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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일。

임경 |2008.10.11 16:57
조회 161 |추천 3


누군가 어른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이야기했다. 비로소 자기 자신한테 엄마 아빠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때 그때 어른이 된 거라고. 독립의 의미 또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자신한테 엄마 아빠 역할을 할 수 있을 때 독립도 가능한 거라고. 하지만 난 내 자신한테 그나마 아빠 역할은 하지만 엄마 역할에선 빵점이라고 생각한다. 집으로부터 간절히 독립하고 싶어했던 사람이 마침내 독립을 했다고 치자. 우리는 일단 그 사람한테 박수를 보내 줘도 좋을 것 같다.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온 일이겠는가. 마침내 그 사람이 얻은 자유는 분명 값진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일은 장난이 아니다. 책임, 결정, 노동, 의식주, 규칙, 관리, 절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이런 것들에 적당히 자신이 생기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게 한 가지 있다. 혼자 살면서 아주 가끔은 우아를 떨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는 거다. 라면 국물이 얼룩진 식탁 위에 어울리지도 않는 바게트를 사서 바구니에 담아 놓고, 커피향을 즐긴답시고 별로 마시고 싶지 않은 커피도 잔뜩 끓여 놓고, 집에서 입기에 조금 아깝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클래식 음악을 적당한 볼륨으로 집안 가득 흐르게도 하고, 아주 가끔은 알록달록한 비누를 화장실에 가지런히 진열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신이 나서 그렇게 하다가도 갑자기 풀이 죽을 때가 종종 있다. 문득 허무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시점이다. 결국에는 혼자이기 때문에 허무라는 걸 배운다.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이란 걸 배운다. 그냥 그렇게 사라져 가면 그만인 것. 그렇다. 혼자 있는 것은 그림자를 바라보는 일이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는 일이고, 바람소리를 듣는 일이다.
추천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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