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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은 규제 강화 … 한국만 ‘금융규제 풀기’(경향 신문 오늘자 기사)

엄태현 |2008.10.13 20:18
조회 155 |추천 3
각국은 규제 강화 … 한국만 ‘금융규제 풀기’ P
ㆍ여와 최종합의 않고 강행… 감독체계도 부실

ㆍ"금융위기 방지" 억지논리로 불안감만 키워

금융위원회가 13일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사실상 허용하고,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기로 해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금융위는 이날 금융규제 완화가 "금융위기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금융규제의 빗장을 푼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정책국장이 13일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전환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금융업과 제조업의 칸막이가 무너져 금융에서 발생한 위험이 제조업으로, 또는 제조업의 부실이 금융업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고, 시중자금 흐름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여당과 합의도 못한 밀어붙이기 안=금융위가 이날 내놓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이 시행되면 기업과 연기금, 사모펀드(PEF)는 사실상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는 현행 4%에서 10%로 확대되고,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 30%까지 출자할 경우에도 PEF는 금융자본으로 인정받게 된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시중은행들의 현재 최대주주 지분이 10%를 넘지 않아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 김주현 금융정책국장은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라며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듯 은행 자본을 확충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한나라당과 두 차례에 걸쳐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을 협의했지만 '원칙적인 동의'만 얻었을 뿐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경실련 김한기 국장은 "정부가 금융위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억지논리거나 현실감각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실토한 셈"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 규제 강화와 은행의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 믿을 수 있나=금융위는 금융 규제를 완화해도 감독체계를 갖추고 있는 만큼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넘게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경영에 참여할 경우에는 사전에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했고, 최대주주가 된 기업이 해당 은행과 불법 내부거래를 한 혐의가 있으면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를 벌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연기금이 은행을 인수하려면 은행과 제조업체의 동시 지배에 따른 이해상충 방지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PEF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려고 할 때는 사전심사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10%를 확보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재벌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거나 기업의 부실이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은행은 대체로 지분이 분산돼 있는데 산업자본이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은행을 사실상 지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금융위의 금융 규제 완화 방안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치고, 국민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며 "정부는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병률기자 m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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