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은 후반부에 접어들었지만, 태양은 중천(中天)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이글거린다는 표현이 적당할까? 아니지 싶다. 달아오르는 필자의 심정을 표현할만한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신도영(김지수 분)이 진행하는 [원더우먼 쇼]에서 보여준 윤사월(이하나 분)의 두 번째 복수는 그야말로 절정! 그 자체였다. [두 자매]라는 연극으로 도영의 영혼을 얼어붙게 만든 윤사월. 사월의 두 번째 복수는 직접 출연한 연극의 히트로 [원더우먼 쇼]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대본에 없는, 즉석에서 도영에게 언니 역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윤사월. 사월이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죽는 건 벌이 아냐. 살아서 고통받는 게 벌이지."
"그런데 왜, 사랑받고 자란 티가 안 나지?"
"꼭, 파양당할까 봐 두려움에 떠는 아이처럼!"
"닥쳐! 니 목을 부러뜨리기 전에."
--바로, 신도영의 '영혼을 뒤흔들어버리는 것!'. 정해진 대본이 끝나고 이어진 도영과 사월의 실제 대화 장면은 사월의 지난날 한(恨)이 붉은 가시가 되어 도영의 파란 가슴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찔렀다. 그 찔림에 대한 신도영의 절규!!
--자신을 서울역에 버리던 모습을 고스란히 연극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한 윤사월의 첫 번째 복수는 연극이 아닌, 현실로 나타났다. 필자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어선 [원더우먼 쇼]에서의 대화 장면은 김인영 작가의 넘치는 에너지를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사고 후, 기억찬락 증상 중에 보여준 도영에 대한 최 교수의 따뜻함에 왜 이리 가슴이 따끔거릴까. 도영이가 진정 바라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렇게! '따뜻한 사랑의 빛'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그 시절, 어린 도영에게 그토록 모질게 굴었을까? 친자식이 아니라서? 자신이 애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시켜주는... '끔찍한 인형에 불과했겠지!'
"너 왜 이렇게 말랐니... 뚝! 울지마."
--신도영의 빛은 강렬하다. 하지만, 어둡다. 어두운 빛을 발하는 도영의 마음속. 그 속에 지금과 같은 가족의 사랑이 있었더라면... 오히려 지영이의 태어남이 더 큰 축복이 되어, 더욱 행복한 가족이 되었으리라.
"옛날에도 이래주지. 그럼, 많은 게 달라졌을 텐데..."
--무엇보다도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자랄 수 있었더라면... 부모 없이 자란 '사월의 한(恨)'과 최 교수의 가시 돋친 말과 행동에 사무친 '도영의 한(恨)'이 무엇이 다른가! 다르면서도 같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한(恨), 아닐까?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는 최 교수의 기억세포.
도영을 노려보는 되살아난, 기억세포.
--엄마의 사랑이라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체험은 잠깐! 이었다. 완전히 기억을 회복한 정희의 기억세포들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두 자매의 모정에 대한 사무침이 다시금... 갈라지는 순간이다. 엄마의 사랑은 아이의 권리이건만... 도영은 그 권리를 누군가의 잘못으로 한 번 잃고, 입양된 후에는 완전히 상실한다. 사월은 모정에 대한 권리를 친모의 편애와 입양 언니의 충동이 결합되어 한 번 빼앗기고, 신도영의 '처절한 본능'으로 철저히 상실한다.
"도영아, 왜 우니?" "너무 좋아서... 무서워요."
도영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무섭고 커다란 인형, 신지영 태어나다.
--신도영과 윤사월의 편으로 나뉘어버린 시청자의 모습도 보인다. 물론, 왔다갔다 감정의 변덕에 힘들어하는 시청자도 많겠지. 하지만, '누가 더 악하고 누가 더 불쌍하다는 것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분명한 '선'과 '악'. 작가는 선과 악을 무리하게 분리시키려 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잠깐, 김인영 작가의 [기획의도]를 살펴본다. 필자는 두 가지 대목에 주목한다. 첫째,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것!" 둘째, [욥기 서]에서 '욥'이 자신이 태어나던 날을 저주하는 내용 중에서 인용한, "어찌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게 사방을 에워싸 버리시고는 생명을 주시는가!" 이것은 사월의 아픔을 소홀히 다룬다는 많은 시청자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나쁜 년! 고약한 기집애. 너, 일부러 그랬지!"
"가자! 엄마한테 이른다. 일러서 언니 혼나게 만든다!"
--[태양의 여자]라는 [강]은 어린 김한숙(신도영의 본명)의 마음을 따라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두 자매 모두 멍든 가슴으로 살아왔다. 그러니, 도영과 사월의 아픔을 공평하게 '반반씩' 표현해 달라고? "쟤, 코가 왜 저래?" "쟤, 눈빛 좀 봐. 진짜 맘에 안 든다.".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작가에게는 자식에 대한 숨김없는 사랑을, 주변의 시선때문에 억지로 성형수술 시켜버리는 꼴이다. 또한, 시청자에게는 극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솔직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앗아간다. "인내를 가지고 마지막 회를 받아들이자.". 필자는 작가가 인용한 욥기 서에 담긴 그날, '욥'의 처절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자 한다. 보이지 않게 사방을 둘러싸고 내려주신 생명... 부디, 사방에만 집착하지 말고, 고개 들어 위를 바라봐 주기를. 푸른 하늘과 새 하얀 구름,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속삭여주는 '태양'과 '노을'이 있음을... 고개 들 기운조차 잃어버린 도영이겠지? 차동우! 당신이 바로, '희생'으로 만든 [사랑의 날개]를 삶에 지친 도영의 가녀린 어깨에 달아주어 저 하늘로 힘껏!! 날아오르게 해 줄 사람이지? 맞지?
그나마, 작은 온기마저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신도영.
"언니는 뭐였으면 좋겠어?" "난... 너였으면 좋겠어."
네티즌들의 다양한 만담이 있는 곳!
nine-bell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