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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어떻게 오는가

김현숙 |2008.10.16 17:42
조회 43 |추천 0

20대의 끝 무렵에 지치고 외로웠던 어느 날, 자전거 한대에 몸을 싣고 무작정 밖으로 달려갔다.

계절은 지금처럼 바람이 서늘하고 햇볕이 따뜻한 가을날이었던 듯 싶다. 가을이 내려앉은 나무 사이로 한참을 가다 보니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 세상 모든 것에 시들하고 냉소적이었던 기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돌이켜 보니 그 해 여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는데, 따뜻히 스며든 가을의 위로 덕에 슬픔이며 외로움을 그런대로 잘 이겨냈던 것 같다.

 

 

 

 

이제 내 나이는 웬만한 일엔 충격 받지 않을 내공의 단단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나름 차분하고 중용적인 영혼을 지니려 애쓰는 가운데도, 가을의 햇살이나 바람에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런 소소한 낭만을 준 가을을 찬양하며 한발짝 바람속으로 걸어가 본다. 그곳엔 빛이 고운 코스모스가 있다. 자기 굴레안에서 자기 삶만을 들여다 보는 편협한 사람들에 비하면, 모든이에게 즐거움을 나눠 주는 들꽃은 참 대범하다.    

 

 

 

 

 가을을 상징하는 억새가 우리동네에도 만발했다.끝이 보이지 않는 억새밭을 따라 가을 냄새를 맡아 본다. (예전엔 몰랐던 사실인데 갈대와 억새는 모양부터 많은 차이가 있다.^^ 갈대꽃은 부스스하고 뭉쳐 있는 모양인데 억새꽃은 날씬하고 깨끗하다.) 바람이 불어도 꺾임없이 부드럽게 흔들리는 억새는 가을 소식을 재촉한다.

 

 . 

 

 

아이에게도 가을은 좋은 친구이다. 여름내 땡볕 아래 뛰놀던 거친(?) 영혼은 억새와 코스모스와 서늘한 바람에 차분해진다.^^ 순박하고 어린 마음에도 가을 낭만은 깃든다. 엄마의 중년 낭만과 딸의 초등 낭만 사이엔 세대차가 없다.ㅎㅎ

 

  

  

 

가을이 준 선물 덕에 지금 이 순간이 풍성하니 얼마나 좋은가.

내년에도 후년에도 이런 가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세상의 희망은 우리에게 아직 미소 지어 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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