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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개의 마지막 유언

박주연 |2008.12.19 21:58
조회 62 |추천 1


이제 저는 주인 마음속에 마지막 유언을 남기려 합니다.

제 주인은 제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 동안의 저에 대한 기억으로, 그의 마음에 제 유언을 새기고 싶습니다.

그가 외로울 때, 불현듯 제가 떠오른다면 제 유언도 함께 기억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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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인 내외가 항상 절 기억해 주길 바라지만 그렇다고 너무 오랫동안 슬픔에 잠기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동안 그들이 슬플 때 위안이 돼주려 했고, 기쁠땐 그 즐거움이 더욱 넘쳐날 수 있도록 노렸했어요. 그렇기에 저의 죽음으로 그들이 받을 슬팜과 고통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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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저 만큼 행봉한 삶을 누린 개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그들에게 사랑과 보살핌이라는 큰 빚을 졌지요.

제가 철이 들었을 땐 이미 보지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었으며 다리마저 절름발이였습니다. 또한 토끼가 바로 코앞에까지 다가와야 알아차릴 만큼 후각도 떨어졌습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좌절과 치욕에 떨어야만 했어요. 내 인생은 언제나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가는 비웃음의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이제 더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제가 아고 살아온 무거운 짐들과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

저는 제가 죽는 게 슬프지 않습니다. 다만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야 한다는 게 슬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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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주인님, 제가 떠나기 전에 드리는 마지막 부탁입니다.

언제든 제 무덤을 찾아오실 땐, 함께 했던 그리움과 기쁨이 가득 담긴 말투로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여기 우릴 사랑했고, 우리가 사랑했던 친구가 묻혔노라"고.

저는 아무리 깊게 잠들었다 할지라고 언제나 당신께 귀 기울고 있을 것이며., 어떤 죽음의 힘 앞에서도 감사의 꼬리를 흔듦으로써 제 영혼을 지켜나갈 겁니다.

 

"here lies one who loved us and whom we 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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