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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즈카 요스케여 돌아오라!- 영화 "고"

이가영 |2008.09.22 08:51
조회 287 |추천 3

 

[Go]

★★★

 

우리는 흔히 남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기쁨을 느낀다.

특히 학창시절엔 선생님들이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면 초 수면제 샘이라도 갑자기 하트가 뿅뿅하기도 한다.

 

김춘수 시인은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다른이에게 꽃이 되는, 하나의 존재로 인식된다고 읊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이름이라는 것이 때로는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그 실체를 알기도 전에 규정짓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게 좋은 것이라면 괜찮지만 나쁜것이라면 문제다.

 

우리 주위 흔한 예로, 나라 이름같은게 있겠지. &#-9;미국&#-9; &#-9;영국&#-9; 이러면 우워~~~~!! 이런반응이고

&#-9;방글라데시&#-9;, &#-9;네팔&#-9; 뭐 이러면 "흐응...."이런 반응?

 

어쨌건 일본속의 "자이니치", 재일동포들도 그런 예가 아닐까?

 

그저 하나의 똑같은 인간일 뿐인데, 왜 &#-9;자이니치&#-9;로 불려야 하고, &#-9;자이니치&#-9;라면 차별을 받아야 하는거지?

 

내가 자이니치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그런 &#-9;자이니치&#-9;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모두 열심히 뛰고 있는 농구장.

 

아무도 주인공 스기와라(쿠보즈카 요스케)에게 패스하지 않는다.

 

열받아서 농구장안에 있는 녀석들, 심지어 선생까지도 쥐어 패버리는 스기와라.

 

자신은 일본인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들이 멋대로 규정해 버린 이름, 자이니치.

 

나는 살아있다!! 슈퍼그레이트 치킨 레이스

 

슈퍼그레이트 치킨 레이스. 

 

역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죽을 힘을 다해 뛴다.

 

그래, 인간대접도 안해주는, 투명인간 취급받던 스기와라도 살아있는거다.

 

 

 

아버지는 조총련계, 즉 북한계열의 재일동포다.

 

그런 아버지가 어느날, 하와이를 가기위해 국적을 남한으로 바꾼다.

(영화에선 "요즘엔 북한 국적으로도 하와이에 갈 수 있다"고 대사가 나오는데, 저 아버지가 왜저러지? 라고 생각했었다.

하악하악, 정말 단순한 내 머리..)

 

 

 

하와이 따위 안가면 그만이지, 사실 아들을 위해서다.

 

자존심강하고 무뚝뚝한 아버지는 차마 아들을 위해 그런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하와이에 가겠다는 엉뚱한 핑계를 대고 국적을 바꾼 것이다.

 

 

 

스기와라는 결심한다.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고, 민족계(북한계열)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기로...

 

 

일본학교에 진학한 스기와라.

 

농구장에서 그 난리를 치고난 후, 다가오는 놈들은 모두 그를 꺾어주고 싶어하는 도전자들 뿐이다.

 

하지만 24번싸워서 결코 진적이 없는 스기와라.

 

 

흑인 해방 운동 지도자 말콤엑스가 의로운 말을 했다
나는 자유를 위한 폭력은  폭력이라 말하지 않는다
치정(治政)이라고 말한다
폭력은 나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경우도 있다
패는 건 싫지만 맞는 건 더 싫다
그게 전부다
이건 혁명 역사다
민족학교 때의
교과서지
내가 하는것도 말하자면 혁명이니까

 

민족학교 내에선 일본어사용 절대 금지.

 

스기와라의 친구 &#-9;원수&#-9;는 교내에서 "멧챠 응꼬"(엄청 똥마려)를 썼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에게 린치(?)를 당한다.

 

엄청 똥마려워서 "멧챠 응꼬"라고 했다는 원수. "멧챠 응꼬"를 조선어로 뭐라고 해야되냐고 묻는데,

 

담임은 "똥 하고 싶다"라고 해라고 한다. 풋!

 

이미 이들의 의식은 일본어의 "멧챠 응꼬"가 더 자연스러워져 버린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조선어 사용을 강요하는 선생.

 

 

그러던 어느날, 도전자로 싸움을 걸어왔다가 스기와라에게 한대 맞아서 코가 부러진,

야쿠자의 아들 가토(싸움을 하고 난뒤 친구가 됨)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간 스기와라.

 

시끄러운 클럽에 혼자 앉아 라쿠고(일본 전통 만담) 테이프를 듣고 있는 스기와라 앞에,

 

그녀, 사쿠라이가 다가온다.

 

묘한 매력의 사쿠라이는 이미 스기와라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런 그녀와 데이트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하는 스기와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성인 &#-9;사쿠라이&#-9;만 가르쳐 줄 뿐, 진짜 이름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어릴 적 부터 스기와라에게 복싱을 가르쳐 준 아버지.

 

왼팔을 쭉 뻗어봐라

한바퀴 돌아봐

네 주먹으로 그린 원이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원 안에서 손이 닿은 만큼만 손을 뻗어야 다치지 않고 살 수 있지

그런 인생을 어떻게 생각해?

권투는 원을 주먹으로 깨부수고 밖의 것을 쟁취하는 행위야

원 밖엔 강적들이 우글우글해

적들이 원 안으로 치고 들어올거다

맞으면 아프고 때려도 괴롭다.

그래도 할래?

원 안에 있으면 안전한데...

 

 

 

스기와라에게 라쿠고를 알게 해 준 녀석도 이녀석이고,

 

민족학교에서 당당히 "우리는 나라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강단 있는 녀석.

 

어머니가 일본인이고, 아버지가 조선인이면서 일본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민족학교의 선생이 되겠다는 녀석.

 

정일은 스기와라에게 또 한권의 책을 소개해 준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런 정일을 스기와라는 정말 믿고 좋아하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지하철에서 일본인 남학생에게 작업당하는 민족학교 여학생을 구해주려다 칼에 찔려 그 자리에서 죽고 마는.......

 

처참하고 억울하게 죽고마는 정일.

 

(근데 저 여학생역으로 나온 사람,,, &#-9;노다메&#-9;의 키요라역으로 나온 여인인듯.)

 

가장 친하고, 존경까지 했던 녀석을 잃어버린 스기와라는

 

정일이가 좋아했던 라쿠고 공연장에가서 공연은 보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정일이가 추천해준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는다.

 

 

이름이란 뭐지?

장미라 부르는 꽃을.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그리고,

 

이미 깊어진 사이인 사쿠라이에게 고백한다. 사실 자신은 자이니치라고.

 

중학교까진 민족학교를 다녔고, 조선어도 배웠다고.

요약하자면 두배라고. 그저 월드컵때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다 응원할 수 있다고.

 

국적따윈 의미 없는 거라고.

 

하지만 사쿠라이는 말한다.

 

자신의 아버지는 어릴 적 부터 조선인은 피가 더럽기 때문에 가까이해서는 안된다고ㅡ, 그렇게 듣고 자라왔다고.

 

그리고는 사쿠라이도 고백한다.

 

자신의 이름은 츠바키라고. &#-9;사쿠라이 츠바키&#-9;

 

너무 일본스러워서 가르쳐줄 수 없었다고.

 

또 스기와라는 말한다.

 

자신의 진짜 이름은 "리정호"라고. 너무 외국인스러워서 가르쳐 줄 수 없었다고...........

 

어쨌든 그렇게 둘은 헤어진다.

 

단지 스기와라가 "자이니치"라는 이름 하나를 달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금방전까지 그렇게 사랑하던 둘이, 그 이름하나에 갈라서는걸 보면,

"이름"이란건 별거 아닌것 같아도 정말 무서운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일이의 유언대로 대학엘 가겠다는 스기와라

 

나는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뿌리 없는 잡초다

 

 

수험에 매진하던 겨울밤.

 

사쿠라이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온다.

 

난 가끔 너희 일본인들을!
이 녀석, 저 녀석죄다 패 죽이고 싶어져!
너희는 내가 무섭지?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불안해서 참을 수 없지?
좋아,
난 사자다
사자는 자신이
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그건 너네 마음대로 정한
이름이잖아
기분 좋을 때 다가와 봐
다 패죽여 줄 테니!


이름 같은 건 뭐라도 좋아!
애벌레든, 전갈이든
에일리언이든 상관 없어
하지만 난 에일리언이라
생각지는 않아

난!


재일도, 에일리언도
아니란 말이야!


난 나란 말이야!

 

 

 

그 눈..
그 눈
내가 좋아했었어

 

이제 더 이상 스기하라가어디 사람인지는 상관 없어
이제 겨우 알 것 같아
어쩌면
스기하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 왔는지도 몰라

 

2003년도 쯤에 책으로 먼저 읽었었는데, 그때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분명 이건 자기 연애얘기라고 못박고 시작하지만, 자이니치라는 신분인탓에 결국 자이니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쩜 주인공 "스기와라"에겐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 같은, 어딜가든 따라댕기는 족쇄와 같은 자이니치라는 이름.

 

 

어쨌든, 책을 읽으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책을 먼저 읽지 않고 영화를 봤다면 더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안보고 영화만 본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 뭘 얘기 하려는지 모르겠다, 보다가 꺼버렸다는 의견이 많았다.

 

 

흠...일단 전개가 좀 지루하다고 해야하나...

 

편집이나, 카메라 워크가 좀 더 빨랐다면, 좀 더 박진감 넘치지 않았을까? 아님 신나는 락음악이라도..깔았다면..

 

이건 뭐 연애얘기라고 못박고 시작했다면 좀더 감각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겼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를 살려주는 것은 스기와라 역을 맡은 배우 쿠보즈카 요스케 덕이 아닐까?

 

(실제로 이 작품을 통해 일본내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호일퍼머가 정말 잘 어울린다. 얼굴이 작아서 그런가?

 

쿠보즈카 요스케는 드라마 "IWGP"의 "킹"역을 통해서 알게 된 배우인데,

 

정말 그 드라마를 보고 완전 뻑이 가버렸다.

 

결코 정형적으로 잘생긴 미남이라고 할 수 없는 외모지만, 뭔가 개성넘치고, 역할에 대한 몰입력이 굉장히 뛰어난 배우.

 

 

"킹"역을 맡았던 쿠보즈카 요스케는, 과연 저 역할을 저 사람이 맡지 않았다면... 생각하기 싫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온전히 "킹" 그 자체이다. 내가 만약 저 작품을 쓴 작가였다면, 정말 캐스팅에 만족스러웠을 듯.

 

그 이후에도 "표류교실"이나 "핑퐁", "란도리"등등을 통해서 개성만점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아마 2000~2002년 이쯤이 그에겐 전성기였을 듯.

 

(스마스마에서 카토리 싱고가 쿠보즈카 요스케의 말투를 흉내내며 그가 찍은 씨엠을 패러디할 정도였을니까.)

 

정상인과,  똘끼가 보이는 역할까지 전천후로 해 낼 수 있는,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GO"를 찍고 난 이후부터, 머리를 빡빡 밀고, "흉기의 사쿠라"라는 영화에 일장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출연하며

 

내셔널리스트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러니, 말도 안돼, 아이러니~)

 

흔히 말하는 전쟁을 미화시키는 극우영화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근데, 또 뭐 결혼을 해 버리더니, 심지어는 집 베란다에서, 자살시도로 의심되는 추락사고 이후로 일본내에서 이미지 급하강!!

 

그 사건이 일어난 2003년 이후로, 더 이상 티비에서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큰 사건 저질러도, 몇달의 자숙시간(과연 자숙?)만 거치면 겸연쩍은 웃음으로 방송을 다시시작하는 우리나라 연예계와 달리

 

일본은 어찌보면 저렇게 모질게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민감하고, 그로 인해서 한순간에 방송에서 퇴출되는 연예인들도 많다.

 

 

얼마전에 읽은 김동인의 "광염소나타"에서 작가는 물었다.

 

훌륭한 예술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선, 반사회적 행동도 용인할 수 있냐고...

 

물론 요스케의 행동이 훌륭한 연기를 위해서 한 행동은 아니지만,

 

자살인지 아닌지 정확히 판명나지도 않은 사건으로 묻혀버리기엔, 재능이 너무 안타까운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최근에 아야세 하루카 주연의 "이치"(?)라는 영화에 조연인 무사역할로 출연한 예고편을 잠깐 봤는데,

 

예전의 그 포스는 여전하더라.

 

근데 정작 본인은 요즘엔 가수활동에 관심이 더 많은지 힙합그룹 비슷한 몰골을 하고 음반까지....

 

드라마를 통해서 그를 볼 날은 점점 멀어지는 것인가...

 

 

추천수3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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