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이들은 반응이 엇갈렸다. 커플들은 이 영화 보고나서 약간은 찜찜했던지 같은 여자조차도 이상하다고 느낀 모양이다. 오히려 남자가 더 이 영화를 보고 불편했어야 하는데, 나름 용납할 수 있었던 건 손예진 때문이었나 보다. 주인아 역을 손예진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원작인 소설을 읽은 여자도 소설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는 모양이던데, 영화에서는 받아들이기가 좀 그랬나 보다. 글로 보는 것과 화면으로 보는 것에는 공감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나 보다.
덕훈(김주혁)은 전 직장상사인 인아(손예진)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느끼고 또 그녀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축구광이라는 점에 호감을 느낀다. 같은 프리메라 리가를 좋아하지만 덕훈은 레알 마드리드, 인아는 그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의 팬이다. 둘은 이것을 계기로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연인이 되지만 그 가운데 갈등도 있다. 둘은 결혼에 골인하고 알콩달콩 행복한 신혼을 만끽하던 중 인아는 경주로 장기출장을 떠나게 된다. 주말부부의 삶에 적응해갈 무렵 인아는 남편인 덕훈에게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그렇다고 덕훈과 이혼하는 것은 아니라고. 덕훈도 사랑한다고 말이다.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남자가 두 집 살림하는 건 종종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여자가 두 집 살림이라....그러니까 일부다처가 아니라 일처다부제다 이거지. 이제는 인아에게 또다른 남편 재경(주상욱)이 있다. 인아는 덕훈에게 이것이 투톱 시스템이라며 축구에 빗대어 말한다. 그리고 투 톱의 기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따로 매길 수는 없다고. 덕훈은 인아가 자신에게 쏟아줄 사랑을 재경에서 쏟는 건 아닌지 주중 내내 불안해 하는데, 영화는 철저히 덕훈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렇다고 해도 주말에는 인아를 기다려야 하는 재경도 비슷하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직할 수 있다. 실제 손예진 같은 아내가 어느날 갑자기 인아처럼 말하고 두 남편을 거느린다면 그래도 감히 질투할 수 있을까? 영화 속 인아는 두 집을 거느리면서도(?) 며느리로서의 의무도 다하려 애쓴다. 그건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없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이 그녀가 택한 살아가는 방법이다.
학교교육은 사회화 과정을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회화가 되면 우리 사회에 대해 전혀 의심 안하고 다들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하는 인간을 양산하는데, 게다가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에 가기까지 한다. 뭘 배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명하복의 체계에 철저히 따를 것을 익히고 나온다. 그 결과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누군가 따지고 들면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네 일이나 잘하라고 한다. 먹고 살기 바쁜데 뭔 그런 질문을 하냐고 말이다. 아이는 어른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본다. 그 능력은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지는데, 그건 사회화라는 것이 어떤 틀 안에 가두는 작업이라서 그렇다. <아내가 결혼했다>에 국한지아 말하자면 우리는 일부일처제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더랬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조선시대 양반님들은 첩들도 끼고 잘들 살았더라만. 나는 그 삶이 부럽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니 인간이 만든 제도가 사랑마저 강제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아의 선택은 제도권의 틀에서 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고 도발이다. 보통 이런 것을 중혼이라고 하지 않나? 이른바 두 집 살림. 제도만 아니라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만 있다면 이 선택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겠다는 인아의 의식에는 나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녀가 무분별한 이중결혼생활을 하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제도나 사회, 시스템에 완벽한 것은 없으며 어느 것이 옳은지 도덕적 기준에 합당한지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다만 그 기반이 생명존중, 인간존중에 있다면 어느 정도 선한 의지가 발현되어 그런 것들을 오랜 역사와 경험을 통해 축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이런 것들을 불신한다면 그는 지나친 회의주의자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당연시 여겨왔던 어떤 것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일부일처제를 일부다처, 일처다부제로 바꾸자는 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전반에 관해 다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의 의견도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
혈연. 덕훈에게 믿을 건 갓 태어난 딸 지원 밖에 없나보다. 축구광답게 아내가 붙여준 '지단 넘버원'. 이름의 출처마저도 의심하는 그다. 성까지 더하면 노지원, 그러니까 지단은 넘버원이 아니라는 말이 되니까. 일부일처제가 지원하는 가부장제 안에서는 당당하지만, 정작 약간이라도 위태로워지면 이런 찌질한 속성을 내비치는게 대한민국 남자라고 영화는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시차는 있지만 덕훈과 재경은 인아를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간다. 그건 영화나 소설이 택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다. 이 사회가 가둬놓은 제도권에서 그들 셋의 결혼생활은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을 거고 그게 또 현실이니까. 그래서 그들은 한국을 떠난다.
영화는 결코 이런 삶이 행복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한번쯤 그냥 받아들이는 것들에 대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쨌거나 스페인에서의 그들 셋, 아니 딸과 함께 넷은 즐거워 보였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손예진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됐다. 그런데....정말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공감 안 갔을까?
덧붙여 말하고 싶은 건 영화에 사용된 음악이다. 밥 딜런의 노래로 잘 알려진 <Don't think twice it's all right>가 <아내가 결혼했다>에 종종 나오는데, 고 김광석이 이것을 번안해 부른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나는 떠올렸다. 그 가사와 영화를 매치시켜 보니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명확히 와닿았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한번쯤 뒤집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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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인아가 덕훈에게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를 바라보는 눈빛, 내가 덕훈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결혼 10번 해도 다 받아줄 듯 싶었다. 도대체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뭐 어쩌라고........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