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사람들의 흥미를 끈 이유는 저자가 환속한 수녀라는 점이었다. 저자인 카렌 암스트롱은 고교 졸업 후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수녀원에 들어간다. 수녀원에서 그녀는 오랜 기도와 금욕적 생활, 교리공부에도 불구하고 끝내 신을 발견하지 못한다. 7년의 수녀원 생활을 끝내고 환속한 그녀는 자신의 신앙적 절망의 이유를 찾기 위해 비교종교학에 투신한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신의 역사>다.
제목은 <신의 역사>지만 정확히 말해 이 책은 인간이 가져온 신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신 개념 중에서도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세 주요 유일신교가 가져온 신 개념의 변천사를 개괄하고 있다. 세 유일신교가 모두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만큼 이 책의 내용은 방대하다. 언뜻 보아서는 사실의 무의미한 나열로 보인다. 그러나 방대한 사실을 하나로 꿰는 실이 있으니 바로 기독교의 신 개념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유대인 사회에서의 유대교나 중동에서의 이슬람교의 위치와 달리 기독교가 현대 서구사회에서 외면을 받고 있는 까닭은 그들의 신 개념에 있다고 말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신의 개념을 인간의 언어로 정의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개념이란 신의 본질을 깨닫는 데 이차적인 것이라 생각, 이론적인 논의와 정의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면 서방 기독교인들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신의 속성에 관한 개념적 정의에 골몰했다. 이들은 철학과 논리를 동원해 신을 하나의 객관적 실체로 정의하려 들었고 이것은 근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철학자와 과학자의 논박을 불러일으켜 결과적으로 교세의 약화를 가져왔다.
서방 기독교의 신 개념 정의에 관한 집착은 일반 신도로 하여금 잘못된 신 개념을 갖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신을 인간의 머리로 정의할 수 있다'는 교회의 가르침은 신도들로 하여금 각자의 수준에 맞는 신 개념을 창안하도록 만들었다. 대다수의 기독교 신자들은 신을 상상적 차원으로 규정하기보다는 현실 세계를 주관하는 하나의 구체적인 존재로서 이해하게 됐다. 미켈란젤로의 그림 <천지창조>에서 보듯 기독교 신자들은 신을 자비로우면서도 냉혹한 전제군주로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 신자들의 이러한 인격적 신 이해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격적 신 이해는 신을 인간의 두려움과 소망 같은 감정을 반영하는 인간 상상의 투영에 불과한 하나의 우상으로 만들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신은 인간적 과오를 정당화시키는 위험을 품고 있다. 계몽주의 이후 많은 서구인들이 신을 인간에게 굴종과 의존만을 강요하는 존재로 이해하고 기독교를 떠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가져온 신 개념의 역사를 훑은 후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신에게 미래가 있을지를 살펴본다. 앞서 살펴보듯 신을 인간의 언어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많은 패착을 낳았다. 언어로 규정되는 신에게는 미래가 없다. 저자는 신비주의적 신앙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신비주의자들은 신을 객관적 존재가 아닌 無라고 칭한다. 이들에게 신은 존재의 근거 속에서 신비적으로 경험되는 주관적 신 체험에 근거하며, 인간의 상상력과 여러 다양한 예술적 상징을 통해 표현된다. 이러한 신비주의적 신앙에는 지나친 감상주의와 자의적 개념의 투영을 막기 위한 고도의 지적 예민성과 자기 비판의 수련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요가, 명상, 불교수련과 같은 신비주의 신앙 열풍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달라이 라마, 틱낫한, 법정 등 유명 승려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기 수련, 뇌 호흡 등이 널리 퍼진 바 있다. 시대적 조류는 저자의 예측을 따라가는 듯 하다. 그러나 이러한 신비주의적 수련이 과연 신앙의 범주에 포함되는지는 의문이다. 서구 현대인의 신비주의적 수련에는 신을 향한 방향성이 없다. 그들은 신을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평화나 진리를 얻기 위해 수련을 한다. 요가나 명상, 불교수련 등을 하는 사람을 특정 종교의 신자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신비주의는 현대에 이르러 신앙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방법론이나 도구에 그치는 듯 하다. 이러한 신비주의를 종교나 신앙의 범주에 포함시키려면 종교를 새롭게 정의해야 할 것이다.
카렌 암스트롱 (Karen Armstrong) 1944년 영국 워체스터 주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에 이미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모두 읽었을 정도로 못 말리는 독서광이었던 암스트롱은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옥스퍼드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에서 로마 가톨릭의 <성스러운 아기 예수회Society of Holy Child Jesus>에 들어간다. 그후 칠 년 동안 수녀가 되기 위해 엄격한 수도회의 규칙과 수련을 견딘다. 1981년에 출간된 그녀의 첫 저작인 『좁은 문을 지나서Through The Narrow Gate』는 당시 수녀원에 겪은 심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그녀를 새로운 인생의 길로 이끌었다. 1967년 수녀원의 지원을 받아 옥스퍼드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암스트롱은 타고난 영민함과 지적 능력에도 불구하고 신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삶 사이에서 격렬한 심정 갈등을 겪는다. 결국 그녀는 1969년 수녀원을 완전히 떠나고 만다. 옥스퍼드를 수석으로 졸업한 암스트롱은 문학 연구에 뜻을 품고 계속 대학에 머물지만,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약물을 과다 복용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1976년에 이르러서 암스트롱은 간질환자임이 판명되었고, 이것은 오히려 그녀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여러 증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건강을 되찾는다. 옥스퍼드를 졸업한 뒤 암스트롱은 몇몇 대학 및 학교에서 교편을 잡지만 근본적으로 자신이 가르치는 일에 걸맞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에서는 놀라운 재능을 보인다. 결국 그녀가 쓴 글들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종교 제도와 문명에 대한 다양한 논쟁들을 이끌어낸다. 이후 암스트롱은 BBC의 교황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고, 살만 루슈디와 함께 마호메트에 관한 전기를 펴내는 등, 종교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통찰을 바탕으로 기독교 중심의 유럽 문명사에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그녀는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대교와 이슬람교, 불교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편견 없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저서로 <신을 위한 전쟁>, <예루살렘>, <신의 역사>, <좁은 문을 통하여>, <부처>등이 있다. [인터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