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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그여자...[4/4]

박준하 |2008.09.13 04:57
조회 104 |추천 0

 

16.

아무래도 난 악당이 되었나보다. 또 영업2과 최대리가 시비를 건다.

“박과장...너무했다...아..순수한 소녀의 꿈을 무참히 밟아버리는 남정네여..그대의 이름은 신발...”

비꼬는건지 놀리는건지...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최과장의 또 한마디에 뜨끔했다.

“못잊는거지..? 그럴땐 속시원히 말이라도 해보라고...또 알아..?..기운내..”

어깨를 다독이며 걸어가버린 최과장이 밉다. 수군거리며 손가락질 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내 글을 읽고 울었다 웃었다. 내가 쓴 글인데, 나 자신도 등장인물의 감정을 전달 받을 수 있었다.

행복해야 할까...아니면 씁쓸해야 할까. 읽고 있는 내내, 그 남자가 측은하게 다가왔다.

비록 내가 쓴 글이지만, 그 남자의 마음이 이랬을까 싶었다. 그리곤 하나의 가정을 세웠다.

‘만약...그사람이 이런다면...내가 다시 받아주겠지...’

 

 

17.

나란 녀석은 또 다시 전화기를 붙잡고 고민에 빠져 있다. 전화기를 들고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닌지

1시간이 지나서야 결심을 한다.

‘그래..이제 와서 내가 어쩌겠어...’하지만..옆에 있을 때 보다 더 보고싶은 이유는 그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와 헤어진 후 처음으로 전화기를 만지작 거려본다. 그이의 전화번호를 지운지 오래됐지만,

생생하게 기억해 내는 머리는 아이큐가 높은건지 기억력이 좋은건지...이럴땐 불편하기만 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제 멋대로 눌러버린 그이의 전화번호...그리곤 통화버튼을 맘대로 눌러버린다.

누가 그랬지...? 사람의 모든 행동은 뇌에서 명령한다고..? 이건 아닌걸..

“뚜..뚜...지금은 통화중입니다..삐소리가 나면....”

‘다행이다...’

 

 

18.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고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통화중이었다. 전에 봤던 그 남자였을까...

또 다시 난 자괴감같은 기분에 내 몸을 맡긴다. 그러면서도..살짝 문자를 남겼다.

‘나 말야...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장을 보러 나왔다. 이번엔 드립커피를 꼭 사겠노라고 장담하면서...커피코너에 서서 또 한번 멍하니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다이아몬드사의 ‘케냐AA'...왜 이걸 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집에 사는 언니가 부탁한 야채를

확인하려고 전화기를 뒤적거렸다.

“참내...전화기를 어디에 둔거지...”

 

 

19.

보내고 난 문자의 답장을 기다리다 지쳐서 잠을 청하려 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평소 듣지도 않던

클래식을 틀었다.

‘편안해지면 잠이온다..?’ 그렇다..누구나 그럴꺼다. 하지만 클래식따위 지금의 나에겐 편안하게 할만한

기운은 없나보다. 잠이 안온다.

 

여자는 말을 해야 즐거워진다고 했던가. 내 마음대로 산 야채들을 싸들고 옆집을 찾았다. 방긋 웃는 얼굴로

맞아준 언니 덕에 오랜만이라고 해야할까...아무런 생각없이 수다를 떨고 말았다.

거하게 차려준 저녁을 해치우고 집에 돌아와 잊고 있던 전화기를 찾았다.

부재중 통화 0건..역시나 평소 날 찾아주는 사람은 없었던거다. 그리고 얼마가 되지 않아 문자 한통을 봤다.

 

 

20.

반쯤 졸다 놀란 정신을 추스르면서 옷을 챙기는 일은, 세상 그 어떤 일보다 힘들었다. 평소 손에 잡히는 대로

입던 옷들이 지금은 왜 이리도 손에 잡히지 않는지 알 수 없다.

그녀의 갑작스런 통화에 왜이리 두근거리는 걸까. 처음 그녀를 알았을 때...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니다..지금의 나는 그때 보다 더 요동치고 있다.

 

티셔츠를 뒤집고 후다닥 달려오는 그를 보면서 웃음이 났다. 너무 웃었을까...그 사람의 어쩔 줄 모르는 표정

이 또 한번 웃게만든다. 서로 바라보면서 웃기만한 시간이 흘러...

나지막하게 그의 말을 들었다.

 

 

21.

“보고싶었어...아니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아니 아니..잊을 수가 없었어..나...”

“......”

“나..그냥 지금처럼 지내면 안될까..?”

“뭐야...내가 무슨 심심풀이야..? 보고싶으면 보여주게..? 됐어...”

“아니...그런게 아니라...이렇게 계속 보고싶어서...”

“......”달도 보이지 않던 그믐즈음이었을까...비도 안오던 날 서로의 얼굴에 축축한 느낌은

아무런 말이 없이 계속되었었다.

 

지금은 이렇게 기억하는 그이와의 만남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산다. 물론 퇴근 후에 양말조차 제대로 세탁기에

넣지 못하는 그이지만...그때의 기억을 돌이키며 다시금 말해보곤 한다.

“야~!!! 너 세탁기에 제대로 안 넣어~!!! 그리고 양말은 뒤집어 놓지 말랬지~!!!!

그렇게 그와의 새로운 헤프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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