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국민맵, 로스트 템플과 루나
국민맵이라고 하면, 바로 로템, 루나, 헌터를 떠올릴 수 있다. 헌터는 팀플맵이니 여기의 논의에서 제외하고, 스타를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로스트 템플은 안다. 루나는 약간 인지도가 그에 비해서는 떨어지긴 하지만 배틀넷에서는 로템과 비슷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중수 이상급 유저들에게는 로템보다 루나가 더 호평을 받는다. 좀 더 매니아틱한 유저들에게 사랑받는 맵이라고나 할까.
로스트 템플은 언제 어떻게 국민맵이 되었는지 본인은 모른다. 스타크래프트를 단순히 PC방에서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오래되지 않은 본인의 짧은 경력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1대1을 하게 되면 그냥 로템을 했을 뿐, 왜 그랬는지 중고등학교 시절도 오래되서 기억은 하지 못하겠다. 가끔 스노우바운드라든가 다른 맵들도 해본 기억이 있지만 항상 기본은 로템이었다. 지금도 배틀넷 아시아에 들어가면 1:1 로템이라는 방제는 쉽게 볼 수 있다. 그 시작이 왜였는지는 몰라도, 스타하는 사람에게 로스트 템플은 테란-저그-프로트스라는 3가지 종족과 더불어 모를 수가 없는, 맵 이상의 존재였을 정도다.
그리고, 루나가 그 뒤를 이은 국민맵이 되었다. MBC게임에서 제작한 이 맵은 조금씩 버전이 바뀌면서 비교적 롱런했다. 로스트 템플의 12시-2시라는 자리문제와, 테란에게 유리한 앞마당 뒤쪽의 언덕 등의 문제점이 사라진 루나는 프로토스 유저들에게 매우 호평을 받았고, 지금도 루나는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좋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박혀 있다. 저플전의 문제등 밸런스의 문제는 여전히 루나에도 있고 맵 사용 후반의 테란과 프로토스의 밸런스도 일반적 인식과는 다르게 흘러가긴 했지만, 로템에 비해서는 많이 향상된 밸런스 덕분에, 루나는 아직도 배틀넷 공방에서는 중수 이상의 유저들에게 많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2개의 맵들 외에 국민맵이 되기에 조금 부족했거나 한동안 쓰이다가 리그에서 쓰이지 않자 사라져버린 맵들-국민맵 바로 밑의 수준까지 갔던 맵들-은 꽤 있다. 그러나 그런 맵들에 대한 평가는 본인의 관점에서 평가될 수밖에 없고, 그게 너무 주관적일 것 같아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 정도의 2개의 국민맵만 고르자면 바로 저 2개의 맵이라고 본다.
2. 기존의 국민맵들 - 4인용 맵
기본적으로 기존의 국민맵들은 4인용이다.
3인용 맵이 시도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닌 편이고, 나름대로 성공했던 맵들은 많지만, 역시 스타크래프트의 매니아층 외의 '일반 공방 유저'들에게 어필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러시아워도 한동안 배틀넷 공방에서 보인 편이었지만 리그에서 쓰이지 않자, 최근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타우크로스는 아직 프로리그에서 쓰이고 있고 무난한 편이지만 국민맵이라고 하긴 어려워보인다. 너무 무난한 게 문제라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롱기누스는 공방에서 꽤 많이 쓰였지만, 대부분 '초보저그 환영'이라는 방에 테란들이 죽치고 앉아있는 경험을 많이 해 본 본인으로서는 과연 이런 밸런스의 맵이 공방에서 쓰이는 게 국민맵으로 환영받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 테란 유저들이 자신의 실력을 맵으로 극복해보려고 많이 쓰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컨대, 본인에게 3인용 맵들은 매우 신선한 발상이었고, 나름대로 성공적인 밸런스를 이룬 경우도 많고 재밌는 경기도 나왔지만, 결국 '국민맵'수준까지 올라가진 못했다고 본다.
2인용 맵에는 다양한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선호를 잘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스타팅 포인트가 2개이다 보니, 다양한 지형과 여러 요소가 맵에 들어가게 되어 일반인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2인용 맵 중 신백두대간, 라이드 오브 발키리(이하 라오발)나 비프로스트는 일반 유저들에게도 꽤 선호를 받았던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묻혀버린, 국민맵의 경지에까지는 올랐다고 하기 힘든 수준의 맵들로 평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에는 4인용 맵이다. 로템도 그렇고, 루나도 그렇고. 그건 2대2가 가능하다는 측면과, 4인용 맵을 제작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2인용 맵과는 다르게 맵 제작자가 스타팅 위치별로 균형을 맞추다 보면 복잡한 요소를 추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맵이 평이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맵에 이런저런 요소가 너무 많으면 매니아 유저들에게는 호평을 받을수도 있을지 몰라도, 일반 유저들에게 어필하긴 어렵다. 친구에게 A맵에서 한 겜 하자고 말할 때, 들을 수 있는 대답 중 '그 맵 잘 몰라'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면 그러한 평이성의 중요성을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루나를 이해시키는 것과, 신백두를 이해시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3. 맵 밸런스와 국민맵
맵 밸런스가 좋으면 국민맵이 된다면 지금쯤 공방은 1:1 아카디아나 1:1 파이썬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롱기누스를 테란 유저들이 공방에서 많이 사용했던 것도 보면 밸런스는 어느 정도 중요하지만, 그게 국민맵으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닌 걸 알 수 있다. 게다가 일반 유저까지 모두 합치면 테란 유저와 프로토스 유저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테란과 프로토스에게 너무 불리하진 않아야 국민맵이 될 수 있다고 본다(저그 유저들에게는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저그 유저는 숫자가 제일 적은 편이다). 로스트 템플도 테란에게 유리한 요소가 많고, 루나는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매우 할 만하다는 게 '공방 수준'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실이라는 걸 생각해보면(루나의 저플전은 플토가 불리하지만, 저그는 유저 숫자가 적다) 테란과 프로토스 유저에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것도 안타깝지만 국민맵의 조건 중 하나라고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저그압살맵이 국민맵이 될 수는 없다. 리버스템플은 의도적으로 국민맵으로 밀기 위해서 맵밸런스를 완전히 포기하면서까지 밀어붙여서 사용했던 맵이지만, 공방에서 한동안 조금 보이다가 사라진, 그냥 좀 보이고 사라진 수준의 맵으로 그쳐버렸다. 저그가 그렇게 암울한 맵은 의도적으로 국민맵으로 밀려고 해도 어렵다. 적어도 테란, 프로토스 유저들이 이 정도면 저그도 할만하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수준의 맵 밸런스는 갖추면서 테란, 프로토스 유저들의 입맛에 맞아야 국민맵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4. 국민맵이 변할 수 있을까?
국민맵의 요소를 분석하는 건 분석일 뿐이지, 새로운 국민맵이 탄생하는 게 가능할지는 그와 별개의 문제다. 과거의 비프로스트, 레퀴엠, 네오포르테, 노스텔지어, 러시아워, 라이드 오브 발키리 같은 맵들은 분명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맵들이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편이고, 국민맵이라고 하기도 힘들다(기억나는 맵들을 적은 것도 본인의 주관일 뿐이다). 국민맵은 로템과 루나뿐, 그 외의 맵들은 결국 시대를 풍미한 맵일 뿐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제3의 국민맵이 나오는 건 헛된 상상이라고 할 수도 있어보인다.
최근에 나온 파이썬이라는 맵은 로템형 타일과 스타일을 고수하는 무난한 맵이다. 이 맵은 현재까지 매우 균형잡힌 종족간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고,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듣고 있다(7월 5일 현재 파이썬의 종족간 경기를 보려면 http://gall.dcinside.com/list.php?id=starcraft&no=1215788&page=7). 최근 배틀넷 아시아 공방에서도 심심치 않게 1:1 파이썬이라는 방제를 볼 수 있을 정도이니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몇몇 맵들처럼 국민맵 '후보' 자격은 갖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맵이 쉽게 제3의 국민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하긴 어려워보인다. 과거 많이 쓰였던 맵들이 향수속으로 사라졌던 걸 생각해보면, 이 맵도 결국 꽤 쓰이다가 리그에서 쓰이지 않으면 잊혀지는 수준의 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로템형의 타일과 로템과 매우 흡사한 스타일의 4인용 맵이라는 점과, 기존 로템의 단점들을 대부분 수정했다는 점, 로템에 익숙한 기존 유저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왕 파이썬이 이렇게 호평을 받고 있고, 맵 밸런스도 로템에 비해 낫기에, 로템과 루나에 이은 제3의 맵이 되도록 일부로 권장하고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스타크래프트 판에는 방송국이 2개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방송국의 여론조성은 스타 유저들에게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이미 여러 사실을 통해 증명되었으니 말이다(반대로 매니아층이 방송국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는 것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글이 어필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5. 파이썬의 국민맵화를 바라며
로스트 템플은 이제 과거의 사원을 찾는 순례자들에게 맡기고, 파이썬 맵에 중앙에 박혀 있는 거대한 뱀이, 국민맵이라는 용이 되어 승천하길 바란다. 스타라는 요소에 있어서 종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맵이라도 계속 변해야 한다. 그러나 로템과 루나와 같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어필하는 맵들은 매우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쓰이고 있어 식상할 수밖에 없다(그나마 루나는 비교적 오래되지 않았지만 로템은 매우 사용한지 오래된 맵이다). 2007년 파이썬이라는 맵이 로스트 템플을 대체하는 신선한 바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