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사전조사를 해서 재미없는 영화를 볼, 이른바 -9;실패-9;의 확률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감상 방법이겠지만, 나는 왠만히 재미없지 않으면 긍정적으로 봐주는
관용정신 덕분에 영화를 볼 때엔 사전조사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관을 가는 것도 대부분, -9;오늘 영화나 한편볼까-9; 하는 다분히 충동적이며,
영화관에서 볼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그냥 내키는 데로 (주로 포스터를 보고) 고른다.
하지만 (누구든 그렇겠지만) 나는 영화의 내용을 사전에 까발려버리는
-9;스포일링-9; 행위에 상당히 민감하다. 만약 보고싶었던 영화가 있으면
그 영화에 대한 스토리나 감상글 같은 리뷰는 되도록 보지않으려고 슬금슬금 피해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상전에 중요한 반전이나, 전체적인 스토리를 알아버리는 불상사(;;)가
이따금 일어나고, 그런 경우, 나는 아예 그 영화보기를 포기해버린다.
사전에 영화에 대한 선입견(주로 -9;필요이상의 기대치-9;)이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믿기는 내가 리뷰를 쓰는 행위 자체가 모순이지만,
영화를 이미 감상한 사람과의 공감을 위한 글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동시에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내용을 되도록 언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뷰를 쓴다.

단순하지만 신선한 소재로 흥미롭게 끌어가는 The Man From Earth (2007)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낸 것과 같은 쾌감을 주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제롬 빅스비는 유명 TV시리즈 [환상특급]을 쓴 유명한 SF작가로,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무려 30년간 가다듬었다고 한다.
장르는 SF로 분류되겠지만 영화 속에는 화려한 CG나 거대한 스케일 따위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직 집안 거실 하나를 배경 삼아,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영화 내용을 생각해볼 때
그만큼 그 시나리오의 치밀함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 그 자체이다.
사실 이 영화를 리뷰하기 위해서는 스포일러를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지만,
소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게는 치명적인 스포일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도록 하겠다.

영화는 이사를 가려는 주인공의 집에 동료교수들이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만 이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를 살짝 제시하자면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자극적인 내용이 될 수 있기때문에 -9;영화는 영화다-9;라는 생각으로 볼 것을 권장하며,
영화 끝까지 스팩타클 CG, 화려한 액션 따위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대하지 말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적 방대함을 천천히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

영화는 이 배경 하나로 끝까지 간다.
영화 자체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저예산영화처럼 보이지만
앞서 언급했듯 시나리오의 정교함에 감탄이 나올 정도여서 결코 싸구려 영화같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한편의 잘 짜여진 연극을 본 느낌이랄까.
아마 반기독교적인 영화내용상, 종교적 터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나라에는
아마 개봉이 힘들겠지만, (개신교가 주류인 미국에서 만든 영화인데;;) 다빈치코드를 별 거부감없이 본 사람이거나
신선한 소재의 판타지영화를 원하거나, 시나리오 중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