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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대한민국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양민호 |2008.12.25 22:57
조회 1,205 |추천 9

 

 

천경자, A Street Car Named Desire (1987)

 

 

 

휴가를 얻어 한가로이 12월 중순의 각종 매스미디어를 들여다 보니

구석구석 2008년을 마무리하는 가십으로 가득하다.

 

"2008년의 핵심키워드는 무엇이었는가" 하는 질문에

얼마전에 봤던 MBC 100분토론의 많은 패널들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북경올림픽, 촛불정국, 경제위기, 초등학생유괴사건, 숭례문화재 등등...

 

다사다난한 이슈들로 버무려졌던 2008의 대한민국을 하나의 문구로 설명하자면,

난 그것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물질에 대한, 제도화된 지배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2008의 대한민국 이슈를

창조해냈고, 안타깝게도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부산물의 격으로 곪아오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글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대부분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내가 느꼈던 2008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 대한민국의 총체적 우경화

2. "불신"이라는 커다란 장벽

3. 극으로 치닫는 사교육

 

하나씩 살펴보자.

 

1. 대한민국의 총체적 우경화

2. "불신"이라는 커다란 장벽

3. 극으로 치닫는 사교육

 

 

 

 

 

"그렇다면 좌경화는 옳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진보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와 자유, 인권, 평등과 같은 형이상학적 이론만을

강조하는 사회는 이제 그 의미가 상당히 퇴색했다.

현재 전 세계의 가장 기본에 있는 이데올로기는 경제이데올로기로 대표될 수 있는 "삶의 질"이며

그것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는 각각 성장과 분배를 논한다.

결국 평등이나 기본권에 관련한 인간의 갈급함은 50년 전과 그 태를 같이하지 못하며

이미 진보와 보수는 과정만 다를 뿐 그 종착지는 "삶의 질"이라는 맥락을 같이하게 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의 오랜 보수당이 집권하지 못하고 노동당이 집권했으나

취하는 태도와 정책은 굉장히 실리적이고 구체적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사회의 우경화가 과연 우리네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표현이 "우경화"일뿐 우리 사회의 우경화를 보수화라고는 볼 수 없다.

일전의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 미국의 Repubican과 같은 보수주의자는 없다.

내가 정말 염려하는 바는 우경화보다는 "전체주의"에 대한 걱정이다.

2008년의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체주의는 마치 한나 아렌트가 그의 저서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밝힌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과 정치인은 전혀 소통이 없고,

"국민"이란 존재는 - 다소 극한 표현을 빌리자면 - "파블로프의 개"와도 같이 취급된다.

 

비약하자면, 1900년대 초반 세계적인 경제대공황의 시기, 자본가였던 유태인들을 마녀사냥하며

전체주의로 독일인들을 흡수했던 히틀러의 시대가 현대적으로 재구성되는 듯 하다.

 

2008년이 대한민국에는 대화와 소통이 없었다.

여당 한나라당과 신문 발행부수의 70%를 차지하는,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그리고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한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경제위기를 강조하며 대 국민적 단합을

요구함과 동시에 그들은 이 사회를 현대적 전체주의로 물들이고 있다.

 

사회의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전교조에 대한 극한 탄압, YTN사태의 낙하산논란과

신문, 대기업의 방송겸영 허용, 공영방송 민영화와 같은 언론통제,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은

입법기관, 즉 국회의 독단적 입법,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각된 인터넷 모욕죄의 도입(친고죄 폐지, 반의사불벌) (- 즉 본인이 모욕을 당했을 때 제3자가 고소를 할 수 있으나, 본인의 의사를 따진다는 것 - 그러나 친고죄가 아닌 마당에 비록 반의사불벌이라고 하여도 심리적으로 어느 누가 인터넷 공간에 현 정부를 비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모욕을 당한 정부나 언론이 반의사불벌이 아니라면?)

대화화 타협의 모습이 아닌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 4.19를 단순한 "데모"로 묘사하고 청계천 개발 사업을 "축복"으로 그린 초등학생들에 대한 매우 그릇된 역사 왜곡 자료의 대 정부적인 배포와 사실을 담는 근현대사에 대한 왜곡 ...

 

물론 이 수많은 논제들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공청회와 같은 토론이 선행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 이러한 부분에 심도 있는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수많은 근본적인 왜곡이 2008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렇제 않게 자행되었고, 지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그저 "경제"에 대한 신기루에만

눈이 멀어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내년 정부가 잘 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수치가 무려 65%에 달했다고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 국민들은 "파블로프의 개" 수준, 아니 그 이하라고 보인다.

 

파블로프의 개들은 오히려 위의 저런 조치들에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경제 위기와 함께 지금 정부는 "대국민적 단결"이라는 말도 안되는 전근대적 사상을 들고 나왔고,

이를 교묘하게 사회의 전체주의화로 악용하는 중이며 이를 개탄하는 국민은 그 수가 적다.

국민들의 "삶의 질"이 나날이 그 수준 미달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보이지 않는 환상에만 사로잡혀 있으며, 머리 위와 발 아래를 인식하지 못한다.

 

"한나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지적한 모든 것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있다.

 

 

1. 대한민국의 총체적 우경화

2. "불신"이라는 커다란 장벽

3. 극으로 치닫는 사교육

 

 

 

대한민국의 불신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는 2008의 촛불집회.

촛불집회는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집회로 시작했지만

결국 집회에 참석했던 국민들은 "소통의 부재"에 대한 심도 깊은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현장에 있었던 그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댔던 바는,

광우병 쇠고기 20개월이니 30개월이니 하는 시시껄렁한 문제가 아니였다.

미국산이던 중국산이던 쇠고기에 대한 문제는 이미 근본적 문제의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정부가 국민을 현혹시켜 고시를 강행한 점,

이의 절대적 반대 여론에 대하여 조삼모사로 일관하며 집회를 강제 탄압했던 점,

이 외에도 "대운하"와 같은 반대여론이 높은 정책을 사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하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누군가가 "미국산 쇠고기 안먹으면 되잖아 굳이 저렇게

요란한 집회를 했었어야 했나?"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촛불집회의 본질을 크게 벗어난 격이 된다.

 

물론 촛불집회는 내가 일전의 게시글에서 예측했듯 완벽하게 "실패"로 돌아갔다.

촛불집회는 결국 모든 힘을 국회에 실어주었으며 국회의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나날이

그 오만함을 더하고 있다. 최근의 입법과정에 대한 꼴을 보고 있자면 이미 역겨운 수준을 넘었다.

 

촛불집회 이후 주경복과 공정택의 교육감 승부에서 당당히 공정택이 당선됐다는 것 또한 넌센스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한자리 수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당히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나날이 그 도를 더하며 5공, 6공 시대의 제도화된 폭력을 겁없이 자행하고 있다.

역시 파블로프의 개들은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열거한 이 모든 것이 소통의 부재에서 생긴 결과다.

이 사회는 지금 빈부, 연령, 지역, 계급, 직업, 온/오프라인, 종교... 모든 면에서 양극화 되어 있다.

이는 단지 국민의 의견이 청와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식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2008년의 대한민국은 점점 분열의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장차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 할 것이다. 2008년은 어느 해 보다 "자살"이 많았던 해였다. 이를 단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불교교단에서 대규모의 집회를 열었고, 동시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성조기를 흔들어 대며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불거지지 않았던 종교적 마찰이

2008년에 비로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경상수지적자를 만회하기 위한 포퓰리즘. 강만수... 환율이 오르길 바랬다. 그러다 정작 환율이 오르자 달러를 미친듯이 매도했다. 시장에서는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다. 그의 믿겨지지 않는 실언은 계속되었고, 원화는 미친듯이 평가절하되었다. 그의 어설픈 힘으로 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를 거부하려 했던 그는 오히려 시장의 개가 되었다.

 

소통의 부재는 세계 10위 경제대국 2008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가난한 나라로 만들으며

수 많은 국민들을 스스로 목을 매게 했다. 이는 분명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인 천문학적 비용과 희생만이 이 썩은 fundamental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1. 대한민국의 총체적 우경화

2. "불신"이라는 커다란 장벽

3. 극으로 치닫는 사교육

 

 

 

                                                                              [출처 : 통계청 - 가계지출비중 추이]

 

 

혹자는 나에게 "결혼도 하지 않은 증권맨 주제에 이를 어떻게 증명하겠습니까?"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는 바가 위와 같다. 위의 자료는 2008년 초 필자가 어느 사교육업체의 deal을

하면서 산업분석에 인용했던 자료다.

 

가계 지출 중 교육 소비에 대한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공교육의 몰락은 이미 구세대인 나의 초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체득해온 바다.

몇 십년을 통해 사회와 정부는 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의 수없이 많은 대책을 쏟아냈으나

오히려 그것들은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특히...

신정부 인수위의 이른바 "영어몰입교육"은 사회의 신선한(?) 사교육 새바람으로 인식되었으며

그것은 사교육 괴물들을 양산해 냈다. "아발론어학원", "청담어학원(CDI 홀딩스)", "메가스터디"

등은 집중적으로 중학생들의 "외고준비"를 시키는 입시학원이며 적게는 100억부터 많게는 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기는 이른바 "괴물업체"로 시장에 군림하게 됐다.

급기야 2008년에는 과목 당 1,000만원이 넘는 미국 SAT 준비과정의 학원까지 나왔다.

 

"공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인가? 왜 사교육이 문제인가?"

또는 "왜 사교육 시장은 대책없이 팽창해 가는 필요악으로 존재해 왔고 그 세를 더하고 있는가?"

 

올해 극으로 치달았던 사교육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그 파급효과는 굉장히 크다.

불행하게도 "교육"이란 것은 한 나라의 가장 중요한 fundamental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특정 국가에 투자를 해야 할 책임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면 난 우선적으로 그 국가의

교육수준을 가장 먼저 염두 할 것이다. 왜? 장기적으로 그들이 돈을 벌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사교육이 왜 문제일까? 크께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가난의 대물림을 시키며, 이는 사회의 뿌리 깊은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2. 가계소비 중 과다한 사교육비지출이 필수소비를 위축시킨다.

3. 바로잡아야 할 아이들의 인성은 "우월감"과 "열등감"을 통해 자리잡힐 것이다.

 

앞서 말 했듯 공부를 잘하면 = 돈을 많이 벌어올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에 노출이 덜 된 아이들은 그만큼 "정보"에 취약할 것이고, 그들이 개천에서 용날 확률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그들은 결국 사교육을 많이 받은 자들의 착취의 대상이 될 것이고,

이 사회는 新카스트제도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수드라가 브라만이 되려면 인고의 세월과 탁월한

아이템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는 점점 분열한다.

결국 아버지는 나머지 살림을 빠듯하게 꾸려감에도 불구하고 자식들 사교육비로 버는 돈의 1/3을 지출할 것이며, 그럼에도 공부 못한 자식들은 열등감에 인성이 왜곡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경제위기 속의 대한민국에서 현재에도 계속해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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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아낸 2008년의 키워드는 공교롭게도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시작했다

살펴보니,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대결과 전체주의, 소통의 부재, 그리고 사교육 열풍의 근간에는

모두 대한민국민들의 "욕망"이 크게 움트리고 있었다.

이것은 정부의 탓도, 막장으로 치닫는 경제위기의 탓도 아니다.

부끄럽지만 이것은 사실 수십년의 역사를 거쳐 피해의식이 깊게 잠재된 국민성의 문제이고,

그것이 사회의 분열과 세계의 혼돈속에서 고개를 들어낸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관심있게 읽었던 누구나 "아.. 근본적인 치유가 중요하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렇게 결론을 맺고 싶다.

그 치유라는 것은 결국 "이러한 심각한 문제에 대한 인식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치유를 감행 할 장기적 플랜이 필요할 것이다.

 

시오노 아줌마는 그랬다.. "열등감은 에너지다."라고.

그래서 대한민국의 potential은 약하지 않다. 참 강하다. 대한민국인들의 potential은.

그래서 정치인들이 중요하다. 그들이 100년의 혜안을 가지고 정책을 입안하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은혜가 2009년의 대한민국에 비춰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추천수9
반대수0
베플이지인|2008.12.26 02:17
후아-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길지만 정독했어요~) 깔끔한 정리와 세밀한 분석이 참 훌륭하네요. "100년의 혜안", 이 시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것 같습니다. 이런 혜안을 지닌 국민들이 양민호님을 포함해, 참 많지만 우리가 그만큼 "힘"이 없다는게 참 슬프고, 분노스럽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능력과 힘을 키워 우리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으면 좋겠네요..그래야 살기좋은 나라, 좋은 세상이 오지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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