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신여대에서 인천항까지 어떻게 가나요?
A. 지하철을 타세요
Q. 성신여대에서 인천항까지 자가용으로 어떻게 가나요?
A. 네비게이션을 찍으세요
Q. 성신여대에서 인천항까지 네비게이션 없는 자가용으로 어떻게 가나요?
A. 내부순환도로-서부간선도로-경인고속도로 : 1시간
Q. 성신여대에서 인천항까지 네비게이션없는 100cc 이륜 자가용으로 어떻게 가나요?
A. 표지판따라서 국도와 도로를 따라서 구비구비 한참을 가십시오 : 4시간 걸리려나...?
결국
<충정로 (지도 없이 갈수 있는 곳 ^^^)에서 마포대교-구로역-오류동-소사-부평-제물포-인천>
으로 이어지는 네이버 지도가 인쇄되어있는 9장의 A4용지를 호치캐쓰로 찝은채
도시를 달리는 것이다.
원래 계획은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을 저녁으로 먹고
느긋하게 과자도 사서 배를 타는 것이었는데
역시 초행길을 8월의 햇빛 아래에서 몇시간이고 달리는데에는 무리가 있어
몇번 쉬다보니, 이게 왠걸 출항시간조차 아슬아슬해져 버렸다.
게다가 집에서 걸려온 전화로는
내 장갑이 부엌 식탁위에 고이 놓여 있으니
어디 만물상에 들려 목장갑이라도 끼라는 것이다
(몇시간동안 스로틀을 당기고 있으면 손이 퉁퉁 붓다가 다 까져버린다)
드디어 인천에 도착했을때, 안도는 커녕
항구 근처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트럭들의 질주에 기가 눌려
죽기 싫어~~~~ 미친사람처럼 소리지르는 내가 있었다
전후좌우 몇십톤짜리 트럭들 사이에 끼어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니
정말 진심으로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다
저 멀리 저 높이에 앉아있는 트럭 기사들은 내가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서 자란 나는, 개인적으로 '항구는 무섭고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드디어 눈에 들어오는
오하마나호 : 무려 사람1000명+자동차100대
사실 밑의 사진은 오하마나호는 아니지만 여하튼 사이즈는 비슷..
이렇게 큰 배는 태어나 처음 타보는거라 정말 놀랐다
배 안에 로비, 식당, 편의점, 커피샵, 샤워실은 물론 에스칼레이터가 있는거라 =_=
차량선적을 위해서는 따로 사무실을 찾아가서 티켓을 끊어야 되는데
100cc라고 하면 비싸다고 해서 그냥 50cc라고 해버렸다 ㅋㅋ
50짜리 뽈뽈이 스쿠터에 번호판까지 달아서 타는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아저씨가 알면서 넘어가주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붕붕이는 귀여우니깐
어쨌거나 그래서 내 선적비는 53500원
겉모습만 50cc인 우리 붕붕이 선적비는 17000원
이런식으로 넘어지지 않게 사지를 묶어두는거다
혼자 남겨지는게 안쓰러버 눈물이 왈칵 ㅜ
13시간 30분 후에 보자 하면서 엉덩이를 톡톡 ㅜ
1등칸은 완전 호텔방이라는데
나는 말할것도 없이 3등칸
2등칸은 2층침대가 있는 8인용 방이고
3등칸은 그냥 바닥에 장판이 깔린 넓은 방이라
사람들이 스무명씩 모포를 깔고 자는 식이다
(커다란 찜질방을 생각하면 되겠다)
뭔가 3등칸 구석에 보릿자루처럼 혼자 쭈구려 앉아 있자니
응, 타이타닉의 레오도 삼등칸 프롤레타리아였지 싶기도 하고, 허허
곧 있으면 출항이라기에 금새 밖으로 나왔다
사실 인천항이 너무 더러워 별로 찍을게 없었다 ㅋㅋㅋㅋㅋ
온갖 쓰레기가 둥실 둥실
그래도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갈매기 날라가는구나
아, 그래 갈매기
사람들이 손에 새우깡 봉지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는데
아 정말 갈매기는 놀라웠다
옆에 있던 아지매는 막 갈매기가 손 깨물어서 피나고
뭐 그런식이었다
해를 뒤로한채 출항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본래가 석양은 '떠나가는 나그네' 의 감상을 극대화시켜주는 클래식한 소품이다.
마을의 평화를 되찾아주고, 점심 먹고, 느긋하게 한낮에 떠나가는 황야의 무법자는 없는 법이다.
아디오스
아 참 ,
저녁을 못 먹은 관계로 배에 있는 식당에서 5000원짜리 식사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고 오묘했다
흔들리는 배는 그렇게 몇시간이고 계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밖에 나와있다보니 바람에 몸이 젖어 오는게 느껴졌다
전혀 상쾌하지 않아 ㅋㅋㅋㅋㅋ 바람만 맞았을 뿐인데 엄청 끈적거려 ㅋㅋㅋㅋㅋ
그리고 나서는 뭐...
홀에서는 아줌마들 노래 장기자랑, 왕왕거리는 TV소리, 울어대는 아기들
벌어진 술판, 소주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는 아저씨들
그리고 배 이름이 오하마나 호 였는데
하필이면 이때 무한도전인가? 엄청 유행하던 시기여서
5분에 한번씩 오 하나마나~ 하나마나~ 쏭이 들려오고
뭐 그렇고 그런 삼등칸 바닥에 바짝 엎드려 얕을 잠을 자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이등칸을 기웃기웃 하곤
빈자리가 있어서 그냥 거기서 잤다 ㅋㅋㅋㅋ
2만원정도 자체 쇼부 친거 절약한 셈이다
어디서나 강하게 살아남는 바퀴벌레같은 근성
저녁 7시에 출발한 이 거대한 배는 곯아떨어진 나를 싣고 13시간 반을 달려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제주도에 도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