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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반대가 반미행위? 그럼 비준촉구는 애국일까?

이강율 |2008.12.23 14:44
조회 58 |추천 1

다시 한미FTA 비준 문제가 정치권과 세간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장의 한미FTA 비준'이란 명제가 과연 대한민국의 사활이 걸릴 정도로 중요하고 급박한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모든 민생법안을 뒤로 하고 한미FTA 선비준에 급급하여 다수의 횡포로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외면하는 여당의 행태가 흑심을 품은 조폭과 다름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한미FTA 협상을 졸속으로 풀어간 것을 문제삼아 지금 비준을 반대하는 민주당을 비난하고 당장의 한미FTA 비준이 당연한 듯 말하는 한나라당과 일부 몰지각한 국민들의 주장은 실로 괴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과연 한미FTA를 비준함으로써 GATT협정(관세무역 일반협정)이 헌법 위에 있게 되고, 대한민국 정부 위에 미국정부가 주무르는 WTO 등의 국제기구와 다국적 기업들이 군림하게 되는 미래가 올 것을 예측이나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FTA 충돌 후폭풍, 국민 실망 시켜놓고 “네탓” 공방

[사설] 이런 국회 문닫는 게 낫다

‘FTA와 춘투연계’ 한나라당의 이상한 논리

이게 과연 국민을 위한 국회인가

李대통령 ‘불도저식 충돌정치’ 정국 파행

홍준표“반미주의자 책동 더 이상 좌우돼선 안돼”

"여유 없는 미국, FTA서 한국 사정 못 봐줘"

한나라 의원조차 “부끄럽고 착잡…살기 느꼈다”

한미FTA 비준 촉구한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즉각 철회하라!

 

과연 지금 한미FTA 비준을 찬성하는 국회의원들 중에 협상 전문을 모두 읽어 본 이는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렇게 무지한 정치인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일까?

그들이 바로 매판자본이고 그들의 행위가 매국임에도 버젓이 경제살리기의 일환이라고 외치는 사람들과 그런 이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는 사람들의 두뇌구조는 몇 차원일까?

국민의 기본권이 소멸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좀더 신중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반미주의자들일까?

 

한국이 약소국이기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 어쩔 수 없이 한미FTA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하더라도 이제 비준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되도록 늦게 천천히, 다른 나라의 FTA와의 형평성을 명분으로 가장 적은 손해를 보도록 밀고당기기를 해야 상식인 것이 아닐까?

 

거수기 노릇만 하는 정치인들

 

1994년 가을, 우루과이 라운드에 참가한 협상국들은 합의 안건에 대해 각국 의회의 인준을 필요로 했다. 물론 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미국 의회에서도 논란이 벌어졌고 반대 그룹의 투쟁이 치열했다.

 

이때 미국의 환경 문제와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각각 존경받고 있던 로비스트 네이더(Ralph Nader)와 월락(Lori Wallach)은 전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우루과이 라운드 합의문 500여 페이지를 다 읽은 후 합의문 내용과 관련된 10개의 간단한 질문의 정답을 맞춘 의원에게 1만 달러를 희사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에 응답한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합의문을 전부 읽어본 사람이 전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개는 합의문의 요강만 읽었던 것이다.

 

이 요강이란 것은 제대로 간추려 설명했다 해도 전체를 자세하게 아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한쪽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로 작성되었다면 대단히 위험천만한 것이다. 따라서 사안이 중요할수록 전체를 독파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의무다.

 

1989년 캐나다, 미국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의회에서 인준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캐나다 정부의 책임 장관이었던 크로스비(John Crosbie)는 국가에 막대한 이득이 되는 자유 무역 합의를 여야가 합심하여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를 반대하는 야당은 반 국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열띤 주장을 폈다. 그때 야당 당수 터너(John Turner)가 도대체 합의문이나 읽기는 읽었느냐고 반박하자, 크로스비는 오히려 "백과사전을 모두 읽어봐야 좋은 책인지 알 수 있느냐?"며 적반하장격으로 큰소리를 쳤던 것이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내용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중대사를 결정하는 일은 실제로 종종 있어 왔다. 한국의 경우 예전에 중국과 국경선을 정하는 회담에서도 그러했을 뿐 아니라, 근래에 일본과 어업협정을 맺을 때에도 한국의 대표자들은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또 1992년 NAFTA가 합의되어 부시 대통령이 협상이 끝났다고 공표했을 때에도 합의서 내용은 비공식적으로 한 달 후에야 나왔다. 그리고 752쪽 분량의 원본이 출판된 것은 다음해인 1993년의 일로, 부시가 대통령 임기를 끝낸 후였다.

 

각국에서 우루과이 라운드 합의서를 인준할 때에도 양상은 비슷했다. 일본의 경우 참의원에서 통과하기 며칠 전에야 겨우 번역이 되는 바람에 읽지도 못한 채 통과시켰다고 한다. 또 필리핀에서는 카톨릭 교회와 여러 시민 단체들이 데모를 하고 폭동을 일으킬 정도였지만 국회가 이를 무조건 통과시켰고, 스페인 정부는 국민들이 단합하여 절대적 압력을 가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치기로 통과시켰으며, 벨기에와 인도 등 많은 나라에서도 비슷한 절차를 거쳐 인준을 했던 것이다.

 

이것은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기는 커녕 어떠한 압력에 떠밀려 억지로 법적으로 유효하도록 절차를 밟는 것에 불과하고, 내용적으로는 자주 주권을 행사하는 정부의 권한을 다국적 기업에게 이양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권한을 자발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양보한 것도 한심하지만,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사실이다.

 

- 그림자정부, 경제편 中에서 -

 

한미FTA가 체결됨과 동시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은 다방면에서 침해받게 된다. 어쩌면 다소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헌법 개정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기본권이 상당부분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민생에 그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을 국민투표에 붙이기는 커녕, 그 내용조차 알 수 없도록 숨기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국가 간의 외교적 약속이란 명분, 기밀사항이란 이유로 협상 내용을 엄격히 비공개로 하고 있고, 자료의 유출조차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모습인 지 되묻게 된다.

 

FTA자료유출 보좌관 실형

 

외교적 관계가 국민의 기본권보다 중요한 것일까?

국민을 지킬 수 없는 국가가 의미없는 지역 준거집단에 불과하듯, 국민이 없다면 국가도 존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잘 살기 위해서 국민은 자신의 기본권을 당연히 외국자본에 팔아 먹어야 하는 것이 순리인 것일까?

 

▲ 협정문 상세 내용에 산재된 다수 불공정 조항을 차제로 하더라도 5대 독소조항은 자본력을 근간으로 하는 힘의 논리가 약소국을 침탈하는 배경으로서 국제 자유무역의 근본정신을 명백히 훼손하고 있음. 2002년 미국 대법원장 회의도 의회에 투자자-국가 제소권 등 NAFTA 투자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음.

 

FTA피해기업 무역조정지원으로 극복한다

 

정부는 FTA추진에 따른 경쟁력약화로 무역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 융자, 컨설팅, 정보제공 등을 지원내용으로 하는 '제조업등의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07년 4월 중진공내에 무역조정지원센터를 설치하고 FTA피해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역조정지원사업은 FTA추진에 따른 매출액 또는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 이상 감소한 무역피해기업이 신청이 가능하며, 무역위원회의 무역피해에 대한 피해입증과 무역조정계획 타당성 평가를 통하여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되며, 융자·컨설팅·정보제공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런 정부의 행정지원 내용을 얼핏 들으면 FTA체결로 인한 피해기업이 구제될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미FTA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 '비위반 제소',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조항' 등의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 체결 후, 다국적 기업은 자기 이윤확보를 방해하는 한국정부의 법/제도/관행을 국제분쟁기구(물론 미국정부가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고, 한국인의 민생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질 리 없는 조직이다)에 직접 제소할 수 있고, 기업은 패소한 정부에게 예상이익 손실을 포함한 피해액을 청구할 수 있으며. 예상이익 손실의 범위는 포괄적, 추상적이며 기업이 자유재량으로 계산하거나 심지어 한국정부에게 수출국가의 사회적 관행에 따른 기업이미지 추락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은 한국정부가 FTA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세금/보조금/불공정거래 시정조치 같은 정부의 정책으로 '기대 이익'이 손실되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해당국가에 소송을 제기하고 막대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부가 만든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아니, FTA규정에 위배되는 조항이 있으면 기존 법령들마저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판국에 계속 존재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그도 아니면 한시적이나마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필요한 장식용 제도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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