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연맹 홈페이지에 실린 이계호 전 회장 사진. 홈페이지에 실린 기사에서는 이 회장을 "경영 마인드를 갖춘, 발칙한 상상력의 소유자"라고 소개하고 있다.2005년 1월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으로 취임해 K리그와 N리그 간 승강제 도입 등을 통한 한국 축구 재도약을 부르짖어왔던 이계호 STC그룹 회장이 1500억여원에 달하는 다단계 사기를 벌이고 27억여원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8월12일 법정 구속됐다.
이계호 회장은 그동안 실업축구연맹 회장으로서뿐만 아니라 L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 유명 프로골프 선수 후원이나, 주미한국대사를 지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일가의 STC 계열사 전환사채(CB) 대규모 투자 등의 뉴스로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던 인물.
특히 지난해에는 STC그룹에서 판매하는 '에너지워터'라는
STC그룹 계열사 중의 하나로, 코스닥 상장사인 STC라이프는 8월21일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20일 서울지검에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밝혀 STC그룹과 이계호 회장을 둘러싼 파문은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다.
<사건의내막>은 이번 파문의 내막을 파악하기 위해 8월12일 있었던 재판의 판결문을 긴급 입수해 이계호 회장이 어떤 혐의를 인정받았고, STC그룹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상세히 짚어봤다.
"100일째 가입 회원, 20년 후에나 원금 지급 가능"
검사의 지적에 피고인들 적절한 반론 제기 못 해
STC인터내셔널은 1993년 3월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계호 회장과 함께 이번에 실형을 선고받은 정○○은 2001년부터 STC인터내셔널의 대표이사로 재직해왔고, 박○○은 2003년 이 회사의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한 후 2004년 5월 상무, 2005년 6월 부사장으로 승진해 재직해온 인물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공유마케팅의 시작
STC인터내셔널은 '직급마케팅' 방식의 다단계 판매영업을 해오다 2003년 경 다른 다단계판매회사인 제이유네트워크와 아람네토피아 등이 공유마케팅 방식을 도입해 매출실적을 크게 증가시킨 영향으로 회사의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 월 평균 60억원 정도의 매출이 있었던 STC인터내셔널은 2004년 1월경부터 4월경까지는 월 평균 매출액이 20억 원 정도에 불과하게 됐고, 이계호 등 3인은 매출실적의 회복 및 신장을 위하여 STC인터내셔널에서도 공유마케팅 방식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따라 제이유그룹 계열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했던 이○○가 2004년 4월경 STC인터내셔널에 입사했고, 박 부사장은 그의 도움을 받아 SL(STC Living) 마케팅과 SS(STC Step) 마케팅으로 구성된 자산증식 마케팅 플랜을 완성해 대표이사인 정 대표에게 보고했고, 정 대표는 이계호 회장과 상의해 이를 도입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MBC 시사자기 자신과 그 하위판매원이 일으킨 매출실적에 따라 수당이 지급되는 일반적인 다단계 마케팅과 달리 회사 전체의 매출 변동에 따라 자신이 획득한 점수의 비중별로 수당을 지급 받는 '공유마케팅'은 전체적인 수당의 누적과 소진, 지급 비율 등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그 지속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런데 SS마케팅에 따른 수당의 최대 지급 비율에 관하여,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은 일반적인 수학적 검토나 과학적·통계학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채, 공유마케팅을 도입한 다른 다단계 판매업체들이 지급하는 비율에 맞추어 수당의 최대 지급 비율을 250%로 결정했다.
그런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수당지급 상한인 매출액의 35%만으로 250%에 상당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경우, 하위판매원일수록 위 수당의 지급액이 급격하게 적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위 수당의 지급이 완료되는 기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장기화된다.
결국 판매원의 증가가 둔화되고 수당의 지급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어, STC인터내셔널은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되거나 하위판매원들에게 위 수당은 물론 구매 원금 상당액마저도 보전해 주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검사는 공소장에서 "매일 일정한 매출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100일째 가입한 회원은 20년 후에서야 구매 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은 적절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재판부가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에게 "① SS마케팅 플랜에 따라 최대 250%의 수당의 지급이 완료되는 기간을 계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지, ②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여러 변수[장차 발생할 매출액, 수당지급재원의 할당비율(매출액 중의 비율), AV 전환비율]에 연동하여 최초 스텝 보유자 및 순차 스텝 보유자에게 최대 250%의 수당의 지급을 마칠 수 있는 기간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설명하라고 했으나,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계산 프로그램은 없었고 고려하여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 쉽게 계산하기도 어렵다고 답변했다.
거짓말
재판에서 "그 변수가 너무 많아 계산할 수가 없다"고 답변한 이계호 등 3인은 그러나 그동안의 각종 사업설명회나 상위판매원 등을 통하여 회원들에게 STC인터내셔널에서 만든 SS(STC Step) 마케팅 플랜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면 상품의 AV 대비 250% 상당의 수당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고 거짓말했다.
이들은 실제로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법정 비율인 매출액의 35%를 초과한 재원으로 고율의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마치 AV 대비 250%의 수당을 빠르면 100일 늦어도 24주 내에 지급받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계호 등 3인이 위와 같이 최대 250%의 수당이 단기간 내에 지급될 것처럼 설명하는 한편으로 그러한 설명이 사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수당이 실제로도 지급되자, STC인터내셔널의 매출액은 공유마케팅을 도입한 후인 2004년 5월경부터 급격하게 증가했다.
즉 2004년 1월부터 4월까지는 월 20억원 가량이었던 매출액이 2004년 5월을 전후로 판매하는 상품의 품질이나 종류, 가격에 별다른 변동이 없었음에도, 5월에 55억원 이상, 6월부터 12월경까지는 월 180억원 내지 240억원 이상, 2005년 1월에는 300억 원을 넘게 된 것이다.
이계호 등 3인은 이런 거짓말을 통해 2004년 5월경부터 2005년 9월경까지 1년이 넘는 기가 사이에 7900명 이상의 피해자로부터 상품 구입비 명목으로 합계 1537억1769만9200원을 교부받는 등 상습적으로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STC 판매원 교육용 책자에 나오는 내용. <뉴스후 방송화면 캡처>공유마케팅 프로그램 지속성 관건인 수당 지급
완료시점 계산 프로그램 없이 주먹구구식 운영
27억여원 횡령
이들의 범행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이계호 회장과 정 대표는 STC인터내셔널의 판매원들이 사실상 상품에는 관심이 거의 없고 수당을 통한 이익의 실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에 착안, 제품을 공급하는 계열사인 STC나라에서 판매원들로부터 판매가의 6%에 해당하는 저가로 상품을 재구매하고, 그와 동시에 그러한 거래를 이용하여 마치 판매가의 12%에 상품을 재구매하는 것처럼 허위의
이계호 등 2인은 STC인터내셔널의 직원이었던 이아무개에게 매달 300만원을 지급할 테니 판매원들로부터 상품을 판매가의 6% 가격으로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아무개의 처인 강아무개 명의로 예금통장을 교부받았고, 2004년 7월27일경 판매원들이 되판 상품을 STC나라가 판매가의 12%에 재구매한 것처럼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정 대표가 관리하는 강아무개 명의의 통장으로 위 세금계산서에 기재한 1억3505만3411원을 입금한 것을 비롯, 그때부터 2005년 4월14일경까지 사이에 위 통장으로 합계 45억7639만6387원을 입금, 이아무개에게 그 중 18억5758만8283원을 상품 재매입대금으로 송금하고, 나머지 27억1880만8104원을 그 무렵 현금으로 인출하여 피고인 이계호의 통장에 입금하거나 채권자에게 송금하는 등 임의로 소비하여 이를 횡령했다.
사기행각의 끝
회원들은 상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상품의 구매에 따른 수당의 지급이 주된 동기가 되어 시중가격보다 비싼 상품을 다수 구입하거나, 상품을 수령하지도 않은 채 이를 그룹계열사인 STC나라에 6%의 가격에 되팔기도 했다.(에너지 워터라는 이름의 생수 500㎖ 한 병 가격이 2500원, 에너지 솔트라는 이름의 소금 800g 한 봉지가 4만9000원이었다.)
2004년 7월27일경부터 2005년 4월14일경까지 이렇게 되판 상품의 최초 구입대금은 300억 원에 이르며, 이는 같은 기간 동안 STC인터내셔널의 총 매출액 약 1800억원의 17%에 가까운 액수로, 지급받은 수당으로 다시 상품을 구매하여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의 권유에 따라 대다수의 회원들은 지급받은 수당으로 다시 상품을 구매한 것이다.
그 후 수당의 지급대상인 스텝 수가 계속 증가하게 되자,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은 2005년 1월10일경 전국적인 매출 순위를 매겨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인 오토십(Autoship) 마케팅을 도입하여 판매원들 상호간의 경쟁을 유발해 매출을 촉진시켰다.
또한 2005년 4월 초순경부터는 1스텝당 5000원씩의 수당을 선 지급하고 보유 스텝당 1만원 내지 1만5000원의 목표매출액을 달성하게 한 후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선지급한 일부 수당만으로 해당 스텝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했다.
▲STC에서 판매하는 에너지워터 <뉴스후 방송화면 캡처>나아가 2005년 5월경에는 피고인 이계호가 소유하고 있는 STC나라의 액면가 100원의 주식 1주와 판매원들이 보유한 1스텝을 같은 비율로 교환했다.(수당의 최대 지급 액수에 맞추어 주식 1주의 가치를 225만원으로 정한 것이다.)
이러한 스텝 수의 감축 제도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의 도입은 SS 마케팅을 도입할 당시에는 예정하지 않았던 것으로서, 피고인 이계호 등 3인이 스텝 수의 증가에 따른 1일 수당지급액의 감소, 매출액의 급감과 판매원들의 항의 등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지자 임기응변 식으로 도입한 것들이었지만, STC인터내셔널은 2005년 10월경 결국 SS마케팅 플랜의 시행을 사실상 중단한다.
양형 이유와 무죄 부분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해 "피고인들의 이러한 범행은 결국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로 하여금 허황된 사행심을 갖게 하여 건전한 경제관념을 흐리게 하였고, 범죄의 성격상 그 피해가 피해자 개인에 그치지 아니하고 가정과 사회로 확대되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수당으로 지급한 점, 상당수 피해자들이 위 피고인들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점"과 함께 이들의 연령·성행·가족관계 및 이들 모두에게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STC에서 판매하는 에너지솔트. <뉴스후 방송화면 캡처>한편 사기와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계호 등 3인 외에 이들과 함께 기소된 지사장과 1급 강사 등 11명은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고, 유사수신행위규제법과 방문판매법 위반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이계호 등 3인을 포함한 전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사장과 강사들은 매출액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연봉이나 실비 수준의 교통비와 강사료(월 80만원 정도) 등을 지급 받았던 것에 불과했고, 마케팅 플랜의 도입이나 수당지급체계의 변경 등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또한 유사수신행위규제법 관련 공소내용에 대해서 재판부는 실제 제품이 존재했고, 그 제품에 대한 배송과 반품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거래대금을 '출자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방문판매법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의 공소내용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STC그룹의 입장
현재 STC라이프의 기업 홈페이지에는 이번 재판의 선고가 있었던 8월12일자로 "친애하는 주주 여러분께"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글은 "그동안 관계회사인 (주)에스티씨 인터내셔널의 과거 사업에 대한 사업자들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무고에 대항하여 당사의 결백입증을 위해 충분한 증거제출과 증언을 하였으며 최근 2건의 소송에서 이미 승소를 하였기에 본 건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유리한 증거자료들로 인해 승소를 기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부족했던 자료를 보완하여 2심에서는 기필코 결백을 입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장했다.
STC는 "혹시 주주제위께서 1심 판결내용으로 인해 회사경영의 우려를 표명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라 사료되오나, 회사의 운영은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고, 사업계획과 목표설정이 뚜렷하기 때문에 특정개인의 공백으로 인한 업무차질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재 /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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