이겠지...
아무리 맛난다는 것들을 먹어 보지만 어머니가 손수 차려주시는 한 끼 밥상에 비할 수 있을
것인가!
부모님이 계신 거제에 잠깐 다녀왔다.
날씨는 연일 덥고 입맛은 떨어지고 뭘 먹어도 입안이 개운치 않았는데,
어머닌 맛나게 된장찌게를 끓여 놓으셨다.
싱싱하고 알이 꽉 찬 게 몇 마리를 집어 넣고서는 양은 냄비에 얼큰하고 구수하게 찌게를 올려
놓으신 것이다.
한 숟갈 입에 떠서 삼키는데 늘 어릴 때부터 먹어오던 그 깊은 맛이 이내 혀를 간지럽히며
목구멍을 넘어간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엄마... 진짜 최고야! 바로 이 맛이거든..."
바다에서 나는 톳을 감칠나게 무쳐 놓으셨다.
비법을 여쭈었다.
난 바다에서 나는 건 뭐든지 좋아라 하는데 전에 아내가 만들어준 톳은 뭔가가 빠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역시 어머니의 손길이란...
가볍게 웃으시면서 맑게 우려낸 '멸치 액젓'이란다!
거제도는 섬이라 반찬에 액젓을 가끔 사용하는 편이다.
아마 어려서부터 먹고 자라 그 맛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있는 모양이다.
그냥 톳에 두부를 버무려 먹는 거로는 내 입맛에 성이 차지 않았는데...
어머니의 톳은 바다 냄새기 물씬 풍긴다.
세 끼 식사를 톳으로 해결하고 올라왔으니...
마지막 날 아침에 어머니 비장의 무기인 '낚지 볶음'이 상에 올랐다.
항상 떠나는 날 아침 어머니는 꼭 낚지를 내미신다.
사실 난 낚지 볶음을 그렇게까지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언젠가 내가 너무 맛있게 그 놈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 뒤부터 어머닌 꼭 낚지볶음을 마지막 히든 카드로 준비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자식된 마음에 그때마다 맛있게... 진짜 맛은 있지만... 그리고 푸짐하게 양껏 먹고
집을 나선다.
어디 어머니의 손맛 때문이겠는가!
자식을 향한 정성과 사랑 탓이겠지.
이제는 만으로도 사십을 넘긴 아들을 보면서도 늘 일곱 살 철부지로 느끼시는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겠지.
밤새 부엌에서 뭔가를 뚜닥거리면서 만드는가 싶더니...
아침에 웬 걸~
아이스박스 가득 이것 저것 바리바리 담아 놓으셨다.
물도 한 병 얼려 놓으시고는 수건으로 잘 둘러 싸서 고무줄로 꽁꽁 묶어 주신 어머니...
서울까지 가는 길에 다른 것 먹지 말고 이것 마시라면서...
한약재 몇 가지 우려 낸, 말 그대로 건강음료를 미리 준비해 놓으셨다.
부모님 모시고 몇 년이라도 사랑 깊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제 곧 칠순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을 뵐 때도 그러하고,
허리 수술 후로는 너무도 약해진 어머니를 뵐 때도 그러하다.
부모 앞에서는 늘 목사가 아닌 불효한 장남이 되는 것은 왜그럴까?
어머니의 손맛을 더 오래 오래 느끼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