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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미술과 영화 그리고 간송미술관

정주영 |2008.11.19 15:56
조회 125 |추천 0

 

 

 

 

 

지하철 4호선을 타고 한성대역에서 내리면 간송미술관으로 갈 수 있다. 그리 가깝지는 않고 좀 걸어야 하는데, 이곳이 미술관인지도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곳이 미술관이요 하면서 티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까닭에, 그리고 1년에 봄과 가을 두 차례만 개방하는 탓에 잠시 기억에서 지웠다면 이곳의 존재도 어느새 잊혀져 간다.

 

이건 나의 얘기다. 몇 년 전에 지인에게 이곳을 소개해 주었더니 아이들과 함께 가보고는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전화로 감사를 전해왔다. 전공이 이런 계통인 덕에 이곳에 가는 게 나에게는 낯설지 않은 일이지만 대략 3년 정도 간송미술관에 들르지 못한 것 같다. 언제 무슨 전시가 있는지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금방 나오고, 또 이런 것에 무심하지도 않은지라 알긴 알아도 몸이 안 따르거나 사정이 허락치 않았다. 이건 내 변명이다.

 

간송미술관의 장점은 무료관람할 수 있다는 거다. 그것도 한국 미술사의 보고들을 공짜로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얼마 전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러 2만명이 간송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작품들에도 눈을 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한국미술에 관한 전시를 할 때면 이곳에서 작품을 대여해 간다. 그리고 이곳은 다른 이유 때문이라도 소중히 여겨야 할 그런 곳이다.

 

2004년 이후로는 간송을 찾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이런 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건 무의미한가? 아니다. 오히려 더 애정이 생긴다. 미니홈피의 사진첩을 블로그로 옮겨왔는데, 간송미술관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들이 있어서 여기에다 올려 본다.

 

 

2004년의 5월, 나는 간송에 갔었다. 이 미술관은 이 분의 이름을 따서 간송미술관이라 지었는데, 이 분의 이름은 전형필, 간송은 이 분의 호이다. '이' '그' '저' 라는 수사를 이 분에게는 감히 쓸 수 없을 것 같다. 일본이 우리의 문화재를 신나게 약탈해 갈 때 이 분은 미리 손을 써서 돈을 더 주고라도 우리의 미술품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분이니까 말이다. 혜원의 미인도도 이분 아니었으면 일본으로 건너가 있을지 모른다.

 

미술품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취급되고 그림 한 점이 그 크기에 따라 값이 정해지는 요즈음과 이분의 정신를 감히 비교한다고 해도 견줄 수가 없다. 안목도 없이 그저 큐레이터의 말에 의지하여 작품을 수집하고 격에 맞지도 않는 것을 소장하며 천박하게 희희낙낙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이 분 좀 본받기를.

 

 

지금은 이 현판을 새로 갈았는지 모르겠으나 미술관에는 이곳이 미술관임을 알리는 표지라고는 문패 딸랑 하나다. 간송미술관은 사실 그리 크지는 않은데 아니 소장품 수에 비하면 작은데, 오히려 그런 분위기가 더 좋다.

 

 

2004년 5월에 간송에서는 겸재 정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5월이 지나면 10월이나 되어서야 간송에 가볼 수가 있는데....이후로 왜 나는 간송을 찾지 않았던가. 사실 이전에는 거의 매해 한 번 이상은 간송을 찾았는데, 정작 혜원의 미인도를, 나는 보지 못했다.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늘 손수 한지에다 글을 쓰고는 붙여 놓는다. 이때만 해도 이곳은 최완수 관장님이 계셨었다. EBS에서 우리 미술에 관해 강의도 하시고, 전시회 때도 인파에 아랑곳 없이 미술관 주변을 분재로 채우고 가꾸시고 하신다. 아마도 위의 글을 최완수 관장님이 직접 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난 갈 때마다 늘 얼굴을 뵙지만 정작 말 한 마디 못 건네 봤다.  

 

 

     

미술관 안에는 촬영 절대 금지!!! 이건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다. 촬영할 때에도 플래쉬 터뜨리면 전시된 작품에 장기적으로는 해가 된다. 대학 졸업 후에 찾았던 간송. 예전에는 전공 때문에라도 억지로 찾았다면 이제는 좀 여유가 있어 감상도 하고 주변 풍경도 즐기게 되었건만.....

 

위의 사진은 간송 주변의 석상들 중 표정이 참 익살스러워 찍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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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피워준 것일까? 간송의 주변은 친근한 이미지들로 다가오는 석상, 불상 등부터 시작해서 분재, 나무, 꽃들이 우리를 반긴다. 마지막이었지만 봄에 간송에 간 건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으로 가는 길. 이 길을 따라가면 간송미술관 입구다. 이름 모를 갖가지 분재들, 나무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2004년의 어느 맑은 날에.

 

 

이 날도 관장님은 화분의 흙을 갈아엎고 꽃밭에다 무엇을 심으시고, 음...뭐랄까, 서울 근교의 시골 정취가 나는 그런 곳에 농사 짓는 고집은 세지만 마음씨 좋은 아저씨랄까. 봄의 따사로운 햇볕과 밀짚모자 밑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시며 그렇게 일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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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엄있고 친근한 모습의 석상들. 일일이 어디서 나왔고 하는 등의 설명은 없어도 간송 주변의 정원과 유물들을 보며 친숙해 질 수 있는 시간들. 간다면 내년 봄이나 되어야.....

 

 

혜원의 그림을 보러 간송에 갔다는 글이, 아니 시였던가. 어디선가 읽었던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잘 안 나오던데 시인 이름이 김용호였던가.

 

김민선이 신윤복으로 나오는 영화 <미인도>는 가상의 역사를 그린 상상력을 선보인다. 워낙 혜원 신윤복에 대한 얘기는 이곳 저곳에서 많이 나온 탓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혜원의 성별이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으니.

 

여자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시절. 인간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화가의 욕구는 충족되지 못하고 시대는 그녀의 사랑을 용납치 않는다. 작게 보면 그의  제자의 비범한 재능을 질투와 사랑으로 소유하려 했던 스승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크게는 시대가 용납하지 않은 화가의 내밀한 욕망-인간으로서, 화가로서의- 그것은 결국은 시대가 부숴버렸던 것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그녀의 그림이 결코 야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한데, 예전에 전공 때문에 도서관을 찾았을 때 명망있는 미술잡지에 춘화 연구자의 글이 실린 것을 보았다. 월간 미술로 기억하는데, 필자는 자신의 사진조차 공개하길 꺼렸다. 조선시대의 춘화를 연구한다 하면 학계에서도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다. 당당히 전공분야로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걸 수치스럽게 여기는 분위기. 교육계, 학계의 변화가 가장 느리다는데 여전히 지금도 그 사람은 그런 취급을 받을까? 하물며 <미인도>에서는 당시로서는 춘화로 여겨질 수 밖에 없었던 그림을, 그것도 여자가 그렸다는데 어땠을까?

 

스승의 질투와 사랑, 그리고 정인과 이루지 못한 사랑 이후 영화 속 혜원은 있는 그대로의 묘사 대신 경험이 투영된 그림을 그린다. 개인적 경험인 이별 뒤의 심정을 가수가 노래로 승화시키듯이 그녀 또한 그런 일들을 겪고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 경험을 통해 창작물을 낼 재료를 얻는 것은 결국 아티스트의 운명이었던 셈인가.

 

영화 <미인도>의 강물에 띄워보낸 그림을 보며 간송에 있는 미인도의 그녀에게는 실제로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지금쯤 그녀는 동면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봄이면 반갑게 사람들을 맞으러 나올 수도 있을테지. 그 때는 그녀의 얘기도 한 번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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