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다. 동방신기의 공식팬클럽인 카시오페아 회원도 아니고, 그냥 일반
아이돌이 나오면 귀엽네, 하고 웃으면서 듣고 조금 예뻐라 해주는 아주 일반적인 고학번... 여
대생일 뿐이다. 내가 동방신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친구들과 허그의 마딛는우유 또는 라이
징선 절규를 따라하던 것과 짤방으로 쓰이는 엽사 몇개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동방신기 4집이 곧 발매되는 지금, 나는 동방신기에 대해 커다란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도칸에서의 공연영상을 보고
나서이다. 일본어 공부를 위해서 노래 또는 토크를 찾던 나는, 동방신기가 부도칸에서 부른 아
카펠라 영상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바로 그 공연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서 동방신기에 대하여 더 알아보게 된 결과, 나는 동방신기에 대한 선입견이 너
무나 안타까워졌고 마침 전공도 뭐 이런 쪽이기에 몇 글자 적어보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사람들
이 지적하는 동방신기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이다. 시시콜콜 다 적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몇 분야만 적어보고자 한다. 모든걸 담아내지 못하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1. 가수로서의 자질
사실 동방신기는 노래를 잘한다. 이는 무슨 창법이 어떻다 뭐가 어떻다를 떠나서 진짜 순수한
일반인의 귀로 들었을때 이야기다. 일본활동을 통하여 그들은 한층 성장했고 아카펠라 그룹이
라는 이름에 걸맞게 더욱 아름다운 하모니를 창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김준수만의 특이한 목
소리와 풍부한 성량과 감정, 김재중의 안정적이고 탄탄한 발성, 심창민의 넓은 음역대와 강한
보컬, 박유천의 낮고 잔잔한 목소리, 정윤호의 솔직하고 맑은 노래는 그 하나하나로 충분한 매
력을 가지며 하나로 합해졌을 때 더욱 커다란 힘을 가진다. 그러나 그들의 노래는 잘생긴 외모
와 큰 키, 거대한 팬덤에 가려져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
이 나아졌다고 해도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을 립싱크나 하는 유치한 초등학생 대상 아이
돌그룹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서 흔히 동방신기와 멤버수 외에는 별 공통분모가 없음에도 비교되고 있는 빅뱅 얘기를
꺼내자면 - 나는 빅뱅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고 그들과 동방신기의 실력을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니까 오해 없길 바란다 - 빅뱅은 참 행복한 그룹이다. 그들은 아티스트적 아이돌이고 또
그렇게 이미지를 잡았으며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획사가 YG인것도 물론 한 몫 했을것이
다. 그만큼의 기량이 있으니까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그 문제를 떠나서 그들은
음악을 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들어주려 노력해주는 편이며, 인정해주려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왜냐하면 빅뱅은 그 자체로 트렌드이고 브랜드이며, 네임밸류를 가지
기 때문이다. 악플을 다는 사람도 물론 많다. 그러나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가수건 일
반인이건 불가능한 얘기니까 넘어가자.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가수로써 많은 사람
들이 자신의 노래를 긍정적인 생각으로 들어주고 평가하려 노력한다는 것은 정말 얼마나 큰 행
복일까.
그러나 동방신기는 그러한 행복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SM이라는 기획사의 이름 그리고
본인들의 의지는 아닐 것이 분명한 과거의 괴기스러운 의상과 헤어스타일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색안경을 낀 시선을 받는다. 처음부터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봐주는 사람이 많다
는 이야기이다. 정말 객관적인 평가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다. 이만큼 노래하고 이만큼 춤추고
이만큼 외국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고 이만큼 잘났으면 칭찬해줄법도 한데, 사람들은
도저히 그래주지 않는다. 사람들 두눈 감겨주고 귀에 이어폰 꽂아주고 누구의 노래인지 가르쳐
주지 않은 채 동방신기 노래를 들려줘보자. 다들 어느정도의 가창력은 인정하지 않겠는가. 그들
은 단순한 소녀들의 우상으로 평가되기엔 아까운 가창력을 지니고 있다. 이전엔 정말 부족하다
고 생각했던 정윤호와 박유천의 노래도 정말 많이 향상되었다. I'll be there과 Love in the ice
를 들어봐라...
2. 아티스트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동방신기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본인들이 만든 곡도 없고 생각이 담겨있
지가 않다고, 아니 어떤사람은 사회비판의 성격이 담겨있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하더라. (이건
대체 왤까? 심오하고도 심오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정반합 가사를 본적이 없나?) 여기에
팬들은 그들도 작사작곡을 한다고 주장하며 이노래를 들어봐라 저노래를 들어봐라 추천을 한
다. 들어봤다. 박유천의 곡. 좋더라. 여우비도 그렇고 키스한채로안녕도 그렇고.
근데 내가하고싶은말은 이거다. 자기가 곡을 써야지만 아티스트인가요? 노래에는 꼭 사회비판
의 성격이 담겨있어야 되는건가요? 세상에 작곡가랑 작사가가 왜 있겠는가. 곡을 받아서 부르
는 사람은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주장 자체가 황당한 이야기이다. 아티스트는 말 그대로 아트를
하는 사람들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인 것이다. 가수는 목소리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자기가 만든 곡은 더 세세한 부분까지 이해하고 감정선의 흐름을 잡아 부르기 편해서 보다 높은
퀄리티의 곡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르
는 것이 낮은 퀄리티를 전제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아트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이
라고 생각한다. 수신자에게 전달자의 감정 또는 의도가 효과적으로 전달될수록 아트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을을 보고 나의 느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 그 감동을 그림으로 그렸는
데, 다른 사람이 그걸 보고 나와 같이 숨막히는 느낌을 가졌다면 그걸로 훌륭한 아트가 완성된
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예술은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장르이고, 사랑얘기를 전달하고 싶다
면 그걸 전달하면 되는거다. 사회에 불만있으면 그 불만을 전달하면 되는거고.
너무 깊게 들어가진 말고, 그렇다면 그 노래 자체의 분위기를 잡아내어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면, 그래서 작곡가 작사가와 대중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훌륭하게 조율하고, 또 그
사이의 오묘한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면 그 가수는 아티스트로 인정받아
야 한다는 결론을 나는 얻는다. 추상적인 이야기라 말이 자꾸 어려워지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어
떤 노래든 훌륭하게 소화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자기가 만들기까지 하면 그건 플러스 알파인거
고. 그러니까 동방신기가 자신들의 타이틀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아티스트가 아니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말자. 어쨌든 그들은 노래를 훌륭하게 전달한다. 그것이 라이징선의 분노에 찬
절규일지라도 말이다.
3. 카시오페아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이다. 동방신기 애들은 괜찮은데, 걔네 팬이 싫어. 카시오페아는 무서워,
빠순이들, 이런것들. 거대한 팬덤이 오히려 그들을 가리는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몇년 전까지 동방신기의 팬들은 대부분 어렸고 우리오빠들 우리오빠들 하면서 개념없는 댓글을
무작정 달아대는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지금도 음원사이트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거부감
드는 응원글을 도배하는 경향이 남아있기도 하고. 하지만 동방신기의 팬은 그게 다가 아니다.
개념이 없는사람이 있으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젠 팬의 나이도 꽤 많아져서 진짜 초등
학생들은 사실 동방신기를 잘 모른다.... 나 과외하는 4학년짜리 애랑 6학년 애도 동방신기 잘
모르더라. 풍선 노래만 쪼금 알고. 그리고 나이 많은 팬들, 어리지만 생각있고 개념있는 팬들도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다. 동방신기 팬들의 평균연령을 내자면 잘은 모르지만 20은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중학교때 팬이었던 애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 있을테니.
뭐 그런 문제를 다 떠나서, 카시오페아를 비난하는 데에는 두 가지 모순점이 있다. 비판이 아닌
비난말이다. 첫째, 가수와 팬은 상당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팬이 곧
가수인것은 아니다. 카시오페아는 싫은데 동방신기의 노래가 좋다면 일단 들어라. 카시오페아
는 따로 욕하고. 왜 카시오페아때문에 동방신기 노래가 듣기 싫다는 말이 나오는지 난 알 수가
없다. 카시오페아가 부른 노래는 아니지 않은가. 둘째, 카시오페아는 다른 팬클럽에 비해 거대
하고 조직적인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하나의 동호회일 뿐이다. 난 왜 그들이 꼭 이익집단처
럼 간주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전 왕비호와 카시오페아 사이의 갈등에서 뜬 기사 제목이,
'잠자는 카시오페아의 콧털을 건드려?' 더라. 카시오페아는 동방신기 팬을 지칭하는 고유명사
다. 무슨 정당같은게 아니라는거다. 카시오페아를 이야기할때는 이상하게 그들이 거대'조직'이
라는 듯이 말하는 뉘앙스가 있다. 그들은 '조직'이 아니다. '모임'이다. vip, 원더풀, 신화창조 뭐
등등과 다를게 하나없는 모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중해야 할 카시오페아들은 많이 있다. 하지
만 자중해야 할 vip도 있을거고 원더풀도 있을거고 뭐 그렇다. 이상한 무개념글 쓰는 애들은 욕
해라. 하지만 그렇다고 아 카시오페아 또저래, 역시 동방신기는 안돼 라고 무작정 매도하는 발
언은 하지 말라는 거다.
글을 정리하자면, 동방신기는 참 매력있는 아이돌이고 또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아이들이다. 엄청나게 성장한 아이돌이고 앞으로도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는 아이들이다.
비판할 점은 확실히 비판하고 칭찬할 점은 확실히 칭찬하면서 더 큰 도약을 도와주어야 할 우리
나라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나는 이 글에서 유노윤호, 영웅재중 이런 식으로 동방신기의 멤버들을 부르지 않고 정윤호, 김재중 등의 본명으로 적었는데, 이는 그들에게서 유노 영웅 믹키
시아 최강이라는 영광이자 족쇄가 되는 호(?)를 살짝 떼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자고 말하고
싶은 나의 소박한 바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곧 그들의 4집활동이 시작될 것이다. 이번 앨
범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들었고 선공개된 주문-mirotic도 매력있는 곡이었고, 선주문량도 어마
어마하던데 정말 기대하고 있는중이다.
난 그들의 열광적인 팬이 될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다. 동방신기도 그들의 팬을 더욱 만들어낼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글을 다 읽은 여러분도, 팬이 되지는 않더라
도 그들의 음악적 역량은 인정하고 감싸줄 준비가 되어 있으실 것이라고 믿으며 모자란 글을 마
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