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떨리는 일일까. 이제 막 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는 사람에게는 그만한 즐거움도 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일에는 그에 반하는 일이 있기 마련. 좋은 일이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탤런트 고주원. 데뷔 5년 차 배우 고주원은 인기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겪은 사람이다. 고주원이라는 사람 자체는 조용조용했지만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는 극단적인 반응을 낳았다. 하지만 이것은 고주원의 인생에서 작은 쉼표일 뿐이다. 배우라는 장기적인 미래를 놓고 봤을 때 인기가 있고 없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단다. 단지 고주원이라는 연기자와 그의 작품들이 ‘좋다’라는 평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고주원이 뒤늦게 깨달은 재미와 열정이다.
◆ ‘내 여자’ 지금까지 긴박감 없었던 것 인정,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
이제 막 신인 꼬리를 뗀 고주원의 이름 석 자가 당당히 앞에 걸린 드라마가 나왔다. MBC 주말드라마 ‘내 여자’(극본 최성실/ 연출 이관희)에서 고주원은 이제야 주연의 책임을 느끼게 됐다. 하지만 마냥 즐거워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주연배우의 기쁨은 책임감이라는 무게도 짊어진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그다.
안타깝게도 ‘내 여자’는 전체 시청률 1위를 자랑하는 SBS ‘조강지처 클럽’에 밀려 도통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면 고주원도 바짝 긴장을 할 법도 한데 오히려 당사자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금까지 스토리가 박진감이나 긴박감이 없었던 것은 알고 있어요. 은은하고 잔잔하게 주인공 이야기들이 풀어졌죠. 하지만 인물 관계 설명은 이걸로 끝이에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배신이 시작되니 재밌어질 거에요. 자신있어요.”
고주원은 담담했지만 주연배우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했다. 고주원 본인은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디 드라마가 고주원 혼자 하는 일이랴. 여러 사람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는 작품일진데 고주원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속상하죠. 물론 시청률이 높으면 알아봐 주시는 분들도 많고 현장 분위기도 좋아요. 반대로 시청률이 낮으면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작품을 만든다는 본질적인 목표는 같잖아요. 적어도 연기를 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시청률 걱정 없이 하고 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말예요.”
◆ 칭찬과 질타, 내가 발전할 수 있는 힘
고주원은 좋은 작품에만 만들고 싶다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 자신을 스타로 발돋움하게 해줬던 ‘소문난 칠공주’의 작가 문영남 작가와 직접적으로 붙으면서 완패를 당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다.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주원은 승부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문영남 작가님하고는 ‘칠공주’에서 함께 했었죠. 이번에는 경쟁을 하게 됐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어요. 저한테는 모두 보람된 작품이거든요. 그저 ‘좋은 드라마’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고주원이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 쓸 수 있는 것은 팬들 덕분이다. 좋은 방향을 위해 쓴 소리를 하는 팬들 덕분에 고주원은 나날이 배우고 발전하고 있단다. 고의적으로 남긴 악플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과 프로그램을 위한 충고를 즐겨볼 수 있게 된 다음부터 가능해진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이에요. 질타와 칭찬이 쌓이면 좋은 드라마가 될거라 믿어요. 드라마 홈페이지도 자주 가는 편인데 그 속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을 즐겨 보거든요. 악의적으로 쓴 것이 아닌 드라마와 고주원을 아끼는 마음에서 쓰는 의견이 꽤 많거든요. 그런 것들이 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이에요.”
◆ 배우로서의 눈빛? 처음보다는 깊어지지 않았을까
고주원은 배우를 꿈꾼다. 나날이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만큼 처음보다 달라진 점도 많아졌다.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고 배역을 이해하는 시선도 변했다. 자연스럽게 이뤄진 일이다. 굳이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새 몸에 익혀져 고주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연기의 폭이나 감정들이 데뷔 초보다는 깊어지지 않았을까요? 작품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 연기를 하게 되잖아요. 연기자로서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훨씬 더 많이 남았는데 앞으로 더 나아지지 않겠어요? 그런데 작품을 고를 때는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아직까지는 저 혼자 결정하기에는 좀 위험한 선택이 되더라고요.”
고주원은 지금까지의 날보다 앞으로의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기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것을 그가 제일 잘 알고 있다. 5년 전 시작한 연예인, 그것이 어느 새 고주원의 일상이 됐고 미래가 됐다. 고주원은 이것이 단순히 자기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연기를 잘하고 본받고 싶은 사람을 묻는 질문에 제 이름 석자가 들어가기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인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배우로서의 고주원이나 평범한 사람인 고주원이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고주원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연기에만 몰두할 생각이다. 연기 외에는 관심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고주원을 이끄는 것은 앞으로 다가 올 배우로서의 멋진 삶이다. 자신은 빨리 빛나는 스타보다 그저 연기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고주원.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고주원은 앞으로 더 나아진 삶을 위해서 정진할 뿐이다. 고주원은 느리지만 제대로 된 길을 걷는 것, 그것이 오히려 지름길임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