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참 좋은 기분이다. 그 상대가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힘든 일을 내게 털어놓음으로 인해서 상대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짐을 나눠질 수 있다.
하지만 고민 토로도 사람 봐가며 해야 하는 법. 지금 앞에서 당신의 불평을 듣고 있는 사람이 과연 진심으로 당신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 배가 아주 불렀구만? 어유...이걸 그냥 콱...!
백수한테 회사 불평
“매일 야근이야. 힘들어 죽겠어. 야 공부할 때가 최고 좋은 거다.”
(그게 공무원 시험 준비 3년 째 하는 사람한테 할 소리?) “많이 힘들겠네.”
“월급은 또 얼마나 조금인지. 월급날 좀 지나면 남는 것도 없어.”
(난...마이너스 통장 써) “그래도 요즘 회사들 어렵다는데 월급은 제대로 나오지?”
“당연 월급은 제때 줘야지. 안 그러면 내가 미쳤다고 이 회사를 다니냐? 진짜 때려치우든지 해야지.”
(끝까지 붙어있을 거면서 또 저러는 군) “......”
물론 힘들겠지.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쉽겠냐. 근데 그거 모르고 회사 들어갔냐? 이력서 50통씩 써가며 지원할 때만 해도 어디든 붙기만 하면 좋겠다고 했었잖아. 처음에 그 회사 들어가게 됐을 때 원래 실력보다 좋은 데 들어왔다고 자랑했었잖아. 월급도 제때 주고 보수도 섭섭지 않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온통 불평이냐. 화장실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딱이구만.
그래, 물론 힘들 수 있지. 아무리 취업에 목을 맸었더라도 힘든 것까지야 어쩔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그걸 꼭 백수라 사방에서 눈치밥 먹는 사람한테 풀어야겠니? 누가 갈궈도 좋으니 제발 회사에 발이라도 들여놨으면 좋겠다고 난!
묵은 솔로에게 연애 불만
“아 진짜 힘들어 죽겠어. 대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하는 거야. 답답해.”
(난 5년 째 연락 안 오거든?) “얼마나 연락 안 왔는데?”
“어제 아침에 전화 오고 지금 벌써 저녁 다 됐잖아.”
(이틀도 안 지났잖아!) “얼마 안 지났잖아. 곧 오겠지.”
“하루 온종일 전화가 없는데 이게 얼마 안 지난 거야?”
(그럼 헤어지든가!) “바빠서 그랬을 거야. 그럼 네가 먼저 해봐.”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그리고 절대 먼저 안 해! 자존심 상해. @#!@%$#^$%&^*&(*”
나도 너 연애 시작한 거 진심으로 축하해. 3년 만에 하는 연애니 얼마나 감회가 남다르겠어. 그런데 그렇게 간만에 하는 연애가 잘 안 풀리니 아주 힘들어 죽겠는 기분이겠지. 난 5년 째 혼자지만 네 마음 이해해. 이해한다고. 난 5년 째 남자친구가 전화 한 번 문자 한 번 날린 적 없지만 네 마음 이해해. 이해한다고. 아주 백 번, 천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그런데 말이야. 넌 꼭 그런 얘기를 지금이라도 죽으면 몸에서 사리가 나올 나한테 해야겠냐? 아주 배가 불러 터졌지 이게! 그렇게 힘들면 헤어지라고 하고 싶지만, 그랬다간 분명 남자 편들겠지. 작작해라 좀. 작작.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날 싫어하거나 임자가 있고, 날 좋아하는 사람은 봉사하는 마음이 아니고서야 연애가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들어갈 회사가 없어서 집에서 눈치 보는데 불황이라고 신규 채용은커녕 있는 사람을 못 내보내서 난리란다. 사방팔방에 이런 사람이 널려있다. 연애도, 일도, 힘들다. 힘들어. 그런데 이 와중에도 눈치 없는 사람들은 예외없이 나타난다. 남들 다 연애하느라 나가는 주말에 방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뒹굴고 있는데 전화해서 연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 먹고 살기 위해선 막노동이라도 해야할 판인데 전화해서 회사 못 다니겠다고 때려치워야겠다고 투덜대는 사람......그러고 싶니?
이런 사람들은 불평만 앞설 뿐 결코 그 현실을 청산할 마음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남의 속 다 뒤집어 놓으며 투덜대놓고 나중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좋~다고 깔깔거리기가 부지기수. 적당히 하자. 물론 한두 번은 진심으로 같이 아파하겠지만, 아마 계속 그랬다간 언젠가부터 전화도 메신저도 차단한 채 당신을 피할지도 모르니까.
랩인지 독백인지 모를 가사를 읊조리고 기괴한 춤을 추는 그룹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그룹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과연 그 독특함 때문 만일까?
반 지하방의 습기 찬 방의 이불은 한 번도 보송보송한 적이 없고, 귀찮아서 하지 않은 청소 때문에 바닥은 끈적끈적에 바퀴벌레는 아주 애완동물 수준. 뭔가 열심히 해보고자 했던 날이 언제인지. 반복되는 좌절 끝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권태로워진 일상.
가만히 들어보면 결코 남 얘기 같지만은 않은 그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은 아닐까? 잘 살라고 강요하는 대신 쓸데 없는 말로 속을 뒤집어 놓는 대신, 그냥 지금 이 현실을 알고 있다는 듯한 그 가사가 말이다.

싸구려 커피 / 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의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 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 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 빈 나를 잠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