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의 군복무 이후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은 는 강지환이라는 다른 느낌의 배우를 만나면서 적지않은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로 브라운관 데뷔 후 , , , , 등의 다양한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주목 받아온 소지섭이 배우가 꿈인 '깡패'가 되어 돌아왔다.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그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터라 그의 복귀작 영화가 어떤것이 될지라는 포커스가 이슈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부분보다는 더 관심이 가는 부분있다.
바로 감독과 각본을 쓴 사람이라는 점. 각본은 이미 우리 한국영화 관객으로 하여금 늘 충격스런 영상과 난해한 해석으로 마니아와 혹평을 쏟아내는 양분화된 관객층을 형성한 김기덕 감독이 직접 썼다. 그리고 감독은 바로 그러한 김기덕감독의 연출부로 인연을 맺은 이후 , 의 연출부 활동과 의 조감독을 거치면서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해 온 장훈감독이다. 사실 특정 감독과 오랜시간 일을 하다 보면 그 감독의 오마주적 성격을 띄게 마련이다. 이러한 배경때문에 장훈감독의 첫 데뷔작이 더 기대된다.
는 소재자체가 독특하다. 일단 이 영화속에서는 영화배우라는 캐릭터와 건달이란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촬영을 한다는 소재라는 점, 그 두 캐릭터는 실제 싸움으로 액션씬을 찍게 된다는 설정등이다. 참으로 김기덕스러운 독특함이 아닐까 한다. 사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여러가지의 모습을 띄며 살게 된다. 가족을 대할 때, 친구를 대할 때, 직장상사를 대할 때 등등 여러가지 다양한 얼굴을 띄며 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까지의 나의 모습보다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는 그러한 본능을 실연되는 '영화'라는 매체로 두 남자가 들어가며 그 욕구를 채우는 영화이다.
싸움꾼 본성을 지닌 액션스타 수타(강지환)는 액션씬을 찍을 때마다 상대 배우를 직접 때리게 되어 상대배우를 찾기가 힘들어진다. 그런 수타의 팬인 강패(소지섭)는 배우가 꿈이였던 건달이다. 이 두 사람이 우연히 고급 룸살롱에서 만나게 되면서 기싸움을 벌이게 되고 그러한 강패에게 수타는 영화의 상대배우가 되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강패가 내민 조건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이 영화 속에서 서로의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자 하는 두 사람의 본능적 욕구가 실현된다. 이런 설정이 바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며 이 영화 전체의 주가 되는 시발점이다.
이 주인공들의 캐릭터 이름속에서도 김기덕 감독의 독특한 발상이 돋보인다. 늘 싸움꾼 본능이 있던 스타의 이름은 수타(손手 칠打)로 건달캐릭터의 이름은 강패(깡패)라는 말과 연관지어진다. 영화 속 자신의 캐릭터를 현실에서까지 유지하는 수타는 영화속 대사 톤과 현실에서의 대화 톤에 거의 변화가 없다. 여자친구를 만날 때도 그는 톱스타일 뿐 그녀의 남자친구는 아니며, 으슥한 한강다리 밑에서 밀회를 즐기면서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다. 이처럼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모르고 살아가는 수타에게 현실과 영화 속이 똑같은 강패와의 만남이야 말로 이 영화가 가장 흥미로운 이유며 후반부에 "영화는 영화(일뿐 이)다"라고 말할수 있게 된다.
폭력조직의 2인자인 강패는 영화배우를 한때 꿈꿨던 인물로 부하들 모르게 홀로 영화관은 찾는 것이 낙이다. 그 역시 연기자를 동경하던 중 수타를 만나면서 연기를 하게 된다. 대충 운좋게 남의 인생이나 살면서 카메라 앞에서 폼잡는 것이 연기라고 생각하는 그 역시도 수타를 만난것이 자신의 밑바닥 인생의 전환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분명 영화속의 강패는 현실과 영화속의 경계가 똑같다. 실제로도 겪고있는 건달의 모습을 그대로 리얼하게 영화속에서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된 후 이 두 사람을 보고 있다면 같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롭다는 것이다. 부하들마저 믿지 못해 혼자 호텔에서 생활하는 강패는 두 알의 수면제와 맥주로 겨우 잠이 든다. 그의 주변에 그를 보듬어 줄 사람은 없다. 수타도 마찬가지다. 매일 매니저가 쫓아다니지만 인간적인 소통은 없다. 외로움이 사무칠 때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건다는 게 잘못 걸었어"라며 속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영화 속 캐릭터를 현실에 끌고 다니는 수타와 일상 생활이 영화 같은 강패가 한 편의 액션 영화에 출연하면서 서로의 경계를 부수고 속내를 드러낸다.
하지만 영화속의 인물에게 동화된 강패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늘 하던 임무를 져버린 채 죽여야할 상대를 살려주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된 강패는 영화 출연을 포기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수타는 늘 당당하던 모습으로 강패에게 덤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직접적으로 표현된다. 강패의 부하들에게도 자신이 보스인 양 거만하게 굴던 수타는 강패의 부하에게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고 자신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약자인지를 깨닫게 되며, 이에 강패의 한마디 "영화랑 현실이랑 구분못해?"라는 대사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결국 영화는 중단되지만 강패의 복귀로 다시 촬영은 재개 되고 마지막 액션만을 남긴다. 라스트 두사람의 싸움씬은 시나리오대로라면 수타가 이겨야 하지만 그 두사람은 실제 싸움을 하는 것이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다. 바로 이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라고 꼽을 수 있다. 갯벌에서의 두 사람의 싸움은 진흙탕 싸움이며 두 사람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의 진정한 싸움이기 때문에 더 처절하다. 수타는 영화속 캐릭터가 현실에서도 같다라고 증명하기 위함이요, 강패는 영화와 현실은 다라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또 하나 볼거리는 두 배우의 매력이다. 영화 속 캐릭터가 강한 만큼 배우들의 매력도 두 배가 돼서 관객들에게 다가 온다.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철부지 도련님 같은 매력의 수타를 연기한 강지환은 한가지 톤의 연기가 아닌 변화하는 인물의 모습을 보여줬다. 거만한 스타의 모습에서 장난끼 넘치는 모습, 철저히 자존심이 짓밟히고 서럽게 우는 모습, 외로움에 치를 떠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진심을 드러내는 방법을 배워가는 수타의 모습을 그려냈다.
소지섭은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보여줬던 묵직한 연기에서 발전된 농도짙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어떤때는 너무 무게 잡는 연기가 어색한 부분도 보인다. 영화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의 대사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감정은 눈빛으로 처리된다. 외로움, 좌절, 분노가 뒤섞인 소지섭의 눈빛은 관객의 마음을 꾀 뚫는 영화의 메인 아이콘이다. 거기에 덧붙여 항상 검은 수트를 입는 소지섭과 흰색 정장, 가죽 점퍼, 운동복 등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는 강지환의 매력 대결도 영화의 부록 중 하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기자 간담회에서 소지섭은 "애드립을 칠 수 없는 역을 하다 보니 입을 만지는 등 극중 특유의 버릇으로 캐릭터를 살리려 했다. 그냥 깡패 역할에 충실했다. 갯벌신은 진짜 맞고 때리기도 했다. 크게 다치지는 않고 긁히기만 해서 다행이다. 리얼한 액션을 추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많이 다치지 않았다."며 영화촬영에 대한 에피소드를 밝혔으며 강지환 역시 "수타는 강패가 보여주지 못하는 희노애락을 보여주는 역할을 갖고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수타 역에 매력을 느꼈다. 영화 대사에서 나오듯 배우는 얼굴이 중요하기 때문에 얼굴을 맞는 신은 없었다. 하지만 온 몸에는 타박상이 있다. 힘들게 촬영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니 뿌듯하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말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김기덕스러운 장면들과 독특함이 있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지만 김기덕 영화처럼 난해하거나 마니아층만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라는 점이 다르다. 충분히 상업영화로써의 요소들을 갖추고 있으며, 스토리 또한 어렵지 않다. 단, 두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느껴가며 영화를 본다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소지섭의 복귀작 치고는 치열한 취재열기가 없어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남성주의 영화에 재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는 유하감독의 를 연상시키는 현실과 허구를 확연히 보여주는 조폭드라마이다. 실제 건달은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얼떨결에 이루고,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영화 배우는 그를 통해 배우로 성장한다. 진짜 깡패가 영화 속 깡패로 들어와 영화를 완성하고, 실제로 싸워서 액션영화를 완성하는 과정이 거칠고 단순하고 때론 작위적이고 비약을 거듭하지만 그 연출된 모습은 꽤 매력 있게 묘사되고 있다. 게다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소지섭, 강지환 두 배우의 조합이 의외의 화학작용을 빚어 내며 큰 빛을 바란다. 영화의 구성이 강약조절 없이 계속 강하게 풀어가고 있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역시 김기덕각본답다 라는 느낌을 받는 재미도 솔솔할 하다.
영화는 주제만큼이나 무겁지 않으며 액션을 바탕으로한 조폭영화에 영화속 영화감독의 캐릭터를 주입시키며 가벼운 유머도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김기덕 감독도 상업적인 주제로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놀라며 관람했다. 하지만 영화의 라스트 씬 부분에는 역시 김기덕..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심어준다. 감독인 장훈감독이야기가 김기덕감독의 각본 때문에 묻히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지만 영화연출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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