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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 60주년, 북한 지도부가 던진 메시지는?

윤지훈 |2008.09.11 10:51
조회 775 |추천 0
 

북한 정권 60주년, 북한 지도부가 던진 메시지는?

-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었다 -

 


 2008년 9월 9일 남과 북의 지도자들에 관심이 집중되는 하루였습니다. 남쪽에서는 촛불정국을 잠재우고 보수적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한 각종 정책들을 토해내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5개 방송사가 100분 동안 생중계 하는 TV 앞에 나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국민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기대했던 속 시원한 이야기를 못 들었던 탓일까요. 국민들의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론은 9일 밤부터 북한 정권 창립 60주년 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와병설”로 시작된 김정일 위원장 부재에 대한 추측 기사는 사망설, 중병설, 반신불구설 등으로 확산되었고, 대북소식통, 정보 당국자 등의 발언을 인용해 해외, 국내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북의 체제 변화와 후계 구도를 언급하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근거 있는 전망으로 만들어내는 놀라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교토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에 “문제없다”며 공식 부인했지만, 우리 정보 당국은 김위원장이 “순환기 계통의 질병으로 수술을 받았고, 회복중이며, 체제와 통치에는 문제없다.”는 내용을 국회 정보위를 통해 공식 확인하였습니다.

사실 관계의 확인이 쉽지 않은 북한 최고 지도자 신변 문제에 대해 언론이 추측 기사를 쓰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남북관계 당사자로서 조금 더 신중히 정보를 확인하고 북측의 반응을 주시하지 않은 채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득달 같이 달려드는 우리 언론을 보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의도치 않은 김위원장의 신병 문제가 부각되면서 북한 정권 수립 60주년을 맞이하여 북이 계획했던 목표와 대외정책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가 언론사의 지면에서 사라진 것이 아쉽습니다. 이번 9월 9일 김일성 광장에서 행해진 북한 정권 60주년 기념 노농적위대 열병식과 하루 앞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60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는 북한의 입장과 의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정규군이 아닌 민방위부대 성격의 노농적위대, 청년근위대 열병식으로 대체한 것을 두고 남측의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과 맞물려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정확한 분석이라 할 수 없습니다.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때, 사상과 군사에서의 강국을 이루고 경제 강국 건설로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는 공언을 오래전부터 해 왔던 것으로 미뤄봐서 경제건설의 핵심 주체인 노동자와 농민을 정권 창립 60주년 행사의 선두에 배치해 사기를 독려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며, 전민의 무장화를 내외에 과시함으로써 60년 북미대결에서 진행되었던 “대화”와 “대결”에 다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는 김영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에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하루 앞선 보고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이례적인 5개 기관 공동 명의의 축하문에서도 정권 60주년을 맞는 북한 지도부의 의중은 똑같았습니다. 경제 문제 때문에 60년을 지속했던 북미 대결에서 미국에 머리를 숙이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북한이 그동안 보여줬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분석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서방언론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이라 하지만, 동일한 패턴과 나름대로의 원칙으로 일관된 정책을 보여줬던 것 또한 북한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6자회담, 북미관계, 남북관계는 이제 어떻게 진행될까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6자회담은 핵신고에 따른 검증 문제를 가지고 북미간 첨예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시 사찰이 포함된 검증의정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북한과 테러지원국 해제는 검증의정서 합의 없인 진전 없다는 미국의 입장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내에 형식과 내용에서 9.19 공동성명의 정신을 반영하는 적절한 타협이 없다면 6자회담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며, 북미관계 개선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미국의 차기 정부 과제로 넘겨질 것입니다.

ㅍMB정부 들어와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선언 인정 문제로 시작한 남북의 기싸움이 금강산 관광객 총격사건으로 안개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요즘 행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있는 협상과 대화에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발언과 행동은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미관계 개선이 현 시점에서 어렵다면 남북관계를 정상화 시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과제일 것입니다.

정권 창립 60주년을 맞은 북한 지도부가 남측과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직설적이며 간단합니다.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대화를 할 것이며, 대결을 하고자 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대답해야 할 차례 아닐까요?  (9월 11일 작성)

 

 

                                                 윤지훈(현대사연구소 상임연구원/(주)EJ 컨설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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