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신나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게 된 데는 이모의 공이 컸다. 어린 시절 음악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준 것은 음악을 좋아하던 이모 때문이었다. 지금도 즐기는 음악가운데 하나가 흑인 R&B그룹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인데 이모가 어디서 구했는지 그 테이프를 들었고 나도 재미있는 멜로디와 리듬이라고 생각했다.
이모는 어린 나를 끌고 교회의 성가대에까지 집어넣어 주셨다. 어딘가 모르게 내가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눈치가 보여서 그랬겠지만 어쩌면 그건 이모의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이모는 요즘 말하는 당시의 신세대였던 것 같다. 올해 서른 둘쯤 되신 이모는 결혼해 4년 전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나셨다. 내가 듀스가 되어 일간스포츠에서 자신의 이야기까지 연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남미는 우리나라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모 고맙습니다.
교회 다니던 시절에는 어찌 보면 갑갑하기도 했지만 참 깨끗한 생각을 가졌던 때였다. 일요일이면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비비며 일어나 찬송가와 성경책을 들고 교회로 향했다. 오로지 신의 말씀을 노래로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좋아하는 음악도 따라서 한때는 가스펠이었을 정도로 나는 종교에 심취해있었다. 맹목적인 신앙이었다면 지금 교회에 계신 분들께 누를 끼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믿음이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다지만.
방이중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교회에서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한 것처럼 학교에서 음악시간에는 신바람이 났다. 그러나 수학과 과학시간은 뒷자리에 앉아 졸거나 책상 밑으로 '딴짓'을 했다.
한때는 운동하는데 거의 미쳐있었다. 체육시간만 되면 음악, 미술시간에 즐거워한 것 이상으로 좋아했다. 축구와 야구는 나의 인생이었다. 방학 때면 새벽부터 집 근처에 있던 경복여상 운동장으로 축구공, 야구클럽, 배트를 갖고 들어가 해질녘까지 놀았다. 물론 축구할 때는 공격최선봉인 투톱이었고 야구를 하면 4번타자에 투수였다. 던지면 스트라이크요, 치면 홈런이었던 나는 학교 야구부에 들기로 하고 가입신청서까지 써냈다. 야구의 톱스타가 되겠다는 각오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웬걸. 지금은 당신의 생각이 이해가 가지만 정말 얻어맞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제대로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나는 야구선수가 되길 포기해야했다. 야구장에 가서 오징어 다리 씹으며 야구선수가 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내가 가수가 되어 신나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국민학교 때 반 친구를 한방에 뉘었던 데서 비롯됐듯이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비슷한 경우였다. 그날도 야구를 하며 놀고 있었는데 상대팀에 나보다 한 살쯤 많은 형이 있었는데 스트라이크냐 볼이냐를 놓고 시비가 붙었다. 이런 경우 대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돼있는 것이 상례인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나는 갑자기 아찔함을 느꼈다. 한방 맞았던 것이다. 쓰러졌다 일어나 반격을 가했지만 이미 '대미지'를 입었던 나로서는 그 형에게 역부족이었다. 또 한방을 제대로 얻어맞고 완전 KO가 돼야했다.
골목대장을 하던 우리형이 코피 흘리며 집에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고 분개했다. 현장으로 형 손잡고 달려가 "쟤가 나를 때렸어"하고 가리키자 형은 그 친구를 정말 '비 오는날 먼지 나도록' 두드려 팼다. 독불장군은 없다는 '철학'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을 뜬 것은 국민학교 5학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 전에 음악방송을 많이 듣던 이모의 영향을 받아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는데 이때는 지금 듀스가 흑인음악을 구사하게된 계기가 됐던 시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 동네에는 나와 같이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가 살았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집만 비면 그 친구와 나는 AFKN라디오를 켜놓고 음악을 들었다. 이때 들었던 것이 비지스, 아바부터 시작해서 리사 리사 컬트 잼, 런 디엠시의 랩 등이다. 런 디엠시의 랩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지금도 이들은 나의 우상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아무리 걸어도 앞으로 나가지 않는' 문 워크(moon walk)와 브레이크 댄스도 우리가 열심히 흉내내야할 대상이었다. 양말이 펑크날 때까지 걸었고 잘못해 목이나 허리가 삐끗할 때까지 몸을 움직였다.
한국i닷컴 스타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