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8월10일(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 후반 21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한 아시아 선수가 로이킨과 교체돼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첫 번째 즐거움의 시작이었다. 박지성(27)은 데브레센(헝가리)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차예선 1차전에 출전하며 역시적인 맨유 첫 경기를 소화했다. 세계최고리그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것도 최고의 팀이라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한국의 박지성이 첫선을 보인 것이다.
박지성은 후반 27분 상대 니콜로프의 경고를 유도했고 후반 42분에는 18m 중거리 슈팅을 날리는 등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첫 번째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3일 후 박지성은 에버튼과의 2005~06시즌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선발출전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박지성은 85분간 활약하며 우리에게 2번째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박지성은 2005년 12월21일 세인트 앤드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칼링컵 8강 버밍엄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우리에게 첫 골을 선물했다. 선발 출전한 박지성은 후반 5분 왼발 슈팅으로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팀 승리를 결정짓는 쐐기골이었다.
박지성은 입단 첫 시즌에 45경기(리그 34경기)에 나서 2골6도움을 기록, 인상적인 첫 해를 보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박지성은 2006∼07시즌에는 20경기(리그 14경기)에서 5골2도움, 2007∼08시즌에는 18경기(리그 12경기) 1골2도움의 성적을 거두며 팀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데 일조했다.
2008~2009시즌. 박지성은 맨유의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포지션 경쟁자였던 나니를 제치며 주요 경기에 베스트11에 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층 더 드높였다.
지난 9월21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18분 팀의 선제골이자 자신의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지난 11일 올브르(덴마크)와 치른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나서며 올 시즌 16경기에 출전한 박지성. 그의 통산 출전경기는 99경기가 됐다.
그리고 14일 토트넘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한 박지성. 그는 우리에게 역사적인 100번째 즐거움을 안겼다.
박지성은 100번째 출전을 자축하듯 펄펄 날아올랐다.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인 돌파, 날카로운 크로스를 날렸고, 위협적인 슈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맨유의 코너킥을 전담하며 '프리키커'로서의 능력도 선보였다. '스카이스포츠'가 이런 박지성에게 '위협적이었다'라는 평과 함께 평점 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후 3년 4개월여 만에 개인통산 100경기 출장을 기록하게 됐다. 현재 맨유 내에서도 1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가 13명 뿐이라 더욱 의미있는 기록이다. 박지성이 100경기 동안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9골, 10도움.
박지성이 100번째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안, 그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팬들은 박지성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았다.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얻었다. 팬들은 박지성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박지성의 경기를 즐기려 밤잠을 설쳤다. 또 박지성의 투혼에 눈물을 흘렸고, 박지성의 활약에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불리한 조건으로 세계최고의 무대에서 세계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분전하는 박지성의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의 투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별'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간혹, 박지성의 기록이 저조하다며 그를 폄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100경기 출전에 9골, 10도움. 윙어라는 포지션을 감안한다면 사실 부족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박지성은 기록보다 더욱 중요한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를 지배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 모든 그라운드를 다 쓰는 활동량, 성실함 등 팀 공헌도는 맨유의 그 누구에게도 떨어지지 않는다.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주요 경기에 선발로 내세우는 이유다. 박지성은 세계최고의 클럽에서 베스트11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설명이 없어도 그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박지성이 있어 우리는 100번 즐거웠다. 그리고 박지성은 101번째 즐거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8일 일본에서 펼쳐지는 클럽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남아 있을 박지성이 전해주는 즐거움. 팬들은 항상 설레며 그 즐거움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