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2) ...by magiclub
오늘도 힘든 하루였습니다
일에 눌리어 물빠진 몸을 한껏 묻고 달리는 버스가 지나갑니다
차창에 얹은 머리는 제대로 서지 못하고
세상에 기대다 자꾸만 떨구어 집니다
흐르는 눈동자와 어둔 빛 손등이
마음 속 무언가를 깊이깊이 파고듭니다
길쭉한 그림자를 앞서 오르는 언덕길에서
당신의 뒷모습이 가슴 한 부분을 깨우려 합니다
곧게 늘어진 길의 끝자락엔
그림자보다 앞서갈 수 있도록
걸음을 재촉하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오색전단으로 물빛 몸뚱아리를 살짝 가리고
밝은 미소로 오르는 힘겨운 이들을 보듬어주는 동네 전봇대
어느 라디오에서 들어 본 듯한 이야기처럼
동네 전봇대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길을 오르다 멈추어 숨을 고르다 보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땀에 섞여 눈가를 따갑게 합니다
혹시 저 곳에 함박 웃음을 짓고는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잔잔한 물가에 놓여진 하얀 테이블 위로
김을 피워대는 한 쌍의 커피잔처럼
따스한 가슴으로 반겨줄 그리운 이가 있다면
하는 어지럼증에 발등의 차가움을 느끼곤 합니다
한숨 내쉬고 돌아서면
절반쯤 남은 오르막이 참 야속합니다
정말 저 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도 그가 누구인지 알기에
이면의 아지랑이는 사라지고 말겠지요
어렵사리 올라 동네 전봇대를 스치며 다시 돌아서는
당신의 모습이 눈앞을 가리고 맙니다
언덕 꼭대기에 서있는 외로운 동네 전봇대
당신을 알기에 그 곳 그 빈자리는 채우지 못합니다
그 외로움은 언제나 비워두었던 당신을 위한 빈자리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처럼 다시 당신에게 마음을 보냅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것은 내 마음을 아직 당신에게 전하지 못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