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들판으로 가는 꿈을 꾼다
- 박 현 태 -
옛 친구를 생각하다가 문득
파아랗게 깎아진 풀밭위로 외로운 길 따라서
표표히 언덕을 넘어 사라지던 동자승,
그의 둥근 머리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이상한 슬픔 같은 거
그리고 회색의 장삼자락에 휩싸여 겹겹이 나부끼며
살아지던 크고 검은 그늘, 그런 운명으로부터
안겨지는 삶 하나를 본다.
오늘은 고운 추억만을 생각하기로 하고
살아있다는 것, 오직 행복하기로 한다
잠시 회상한 옛 친구와 가을나무 누른 그늘에 앉아
거친 세상을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를 하다가
이리 쉬이 간 세월에다 대고 바람 허하게 웃을 뿐
새삼 인생이니 운명이니 알 바 아니라 다짐한다.
이럴때 나는 들판으로 가는 꿈을 꾼다.
잠깐으로 과거의 모드를 돌아볼 수 있는 것 아니지만
시간을 쩔뚝이며 다문 얼마라도 더디게 세월을 가게하고
잠든 듯 멈춰 서서 떠올려보는 옛사랑 옛친구
그 물빛 같은 추억에 젖어 들어
내 인생살이 중 가장 아름다운 세월
한 자락 들추어본다.
** 제11회 경기도 문학상 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