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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의 계절 - 온다 리쿠

옥우재 |2008.09.13 11:36
조회 37 |추천 0

 

 

온다 리쿠의 두 번째 작품인 “구형의 계절”.

그녀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고등학생의 소년, 소녀들이 주인공이다.

소설의 배경은 ‘야치’라는 일본의 조그만 시골마을. 그곳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소문과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지역연'이라는 고등학교 동아리 모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추리소설 시작하지만, 중간에 판타지 소설로 변하면서 몽환적이고, 불안정한 십대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지역연' 아이들의 눈을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군상극의 형태를 띠는 청소년 성장 소설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인상적인 내용을 풀어간다.


기묘한 소문. 조용한 시골 마을 야치 안에 있는 두 개의 남고와 두 개의 여고. 그 곳의 아이들은 다른 모든 소년, 소녀와 마찬가지로 답답하고, 지루한 현실을 견뎌나가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 똑같이 강요당하는 공부라는 학생의 본분,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나른함과 지리멸렬한 답답함들. 그들은 그 속에서 청춘을 고민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자신의 늙어가는 얼굴을 거울로 보고, 진지하게 인생의 의의를 생각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다.


아직 고등학생인 소년은 생각한다. 나는 특별한 소년이고 싶다고. 그러나 그는 늘. 특별한 소년이 아니었다. 우수한 소년이었을지언정 그는 특별한 소년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특별한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훌륭한 어른이 될 것이라고도 자신할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이 무한히 반짝거릴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조용한 체념과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한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반짝이던 길은 이제 막 끝이 보일 것만 같았다. 청춘의 시간이 끝나는 것 처럼.   


소녀는 놀란다. 어느 순간 자신이 즐겨 읽던 만화 속의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만화 속에서 보았던, 그리고 꿈꾸었던 특별한 사건들과 놀라운 일들이 같은 나이의 자신에게는, 현실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인생이 평범한 인생이라는 것도. 그녀는 알았고, 받아들였고, 자신의 소소한 일상들을 사랑했다. 따스한 차 한 잔과 자잘하게 웃으면서 만화를 읽을 수 있는 시간들을. 그리고 지금 즐기는 이런 안락함과 행복한 시간들이 나날이 줄어간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지금은 . 지금은 그저 작은 아픔일 뿐이지만,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진짜 고통의 시간이 찾아올 것이란 것을 막연히 느끼고 있었다. 


불안했다. 우리들의 학창 시절은. 대학생이며 사회인인 지금과는 다른 의미에서 우리는 불안정했다. 자신만만했고, 하기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시간은 천천히 흘러서 이제 끝에 다다른 것 같았다. 한심함과 분노와 초조함. 아무 것도 아닌 곳에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른 곳에서 다른 환경에서 시작했다면, 나의 인생은 내가 바라는 이상에 더 가까이 근접하지는 않았을까하는 마음으로 괴로워했다. 공부라는 학생의 임무로 둘러 쌓인 일상은 언제나 숨이 가뻤고, 우리는 항상 지쳐있었다. 나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내가 타인들과는 다르거나 혹은 모자라고, 현실세계와 내가 안 맞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곤 했다. 모든 청춘의 불온한 초상들.

 

온다 리쿠는 언제나 이런 청춘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하다. 그리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판타지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흘린다. 아직도 그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에 젖는 나는 덜 자란 청춘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동시에 반짝이는 작은 빛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나의 모습에. 서글픔과 동시에 희망을 간직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불안하고 쌉싸름하며 아름답다. 원시적인 바람이 부는 세계 이면의 진짜 또는 가짜의 차원에 나는 한번이라도 도달해본 적이 있을까. 한 번쯤, 야생의 바람이 몰아치며, 가슴을 꽉 채우는 이상한 열정과 모험심으로 가득 차는 그 세계의 강변에 머무르고 싶다. 다른 모든 꿈꾸는 인생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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