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빈자리 (3) ...by magiclub

정원기 |2008.08.30 00:34
조회 31 |추천 0
당신을 위한 빈자리 (3) ...by magiclub


멀리 지나는 들녘의 푸르름이 아름답습니다
아직 서너시간 더 가야하지만
당신이 머무는 곳으로 가는 버스는 언제나 그러하듯
내내 즐거움으로 들썩댑니다
정류장에 서 있을 모습이 아른거릴 때마다
또 하나의 심장은 리듬을 잃은 채
야릇한 멀미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눈가는 젖을 듯 말 듯한 물기가 베고
벌거숭이 두 손은 끝내 뒤로 숨어버립니다
그저 흐르는 풍경을 바라보듯
감지 못하는 눈동자 속에 깊이 담아냅니다
당신의 집으로 함께 향하던 언젠가
마음에 쏙 드는 표정을 지으며 속삭이던 그 버스가 지나갑니다
둘이 걸을 때면 왜 길가 쪽에 서냐고
버스를 탈 때면 왜 창가에 앉지 않냐고
영화를 볼 때면 왜 영화는 안보고 팝콘만 뒤적거리냐고
지하철에서 빈자리가 있을 때면 왜 앉지 않고 마주 서있냐고
우산을 쓰고 돌아와 보면 왜 네 어깨는 젖어있냐고
하는 식의 물음에 열 오른 표정 뒤로 들녘은 바알갛게 익어갑니다
호기심 많은 당신은 상점의 진열대를 놓치지 않았고
창 밖의 풍경에 관심이 많았으며
영화에 빠져든 당신이 아름다웠습니다
바라보기보다는 마주보고 싶었고
행여 가랑비에라도 젖지 않을까 하는 작은 마음이었습니다
함께 보고 즐기고 웃고 젖어가며 마주볼 수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야 기억하게 되는 것은
뭍에 오르려는 무던한 파도의 하얀 거품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무언가에 빠져버린 당신의 뒷모습으로
가득 차 오르는 지금
곁에 서고 싶습니다
내내 지우려했던 당신의 빈자리는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나를 깨워주던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눈부신 햇살이 어느새 집에 갈 채비를 합니다
옆자리에 살며시 손을 얹어봅니다
향그런 당신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던 버스의 옆자리
그 따스함은 언제나 비워두었던 당신을 위한 빈자리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처럼 다시 당신에게 마음을 보냅니다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것은 내 마음을 아직 당신에게 전하지 못함이기 때문입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