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올 가을 ‘통’이 살짝 ‘커’진다. 
청바지는 한때 시대정신의 심볼이었다. 1960년대 미국에선 반전 반핵 페미니즘을 상징했으며, 70년대 우리나라에선 통기타 생맥주와 함께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80년대 이전까지 청바지 뒷주머니에는 이렇듯 묵직한 시대정신이 담겨 있었다. 브룩 실즈가 '나와 캘빈 클라인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다'며 엉덩이를 뒤로 빼는 민망한 광고가 전파를 타면서 청바지는 무거움을 덜어내고 멋쟁이들이 꼭 사야 하는, 꼭 사고 싶은 아이템이 됐다. 패션의 영역으로 저벅저벅 들어온 청바지는 시즌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패션성을 뽐내고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진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것은 마치 타이츠처럼 꼭 달라붙는 스키니 진이었다. 다리가 굵어 최신 유행을 구경만 했다면 이번 가을에는 한번 '신상'에 도전해보자. 이번 가을 70, 80년대 스타일이 되살아나면서 바지통이 넓어졌다. 청바지의 통도 다양해질 수밖에.
게스 코리아 기획실 이정필 팀장은 "남녀 모두 무릎 아래서 조금씩 넓어지는 부츠컷과 일자 라인의 스트레이트핏이 나와 있다"며 "특히 여성 진에선 일명 나팔바지로 불리는 플레어 스타일도 인기 예약 디자인"이라고 소개했다.
골반이 크고 하체가 통통한 스타일이라면 부츠컷이 구세주다.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은 약간 붙으면서 종아리 밑으로 살짝 넓어지는 부츠컷은 실제보다 훨씬 날씬해 보이기 때문. 꼭 맞는 치수로 약간 어둡고 진한 색의 부츠컷에 상의를 딱 맞게 입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청바지라고 모두 새파란 것은 아니다. 캘빈 클라인 진즈 코리아 김소희씨는 "여름철 사랑받았던 어두운 검푸른색(인디고)이나 허옇게 탈색된 아이스 진은 물러나고, 자연스럽게 워싱된 검푸른색과 회색빛이 감도는 데님이 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바지를 즐겨 입던 40, 50대라면 새로 구입한 청바지를 두들겨 빨아 물을 뺐던 기억을 갖고 있을 터이다. 일명 워싱 가공을 한 셈. 워싱 정도에 따라 농담이 천차만별로 나타나는데, 요즘은 더욱 다양한 워싱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캘빈 클라인은 코팅 처리를 한 뒤 워싱을 해서 광택감을 살린 '실버 디테일드 데님'을 내놓았다. 지스타 로의 '빈티지 프로그램'은 중고 같은 느낌이 날 만큼 워싱을 강하게 했다.
올 가을 새로 나온 신상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뒷모습을 강조한다는 것. 리바이스 마케팅팀 유은영씨는 "데님 팬츠마다 브랜드 고유의 특징을 살린 독특한 백포켓 디자인으로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핏(fit 맵시)이나 워싱보다도 더욱 신경 쓰는 것이 백포켓"이라고 털어놨다.
리바이스의 '글랙룩', 힐피거 데님의 '웨이브 골드', 페리엘리스 아메리카의 '터치 진' 등은 뒷주머니에 화려한 자수를 놓거나 스팽클 스와로브스키로 장식해 돋보이도록 하고 있다. 뒷주머니에 이토록 신경쓰는 것은 그곳에 시선이 집중되면 다리가 길어 보일 뿐 아니라 날씬해 보이는 효과까지 있어 S라인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것은 금속 라벨의 부활이다. 한때 유행을 이끌었던 진 브랜드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금속 라벨을 강조했다. 낡은 듯한 빈티지와 금속 느낌을 강조한 메탈릭 패션의 유행으로 금속 라벨을 다시 쓰고 있다.
이번 가을 뭐니뭐니 해도 눈길을 끄는 것은 남성진. 남성들이 몸짱 경쟁을 벌이면서 남성미 상징인 치골 라인을 내보이는 청바지가 나왔다. 리바이스의 '언버튼드 청바지', 즉 단추를 채우지 않는 청바지는 버튼 플라이 부분을 열어서 입는 파격적인 스타일이다. 버튼을 풀어 입어도 흘러내리지 않게 디자인돼 있어 벗겨질 염려는 없다.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단추 커버를 별도로 만들어 판매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