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왜 중요할까? 트렌드는 아무 조짐도 없는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드러나고 있는 징후의 관찰을 통해 미래의 필연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기업의 핵심 인재를 선별할 때도 트렌드를 예측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예측하는가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위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남자 Mr. Cool'. 창업 불과 3년 만에 2만여 명의 글로벌 트렌드 사냥꾼(Trend Hunter)들을 모은 제레미 구쉬(Geremy Gutsche)에게 폭스TV를 비롯한 유명 미디어에서 붙인 별명이다. 캐나다 출신의 MBA 출신이자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해 온 이 잘생긴 남자가 트렌드헌터닷컴(www.trendhunter.com)에서 추구하는 비즈니스 콘셉트는 단순하다. 세상에서 가장 쿨(Cool)한 트렌드를 찾는 것이다.

쿨한 것. 세상에서 가장 민감한 촉수다. 그 촉수에는 핫 트렌드를 건지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다. 190여 개국에서 월 770만여 명이 접속하는 트렌드 헌터 사이트에는 월 1,000여 건의 포스트가 올라오고, 편집진의 리뷰를 거쳐 400여 건이 트렌드로 채택된다.
온·오프 라인을 통해 전파된 이들 트렌드는 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들이 미래 전략을 세울 때 지침서가 되고, 에 30여 차례 인용될 만큼 영향력이 입증되었다.
트렌드 예측이 왜 중요한가?
의 저자 마티아스 호르크스(Matthias Horx)는 ‘트렌드란 현재에 일어나는 변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트렌드는 아무 조짐도 없는 미래를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드러나고 있는 징후의 관찰을 통해 미래의 필연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 때문에 디즈니, 코카콜라,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00년대 들어 트렌드팀을 가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코스메틱 그룹 에스티 로더도 2002년부터 수석 부사장 아래 트렌드팀을 조직하고 다양한 예술 분야와 사회 경제적 흐름을 읽어 낸 메카 트렌드를 제품 개발에 반영해 왔다.
기업의 핵심 인재를 선별할 때도 트렌드를 예측하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예측하는가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메가 트렌드, 주류 트렌드, 핫 트렌드 구별 포인트
트렌드는 변화의 주기와 영향력의 범위 등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첫째,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가 주창한 ‘메가 트렌드'로 약 50여 년의 긴 주기를 가지며, 절대 빈곤국을 제외한 전 지구촌에서 공통된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고령화, 여성의 사회 진출, 디지털화, 아시아의 부상, 금융자본주의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 약 10여 년의 주기를 갖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트렌드라고 지칭하는 ‘주류 트렌드'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트렌드로, DIY처럼 초기의 발아단계를 벗어나 한창 성장해 가거나 매스티지(Masstige: 대중과 명품을 조합한 신조어로, 명품의 대중화 현상을 말함)처럼 이미 커다란 시장을 형성한 것도 있다.
셋째는 이제 막 발아단계에 들어섰거나 성장 초기에 진입한 ‘어린 트렌드'들이다. 한국트렌드연구소에서 매년 발간하는 에 등장하는 트렌드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큰 기회는 ‘어린 트렌드'들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아직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주목을 덜 받고, 따라서 그만큼 선견력을 갖고 파고들면 앞선 시장 개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국트렌드연구소에서 선정한 최근 글로벌 핫 트렌드 중 소비자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핫 트렌드 1. 디맨딩 몹(Demanding Mob)
프랑스 노틀담 대학의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 교수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명저 을 통해 인간관계는 물론 인터넷, 정치, 사회 등 분야가 몇 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웹의 발달은 이제 광고를 ‘알리기'가 아닌 디맨딩 몹(Demanding Mob, 생산자에게 원하는 것을 직접 요구하는 소비자 무리)처럼 ‘까다로운 고객과 친밀한 관계 맺기'로 새롭게 정의해가고 있다. 개인들은 전통적 관계 맺기 방식이 아닌 자신을 재포장하고 새롭게 세상과 연결하기를 원한다.
애플이 자체 홍보 페이지나 직접 광고보다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www.facebook.com)에서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학생들 60여만 명이 모인 애플 팬클럽을 후원하는 방식이 그 예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활동하며,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상품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핫 트렌드 2. 퍼스널 오아시스(Personal Oasis)
인간의 오감은 경험의 방식을 바꾸면 얼마든지 낯선 체험이 가능해진다. 외부와 차단된 완벽한 개인 휴식처를 제공하는 ‘퍼스널 오아시스'로 영국의 디자이너가 개발한 달걀 모양의 캡슐처럼 생긴 오베이 포드(Ovei Pod)라는 게임 공간이 그 예이다.
‘몰입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 개인형 오락 공간에서는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즐기며, 아이팟, 무선인터넷, 플레이 스테이션 등 다양한 멀티 미디어기기를 즐긴다. 에어 필터가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최적의 온도 조절 시스템은 물론, 인테리어, 자연 채광이나 인공 조명 등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5만 파운드로 시제품을 생산한 단계지만,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는 사람에게 신선한 아이디어로 받아들여질 듯하다.

핫 트렌드 3. 정크 비즈니스(Junk Business)
사람들은 사물을 자꾸 새롭게 정의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똑같은 방식으로 사는 것이 지루하기 때문이다.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애초에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는 다른 상황이나 조건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애니 정크(Any Junk)'나 미국과 캐나다의 ‘저스트 정크(Just Junk)'는 사람들이 외면하는 쓰레기 처리를 유쾌한 정크 비즈니스(Junk Business)로 재정의했다. 버리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만드는 쓰레기 수거 브랜드로 예쁜 로고가 붙은 트럭과 유니폼 등 고객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재활용 재료로만 만든 사무용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리마커블 오피스(Remarkable Office, www.remarkableoffice.co.uk)'도 이 트렌드에 걸맞는 예이다. 재활용품을 이용했다고 해서 스타일이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기서 판매하는 온갖 종류의 사무용품들은 아름답고 질 좋은, 그래서 가지고 싶은 것들이다.
이들 정크 비즈니스는 소비자에게는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템을 소유하는 만족감을 주고, 기업은 기업대로 수거한 쓰레기를 재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윈윈 방식으로, 국가를 뛰어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핫 트렌드 4. 코크리에이터(Co-Creators)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30여 년 전에 창안한 ‘프로슈머(Prosumer, 생산소비자)'는 넓은 범위로 소비자가 생산을 즐기는 취미활동 등 거래와 무관한 비화폐 경제 활동까지를 포함했다. 그러나 최근의 ‘코크리에이터(Co-Creators)'는 소비자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생산자와 함께 상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진화했다.
디자인, 광고, 상품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컬러와 패턴의 트렌드를 보여 주는 컬러러버스닷컴(www.colourlovers.com)은 이용자들이 색상에 대한 정보를 얻어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사용자가 올린 인기 컬러와 패턴은 티셔츠나 비즈니스 카드용으로 제작된다.
티셔츠 제작 사이트 스레들리스닷컴(www.threadless.com)은 한발 더 나아가 회원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프린트해 배달해 주고, 회원이 다시 사진을 찍어 올리면, 투표로 인기 디자인을 선정한다. 회원은 자신의 디자인이 채택되는 경우 디자인료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유저들이 쉽게 참여하고 즐기게 만드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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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특수성 필터로 거듭 나는 글로벌 트렌드
세계의 트렌드와 한국의 트렌드 사이의 연결성을 찾아내려면 둘 사이의 관계를 주목해야 한다. 세계화, 고령화, 개인화 같은 메가 트렌드의 경우 한국 역시 그 보편적인 흐름 속에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만의 특수성이란 필터를 통해 메가 트렌드는 다른 모습을 띤다. 예를 들어 한국 인터넷에 나타난 개인화 트렌드는 아직까지도 권력의 타성에 젖은 의존적 개인이며 새로운 권위 집단을 갈구하는 경향을 띤다. 이처럼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에 적용할 때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감안해 다각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 미래 전략 수립가라면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한두 가지 트렌드가 아닌 여러 개의 트렌드를 다양하게 접목시킬수록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사회 생태학이 각광받는 것처럼,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에게도 ‘트렌드 생태학'적 관점이 요구된다. 지속적인 핫 트렌드 헌팅을 통해 징후를 포착하고, 사회문화적 변수를 감안한 종합적 트렌드 예측력이야말로 미래 시장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 김경훈 /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