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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아픈 포스팅

김충원 |2008.12.23 00:32
조회 71 |추천 0

지난 9월 11일, 제프의 은퇴소식을 접하고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요즘 자주 가는 모 사이트의 사회·연예잡담이 올라오는 곳이었는데

제프 은퇴 기사가 올라와서 '뭐지?'하는 생각에 믿을 수가 없어 당장 디씨 피겨스케이팅 갤러리로 갔다.

아니길, 절대 아닐 거라고 믿으면서…

하지만 이미 그곳은 갑작스런 제프의 은퇴소식에 패닉 상태였다.

 

뉴스 기사가 올라오고, 제프 은퇴 기자회견 사진도 속속 올라오고,

제프 팬들, 피겨 팬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넘쳐나고 있었다.

 

사실이구나. 제프가 은퇴하는 것이 사실이구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현실이고,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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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Worlds LP 'Elgar's Cello Concierto in E Minor' [영상은 홀림 클박에서 받았음]

 

그래도 믿고 싶지 않았다.

이 소식을 알고서 내내 '말도 안돼'를 연발하고 있었다.

정말 믿을 수가 없었고, 인정하기 싫었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대하고 있었는데…

 

10월 말이면 시작할 그랑프리 시즌의 SC(스케이트 캐나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COC(컵오브차이나)에 우리 연아 선수와 같이 배정되어서 중국까지 보러갈 생각으로 들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넣어둔 펀드도 있었는데…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즌도 아름다운 프로그램으로 벅찬 감동을 줄 거라 믿었는데

제프의 은퇴라니, 믿을 수가 없었고, 믿기 싫었다.

 

SC와 CO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GF(그랑프리 파이널)에 올 거라고, 거기서 포디움 정상에 설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때 만나면 예쁜 선물도 주고, '당신은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다'라고

수줍게 엄지를 들어 보이려 했는데, 이런저런 계획을 짜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빌어먹을-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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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International FSC 'Samson and Delilah'

 

그러다 화가 났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은퇴를 하는지, 그 이유를 몰라 어이가 없고, 짜증이 났다.

 

이번 그랑프리 시즌 배정도 다 받아놓은 상태잖아.

안무 음악도 다 고르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프로그램도 다 짜놓았잖아.

(그 안무 연습을 연아 선수가 보고 극찬까지 했었다. 정말이지 어떤 프로그램이었기에…)

조국-캐나다에서 열릴 2010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고, 그걸 목표로 열심히 할 거라고 했었잖아.

 

도대체 왜? 왜?!

 

월드 챔프가 되고나서 동기유발이 안 되었다고?

말도 안 돼.

 

내가 제프에게 정말 바라던 거, 욕심 부렸던 것이

부상 때문에 2년 연속 말아먹은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 얻고,

그래서 여태까지 한번도 못해본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도 우리나라에서 하고,

그 기세로 '08-'09 월드 챔프도 한 번 더 하고,

또 착착 준비 잘 해서 2010년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 얻기를, 그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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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TEB LP 'Glenn Gould Tribute' (FrenchTV2)

 

이 어이없고, 배신 같은 실망에 화가 났다가, 슬퍼졌다.

 

이제 다시는 제프의 스케이팅을 못 보겠구나.

물론 프로 선수로서, 아이스쇼 무대에서의 제프 연기를 볼 수는 있지만

컴페티션에서의 그 날 선 긴장감의 연기는 이제 볼 수가 없구나 싶어서 슬펐다.

 

그래, 그랬다.

 

나는 제프의 아이스쇼의 연기보다

팽팽한 긴장감의, 비록 내 심장도 터질 듯,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볼지언정,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그 속에서 독보적으로 아름다운, 대회에서의 제프 무대를 훨씬 더 사랑한다.

 

그리고 프로로서, 아이스쇼에 전념하는 제프는 한참 후, 2년 후에야 볼 거라고,

그때 또 그 모습을 열심히 응원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지금의 제프를 응원하지 못하겠다.

 

기대가 커서 실망이 크고, 무척 좋아했기에 너무 상처받았다.

지금 제프는 즐겁게, 행복하게 스케이팅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이 여태 내가 제프에게 바라던 유일한 것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제껏 기다려왔던 피겨 시즌이 시들해져버렸고,

다시 또 그렇게 피겨스케이팅을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것은,

 

나를 피겨스케이팅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이끌었고,

남싱의 연기가 그렇게도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고,

아니 그전에 사람이, 사람이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난생 처음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아름다움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그런 피겨스케이터가 제프였기에, 그 제프리 버틀이었기에…

 

그렇게 좋아했기에, 기대했기에 허무하고, 많이 아프다.

또다시 그만큼 좋아할 만한 선수를 만날 수 있을지, 그토록 아름다운 사람을 볼 수 있을지,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더더욱 아쉽고, 슬프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제프가 많이 야속하고, 응원을 보낼 수 없지만

그래, 나중에, 조금 지나면 무얼 하든 좋은 것만 하길, 행복하길, 응원을 보낼 것이다.

 

그래 나중에, 언젠가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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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의 마지막 컴페티션 무대가 되어버린'08 Worlds SP 'Adios Nonino' (ESPN 버전)

 

 

 

제프에 대한 글을 쓰고, 항상 마지막에 그에게 보내는 응원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해서, 그러지 못하는 옹졸한 내가 씁쓸하다.

 

안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피겨스케이터, 제프리 버틀.

 

 

+

아니라고, 아닐 거라고 부정하고 있다가 이제야 실감하고,

제프의 은퇴가 한달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인정하고 올린 이 횡설수설, 한풀이 글이

조금, 아니 많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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