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도
페레 짐페레르
한 자루의 권총을 가지고 싶어라 오로지 내 피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내가 죽지 않을 것임을 알기 위하여.
뇌관의 작은 딸각거림 혹은 총구의 유황 연기는,
마치 천사들이 지키는 듯한, 내 정원을 쓸어가지 않으리.
두 눈이 감기어질 때 번개처럼 스치는 섬광.
그토록 가까이에 사랑의 장면들은, 이 곳, 내 가슴 속에
인어들의 노래 혹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처럼 남아있고.
숨죽인 걸음으로, 천천히. 장미의 잠을 깨우지 말 것.
흐린 유리창 너머로 비가 내리는 시간
그리고 너의 시선과 미소가 귓가에 울리는 시간
그리고 너의 음성이 하늘과 별들을 발견하는 시간
그리고 너의 살갗이 작은 광채를 신음처럼 토하는 시간
그리고 너의 입술과 너의 눈과 이 비가 …
한 자루의 권총을 가지고 싶어라 오로지 내 피의
소리를 듣기 위하여, 내가 죽지 않을 것임을 알기 위하여.
비가
페레 짐페레르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것처럼 고요히 죽어가기
화면에서처럼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기
냇 킹 콜의 느린 노래들
한 대의 색스폰 한 대의 피아노 파라솔 아래 테라스에서의 황혼들
한 번도 연기해보이지 않았던 이 인생
복도를 부는 바람 열려진 창문들 모든 것은 병원에서처럼 희고
모든 것이 어둠에서 한 알의 알약처럼 녹아내리다
클로로포름의 무거운 냄새 속에
나의 생애를 다룬 슬라이드가 돌아가고
수술실의 안개 속에서는 낯선 색조들이 둥지를 펴다
작별
페레 짐페레르
푸른 두 눈의 사내 오래된 서부의 발라드를 부르던
그 잃어버린 계곡들의 사내, 쉐인처럼
자개 박힌 쌍권총을 가진 사내
영원한 기쁨을 눈동자에 지닌 사내, 쉐인처럼
먼 이방의 목장들과 숲들, 곰들과 방울뱀들에 대해,
항구들과 태풍들과 사이렌들에 대해
그리고 좌초된 유령선에 대해 이야기하던 사내, 쉐인처럼
그리고 그는 수면(水面)처럼 젊고 수면처럼 4월의 변해가는 노란 달을 투영했지,
그리고 그는 그 사랑처럼 타오르는 사랑의 나비들처럼 젊었지,
그리고 그는 슬픔처럼 젊었지,
그리고 그는 푸른 두 눈을 탄띠에는 두 자루의 권총을 가졌지,
그 찬란한 사내, 쉐인처럼,
빛과 같이 젊은,
쉐인처럼 그리고 흔들리는 별들 아래 그의 계곡들처럼…
빌리 홀리데이를 위한 노래
페레 짐페레르
그리고 죽음은
아무도 냄새맡지 못했지만
마이크의 아주 가까이에서 속삭이고 있었어
방독면을 쓰고서 어린애들에게 입맞추고 있었어
레이디 데이, 상처 입은 갈매기들은 항구의 불빛으로 돌아오고
대기(大氣) 중에는 이상한 과일 사라지는 황혼
한 자루의 칼 한 짝의 장갑 한 개의 유리구슬과
자석의 어항 과거의 동굴 반짝이는 물결 아래 잠수함
레이디 데이, 젊음에는 얼마나 많은 사랑이 얼마나 많은 과오가 얼마나 많은 오후들의 이야기 어떤 욕망 전기(電氣)로 피어난 어떤 재스민
음유시인처럼 죽어간 얼마나 많은 카우보이들 피로 물들어 가는 입가의 미소
거리의 고함들 석양의 아크등 아래 해산되는 데모대 음산한 비현실의 건물들
레이디 데이, 잠자리 같은 사랑
잠자리 채집꾼
레이디 데이, 얼마나 느리게 체험은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모든 것이 자신의 의미를 찾으며 막 깨어나 창을 열 때의 바깥 풍경처럼
혹은 어떤 시의 단어들을 배열하고자
할 때처럼
레이디 데이
숲속에서 상처립은 짐승들 우리의 눈은 무엇을 청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가을 바람 속에서 이 음성은 무엇을 원하는지 계절의 찬 어둠 속에 용해된 한 마리의 사냥개
혹은 그 먹이
트럼프 카드처럼 눈속임 속으로 사라진 젊은 날의 시간들
열쇠를 두번 돌려 주방의 문이 닫히고
과일잼도 체리 케익도 사랑도 죽음도 입가에 쓴 맛을 남기는
이상한 과일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고
변신
페레 짐페레르
알고 있던 나라의 변방 끝에서 짐승은 숨을 거둔다
그곳에서 그의 눈을 열려진다. 마치 이 눈(雪)과
-고요함, 관목 숲에서 더운 어두운-짐승의 숲의
의미를 듣는 듯하다. 짐승은 하나의 세계이고
그의 습벽들은 자연의 경내를 흘러간다.
흐리고 투명하면서도 농밀한 것-얼어붙은
혹은 입김을 불어넣은 유리. 그것은 육체이고,
가장 쓴 육체의 냄새, 그 힘든 호흡, 고요함들,
우리가 품안에 가진 것,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짙은 가슴의 박동, 완전히 자신을 건네지 않는
피부의 비밀, 입김, 온기어린 것.
아마도 짐승은 삶의 의미를 받아들인다.
숨을 거두는 숲들을 비추는 이 빛처럼
-짐승은, 경계에서, 아직 헐떡이고,
겨울의 서리들-.
그의 두 눈은, 매우 흐려져서,
마치
우리의 얼굴에 던져지는 한 줌의 눈송이처럼
아주 말고 흐릿한 푸르름을 겨우 바라볼 뿐. 짐승에게는 이 추위가
감미롭고-마치 잠 속에서 작은 움직임에
반응하고, 오직 잠깐의 전율, 우리가 그 등을
쓰다듬어 줄 때처럼, 짐승은 움직이고,
누가 이 온기 있는 몸짓이 우리의 것이라고 말할 것인가,
마치 물질세계가 우리에게 소속되어 있다고 함과 같이. 죽어가며
짐승은 변화의 기미조차 깨닫치 못한다.
그는 이 세계에 존재했고 이 세계에 속한다. 그렇다 그는 결코
겨울의 얼어붙은 공기와 관목 위의 눈송이들이
자신과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고 느낄 수 없다.
마치 조국으로의 회귀와 같이-비록 매우 흐릿하지만,
가슴에 잠겨오는 것, 북풍의 그리움, 바람, 오래된 이야기들,
고적한 숲에서 까치가 부르는 소리,
고요함, 오래된 엽총들,
늪에 내린 안개들, 가을의 소낙비,
헛간과 나무더미 사이의 건조한 권총 총성,
단 한 번의 동작으로 가슴을 찌른는 가위.
결코 그 어떤 사람도 짐승의 눈이 바라보는 것처럼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푸른 어둠,
늑대의 두 눈, 물줄기와, 안개처럼 상승하면서,
손에 들려 떨리는 딸기 열매들, 그것은 죽어가는 자의
고요함이며, 혹은 경련이기도 하다,
마치 한 짐승이 다른 짐승의 몸을 찾을 때처럼,
두 개의 육체가 만날 때, 솥들 속의 과거,
청동 종(鐘) 혹은 타버린 떡갈나무 숲처럼,
죽은 이들의 두런거림 깃 닳은 옷들과 함께,
밤이면 부엉이들을 불러 모으는 종의 추소리,
밀의 다발 마른 짚 위에 놓인 한자루 낫.
그리고 두 육체는 잠들기 위해 웅크린다. 각자 서로의 헐떡거림을 느끼면서.
내게 더 가까이 와, 내게 더 가까이 와,
-겨울은
자연 존재들의 변이를 멈출 것이다,
평온함 없이, 희망 없이, 절망도
없이, 고통이나 사랑도 없이, 기억의
저편, 피로의 저편으로 오직
이 두 육체들만의 금속들과 눈(雪)의
어두운 합병 속에서 죽어갈 뿐-그리고 황금 수의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