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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배규상 |2008.10.27 09:41
조회 42 |추천 0

어둠의 저편(무라카미 하루키/임홍빈)

29. 하와이까지 가서 평생 거리나 핥고, 이끼나 씹으면서 살고 싶다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을 테니까, 확실히 그럴꺼야.하지만 그 맏형은 세계를 조금이나마 더 멀리까지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고,그걸 억제할 수가 없었던 거야.그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83. (알파빌)->장 뤽 도다르의 영화. 특수촬영이나 액션같은 건 없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형이상학적인 영화예요.

예를 들면 영화(알파빌)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우는 사람은 체포되어 공개처형을 당하게 돼요.

알파빌에서는 사람은 깊은 감정이란 걸 가지면 안되거든요.

 그때문에 알파빌엔 감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죠.

 모순도 아이러니도 없어요.

 모든 사물은 수식을 사용해서 집중적으로 처리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아이러니: 사람이 스스로를, 또는 자기가 속한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또는 반대 방향으로 바라보고, 거기에서 우스운 점을 찾아내는 거죠.

 

섹스는 있어요!

 

정이나 사랑 또는 아이러니를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섹스?

 

그것 생각해 보니까 러브호텔 이름으로는 기차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128. 뭔가를 진짜로 창조하는 것이란.

 

사람들에게 음악을 마음속 깊이 전달되게 해서,

 

내 몸도 물리적으로 얼마간 스르륵 이동하고, 그와 동시에,

 

듣는 사람의 몸도 물리적으로 스르륵 이동하게 하는  것.

 

그렇게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에 공유적인 상태를 낳게 하는 그런게 아마도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149. 결단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육체를 떠나,

 

실체를 뒤에 남기고,

 

질량을 갖지 않은 관념적인 시점이 되면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어떤 벽이라도 뚫고 나갈 수 있다.

 

어떤 심연이라 해도 뛰어 넘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순수한 하나의 점이 되어,

 

두개의 세계를 갈라 놓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을 뚫고 나간다.

 

290. 관음증은 성적인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데서 오는 사디즘적 쾌락이고, 노출증은 그런 관음증에 대응하여, 자신을 욕망의 대상에 위치시킴으로써, 욕망의 응시를 즐기는 마조히즘적 쾌락이다.

 


228. 마리는 유회 같은 걸 믿어?

그런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하지만 내세가 있다고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죽어버리면 그 다음은 무 밖에 없다, 이 말이지?
나는 말이야. 윤회 같은게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뭘라고 할까, 그런게 없다면, 너무 두려워.
그 무라는 걸 나는 이해할 수 없거든.
이해할 수도, 상상할 수도 없어.

무라는 건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니까,
특별히 이해하거나 상상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만, 만에 하나, 그 무라는 것이
이해나 상상같은걸 확고하게 요구하는 종류의 무라면 어떻해?
마리짱도 죽어 본 적이 없잖아.
그렇다면 실제로 죽어보기 전에는 알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런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말도 할 수 없는 두려움이 서서히 어김없이 엄습해 오는거야.
생각하는 것만으로 숨이차고, 몸이 움추러드는 것 같아.
그럴바엔 윤회를 믿는게 차라리 마음 편해.
다음세상에 아무리 모진 생명으로 태어나더라도.
적어도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으니까.
혹시 바로 다음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다시 그 다음 윤회의 기회에 또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잖아.

 

235. 인간이란 결국 기억을 연료로 해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싶어.
그 기억이 현실적으로 중요한가 아닌가 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단지 연료일 뿐이야.
신문의 광고 전단지나, 철학책이나,
에로틱한 잡지 화보나, 만엔짜리 지폐 다발이나,
불에 태울때면 모두 똑같은 조각일 뿐이지.
불이 '오, 이건 칸트로군' 이라든가,
또는 '야, 이 여자 젖통 하나 멋있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불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것이든 모두 종잇조각에 불과해.
그것과 마찬가지야.
중요한 기억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억도,
전혀 쓸모없는 기억도.
구별할 수도 차별할 수도 없는
그건 연료일 뿐이지.
만약 그런 연료가 내게 없었다면,
그래서 기억의 서랍 같은 것이 내안에 없었다면,
나는 아마 아득한 옛날에 뚝하고 두 동강이 나버렸을 거야.
어딘가 낯선 곳에서 무릎을 끌어안은 채,
길바닥에 쓰러져 개죽음을 면치 못했겠지.
중요한 것이든 아무 쓸모 없는 것이든.
여러가지 기억을 때에 따라,
꺼내 쓸 수 있으니까.
이런 악몽같은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는거야.
더 이상은 안돼.
더 이상은 못해. 하고 생각하다가도.
어떻게든 그 난관을 넘어설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마리짱도 열심히 머리를 짜내서,
여러가지 일을 기억해봐.
언니에 대한 일을.
그건 틀림없이 중요한 연료가 될 테니까.
마리 자신에게도, 또한 마리의 언니에게도.

 

256. 어둠이란 사람을 꽤 피로하게 만드는 것 같아.

평상시 같으면 모두 자고 있을 시간이니까 그렇지.
인류가 어두어진 후에도, 예사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건,
역사적으로 보면 아주 최근의 일이었어.

 

292. 몸의 소망은 잠이었다.

 

너와 내가 한 몸이 되어 잠자고 싶은 것이 에로스다.

 

한 몸이 되어 잠자고 싶은 것이 에로스다.

 

한 몸이 되기 위해서 너를 파괴해야 하고,

 

그래서 에로스의 이면은 타나토스이다.

 

프로이트는 이것을 죽음 충동과 삶 충동이라 했다.

 

이것이 리비도의 본질이다.

 

밤은 소망을 충족하는 시간이고,

 

낮은 정신의 소망을 실현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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