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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뭐길래

이길호 |2008.08.30 01:44
조회 144 |추천 2

20살. 대학교 1학년.

 

소위 말하는 사회 초년생. 철부지. 온실의 화초 쯤 되려나.

 

참 내 스스로가 키보드 워리어 쯤 밖에 안되는거 같아

 

자기 모멸에 빠져 있지만 그래도 난 이렇게 타자를 두드려본다.

 

오늘 아는 동생의 번호로 전화가 왔었다.

 

오랜만이지만 원래 전화도 자주 하던 녀석이라 별 생각 없이 받았더니만

 

어머님이셨다.

 

가출했댄다.

 

작년에 재수하던 때도 나한테 전화하다가 어머남한테 욕 바가지로 먹는걸

 

수화기로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뭐 대충 친한걸 아시고는 이 사람 저 사람 해보다

 

해보신 모양인데 나야 알 길이 있나

 

솔직히 아주 많이 친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끔 연락하던 거였는데

 

많이 절박하셨나보다.

 

또 내가 좀 더 챙겨줬어야 했는데 싶기도 하고

(아 빌어먹을 오지랖...)

 

녀석이 가출한 건 별 거 아니다.

 

흔히들 겪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겪는 반항심이랄까.

 

라고들 말하겠지만 사실 이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지.

 

중학교를 거쳐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실망과, 절망, 분노.

 

이 글 보면서 졸라 같잖네 라고 비웃을 형님 누님들 비슷한 생각 한 번이라도 안했다면

 

솔직히 거짓말이거나 엄청나게 순수한 모범생이었다고 칭찬해주고 싶네.

 

그 녀석이 블로그에 써놨더라.

 

외국은 자기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는 수능을 보고 대학에 가서 자기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

 

라고.

 

한국의 교육현실에 만족 못하는 사람들 많잖아.

 

특출나게 잘하는거 없는데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공부해야 한다는게 싫은 사람들.

 

국영수 위주의 공부

 

자기 계열과는 맞지 않는 불필요한 공부를 뭐하러 해야 하느냐

 

..............

 

글쎄 철없는 학생의 투덜거림이라든가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라고도 하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입으로는 온갖 불평 다하면서

 

결국 재수까지 한 끝에 소위 명문대에 들어갔지만

 

저 녀석에 비하면 난 여태 뭐하고 살았는가 싶다.

 

고1인데도 컴퓨터와 미술이라는 명확한 적성 분야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나는?

 

20년 간 내가 한 거라고는 용돈 좀 모은 통장(해봐야 얼마나 되겠나)

 

무협과 판타지 소설 책 30질? 역사 관련 서적 조금?

 

취미?  적성?

 

생각해 본 적이야 있었지.

 

철없을 때는 화가를 꿈꾸기도 했고 농사나 지으며 살까도 싶었고

 

건축가도 되보고 싶었고 글도 써보고 싶었는데...

 

화실을 몇 년 다니다보니 내 미적 센스가 제로라는걸 깨달았고

 

나처럼 의지박약인 애들은 농사는 절대 못할 거라는걸 알았고

(아 물론 닥치면 하겠지만)

 

건축가는 이과를 가야한다는걸 알고 깨달았지(과학이 젬병이라...수학도 보통 수준이고)

 

그리고 소설가는... 써보고는 있는데 솔직히 내가 썩 잘 쓰는거 같지도 않고

 

천상 굶어죽기 딱 좋으니... 보류?

 

아무 이유없이 일단 다용도 활용이 가능하니까 명문대 경영학과를 왔는데

 

난 솔직히 내가 왜 왔는지도 모르겠다.

 

CPA니 뭐니 하는거에 관심도 없는데 말이지

 

내가 고등학교 때 가장 많이 들었고, 가장 내가 듣기 싫었던 말은

 

공부 해라 라는 말보다 "대학만 가서 마음대로 해라" 였지

 

대학간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어차피 하기 싫은 공부 억지로 해야하는건 똑같으니까

 

나쁜 일 하는 것도 아닌데 부모님 눈치 보는건 똑같으니까

 

난 대학교만 가면 부모님하고 안 싸울 줄 알았다.

 

적어도 '공부하라'는 말로는.

 

며칠 전에 부모님하고 대판 싸웠더랬다.

 

알바 좀 하겠다고 했더니 하도 그 시간에 공부나 해서 장학금이나 타라신다

 

그래서 추석 때 단기로 일주일 뛰는거 하겠다고 했더니

 

여전히 말리시네.

 

평생 그거 할거냐고 하시는데 막말로 평생 그거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냐고요

 

근데 어쩌겠어 집에 돈이 남아돌아서 그냥 적당히 놀아도 부모님이 차 뽑아주고

 

비싼 양주에 2차까지 나가고 그러고 놀 그런 집이 아닌걸.

 

대학만 가서 마음대로 하라는 말.

 

애초에 거짓인 줄은 알았지만 그게 거짓이라는 현실을 직면하니까

 

더 슬프다

 

서럽다.

 

그리고 이런 교육환경에서 동생들이 커야 한다는게 더욱 슬프다

 

그 동생들이 나와는 생판 남이 대부분이겠지만

 

분명 그 중에는 내 친구의 동생도 있을 것이고, 내 조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에 고3이 되는 우리 둘째 사촌동생도 있네.

 

이런 글 백날 써야 바뀌는 거 없고 돌아오는건 패배자니 비겁한 변명이 하는 욕인거 알지만

 

또 끼적여보게 되었다.

 

근데.......진지하게 묻고 싶은데

 

이런 교육 현실에 도대체 뭐 때문에 순응하라는건지 알 수가 없네.

 

다원화 시대니 뭐니 해서 학교에서 배우지만 결국 가르치는건 한 가지 뿐이잖아

 

그것도 주먹구구식.

 

나 고3 때 애들이 전국 팔도 지도 못 그리는거 보고 충격 받았었어

 

세상에

 

19살이나 먹고도 팔도가 어디에 어떻게 붙어 있는지를 모른다니

 

그래놓고 한국지리를 공부했다고 말을 하고 다닌다니....

 

그런 애들이 태반인데 그걸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하는건지 웃기더라고

 

그래 맞다 이런 소리도 하겠네

 

배부른 소리 하지말라고.

 

배부른 소리 맞아. 뭐 그렇다고 배에 기름끼가 베여 넘처서 흘러내리는 정도는 아니니까

 

돌은 내려놓고

 

주변에 농고 나와서 요즘말로 하면 농어촌 특별전형 비슷하게 해서 서울대 농대를

 

들어가신 분이 한 분 계셔.

 

그래서 지금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 임원진이니 개천에서 용 난 거지.

 

그 분이 그러시더군

 

"난 그 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이 절박한 상황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어서 절박했다. 너같은

고민을 할 수도, 한다는 것을 상상하는것 조차 없었지. 어떻게 보면 네가 이해가 안되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구나."

 

미쳤다고 강남에서는 '노는 방법'까지 과외한다는 소리가 있던데

 

난 솔직히 그 정성과 그 돈이면 뭘해도 성공하겠다 싶어

 

예체능 애들 얘기 들어보면 하루 절반 가까이를 실기 준비하는데 쏟는다는데

 

명문대 간 애들 그 정도 하잖아?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닌만큼 단 하나의 성공의 수단인 것도 분명한 사실인데

 

왜 그거에 목메야 할까.

 

P.S. 서현아 어머님한테 전화오셨었다. 어여 들어가라. 형한테 전화 한 번 해주고

 

P.S. 며칠 전에 부모님하고 싸우기도 했고... 동생 어머님한테 전화온것도 있고 해서

 

한 번 또 끼적여봤네요 이렇게 후...

 

그냥 홈피에다 혼자 끼적이다가 동생 녀석 한 번 보라고 글 광장에 옮긴거니까

 

말투는....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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