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리티고 팔리시'란 게 있다. 축구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가 7년이나 시행한 정책인데, 유명 스타들의 영입을 통해 구단의 마케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다른 구단들이 방송 중계권료나 입장권 판매 같은 경기 당일 수입에 의존할 때, 레알의 구단주 프로렌티오 페레스는 파격을 택했다.
이 정책은 4~5년간 성공하는 듯 보였다. 루이스 피구,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베컴... 발만 대면 골을 넣을 듯한 슈퍼스타들은 우승컵을 잇따라 거머쥐었고, 금전적으로도 레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넘어 세계최고 부자구단에 등극했다.
그런데 갈리티고는 이내 한계를 드러낸다. 사정과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팀 성적은 심각한 부진에 빠져들고 스타들은 슬금슬금 짐을 싸서 떠났다. 도대체 레알에겐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트렌드 칼럼니스트로 활약중인 정순원 (주)보보스 대표는 라고 답한다. 세너지(Senergy)는 'Separate+Energy'를 결합시킨 합성어로 시너지(Syn+Energy)의 반대편에 있다.
시너지가 "합치면 더 커진다"는 결합의 힘을 뜻한다면, 세너지는 결합보다 분리가 훨씬 강력함을 주장한다.
다시 레알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너지의 관점에서 보면, 레알은 최상이다. 개인기가 출중한 11명이 한 팀에 모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그저 쌓아놓은 모래알일 뿐이었다. 레알에겐 '분리'의 파워로 무장해 전체적인 팀 균형을 꾀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없었다.
저자는 꼽은 세너지 키워드는 트랜스포머, 프로슈머, 스타일, 뉴 노마드, 지(知)테크, 넷(Net)맥 등 6가지다.
"미래가 불확실한 현대사회에선 다기능 인간이 돼야 한다." "셀프 리더십을 가다듬고, 자기표현의 욕구를 발전시켜라." "노멀을 벗고 미니멀을 입어라." "트렌드 파파라치가 되고 넷맥을 무한으로 확장하라."
키워드별로 깔끔하게 정리된 '미래 가이드'를 읽다보면, 다문화 사회를 설명할 때 멜팅포트(Melting Pot)가 샐러드 보울(Salad Bowl)보다 왜 경쟁력이 없는지, 알 카에다의 '불가사리 조직'은 무엇 때문에 난공불락인지 알 수 있다. 저자는 또한 버락 후세인 오바마, 김영세, 비, 한비야, 조영탁 등을 '세너지형 인재'로 꼽으며, 분리가 선택과 집중으로 승화하는 경로를 꼼꼼하게 그려준다.
사실, 국내에도 세너지의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이미 장동건 혼자 벌이는 1인 시위가 영화인들의 대규모 시위보다 더 강력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대기업 매출이 부럽지 않은 1인 기업이 속출하고, 골드미스(골드미스터)들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며 당당하게 살고 있다. 그들은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거뜬한 자가발전기를 하나씩 구비하고 있다. 이 세상 전체가 정전이 되더라도, 그들은 하나 두려울 게 없다.
유년시절 귀에 딱지가 앉게 접한 동화 중에 이런 게 있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사이가 나쁜 삼형제를 불러놓고 나뭇가지 하나씩을 꺾어보라고 한다. 모두 손쉽게 꺾는다. 그러자 이번엔 나뭇가지를 열 개쯤 모아서 한번에 꺾어보라고 한다. 당연히 안꺾이자, 아버지는 유언삼아 이렇게 말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시너지의 세계'에서 이 메시지는 의심할 바 없는 진리였다. 하지만 '세너지의 시대'에선 응당 의문을 품어야 한다. 왜 꼭 똘똘 뭉쳐야만 하나.
저자는 "나뭇가지 하나씩을 꺾어 각자 쓸모있는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석한다. 연필과 이쑤시개, 성냥을 만들어 열심히 장사를 한다면 각자 더 큰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면, 책을 펴서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최소한 100번은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